YTN INSIDE

삶의 흔적을 색으로 기록하다 - 가수정 작가
2026-08-18


2026년 8월 아트스퀘어 - 정운식 작가 초대전

8월 1일(토) ~ 8월 31일(월)

장소 : 상암동 YTN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


가수정 (Ga Sujeng)

▲ 1986년 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 주요 경력

- 2025 각색하다. 가람화랑. 서울

- 2024 가수정 초대전. 이랜드갤러리. 제주 켄싱턴리조트 한림

- 2023 마주하다. 갤러리이주. 서울


외 다수

그림을 그리는 노인(클로드 모네), 60.6 * 72.7cm, Oil on canvas, 2025



나에게 빛은 곧 색채이다. 내가 바라보는 인물은 단순한 얼굴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시간이 만들어낸 고유한 색을 품고 있다.

나는 그 색을 따라가며 감정과 기억,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결을 화면 위에 옮긴다.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시작되었다.

앞서 길을 걸어간 예술가들의 삶을 떠올리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태도로 작업하고 있는가.'

캔버스 위에 그들의 얼굴을 그려나가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과 작업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초상은 단지 한 인물을 기리는 이미지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태도와 시간을 사유하는 과정이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겠다는 나의 조용한 선언이다.


- 작가노트 中에서 -



가수정 작가는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감정, 기억이 담긴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충남 태안의 대가족 안에서 자라며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몸짓을 가까이에서 접해온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사람을 관찰하고 화면 위에 담아낸다.

빛이 곧 색채라는 그의 시선 아래, 인물에게서 받은 인상과 분위기는 즉흥적인 직관으로 캔버스에 옮겨진다. 보색과 중간색을 겹쳐 쌓으며 강렬함과 조화를 동시에 끌어내는 그의 작업 안에서, 낯익은 예술가의 얼굴은 새로운 감정을 품은 또 다른 초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내가 담은 이야기와 전혀 다른 감정이 누군가에게 가닿는 것, 그게 그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매일 바쁘게 오가는 일상 속, 그의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자기만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2026년 8월 YTN아트스퀘어의 주인공, 가수정 작가의 작품은 8월 31일까지 YTN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가수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1062)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를 통해 작품을 소장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가수정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이번 전시 주제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준비했습니다. 제가 평소 존경해 온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는데, 단순히 그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바라보고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어요. 색채에 있어서는 빛을 색채로 바라보면서 형태 너머에 담긴 깊은 감정이나 삶의 흔적들을 캔버스 위에 옮기고자 했고요. 이번 전시는 먼저 이 길을 걸어간 거장들을 향한 오마주이자, 작가로서 제 길을 묵묵하게 이어가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해요.


Q.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는데, 작품의 아이디어도 대개 예술가에게서 출발하는지.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는 건 늘 같았는데, 처음엔 영화를 가지고 작업을 했어요.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삶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고, 인물의 표정이나 눈빛만으로도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거든요. 그렇게 이야기가 있는 인물들에 항상 관심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실제 존재하는 예술가들로 관심이 이어지게 됐어요. 제가 존경하는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찾아보면서, 작품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분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와서 지금의 작업을 하게 됐어요. 결국 영화 속 인물이든, 실제 예술가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늘 출발점인 것 같아요.


앉아있는 노인(에드워드 호퍼), 97.0 * 130.3cm, Oil on canvas, 2023



Q.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다면.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작품들이 탄생했구나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에드워드 호퍼 부부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 있는데, 호퍼 부인이 호퍼의 작업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고 어떻게 보면 매니저 같은 역할을 함께 하면서 지금의 호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더라고요. 예술가가 단순히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간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그 발견이 지금 제 작업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긴 머리의 여인(신디 셔먼), 130.3 * 162.2cm,Oil on canvas, 2025



Q. 그런 시선이 담긴 작품들 중에서 이번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긴 머리의 여인(신디 셔먼)'이에요. 신디 셔먼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형하고 다양한 인물을 직접 연기해 사진이라는 매체로 풀어낸 작가인데,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변신의 이미지로 기억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에 끌렸어요. 모든 역할과 페르소나를 벗겨내고 나면 어떤 사람이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꾸며지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무엇보다 신디 셔먼의 작업 방식이 제 작업 방식과 닮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요. 그녀는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연기하지만 결국 그것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저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빌려오지만, 결국 그것들이 모여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저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생각하거든요.


Q. 이번에 6점을 가져오셨는데, 선정 기준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제가 좀 더 좋아하는 예술가들 위주로 가져왔어요. 제 이야기를 많이 담은 작품도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여서 남긴 것도 있고, 둘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오래 마음에 품어온 얼굴들이에요.


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 5(데이비드 호크니), 60.6 * 72.7cm, Oil on canvas, 2025



Q. 그 얼굴들을 화면에 옮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색채예요. 인물의 제스처나 표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색이거든요. 인물을 그릴 때 그 사람에게서 받은 인상과 분위기를 색으로 풀어내는데, 미리 계획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직관과 감정에 따라 작업하는 편이에요. 보색을 많이 쓰는데, 보색은 대비가 강하기 때문에 화면이 산만해지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강한 색을 얹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다른 색들을 채워 넣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여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랑도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성격인데 조화롭게 사는 부부도 있고,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려 지내기도 하고. 색들의 조화도 그런 것 같아서 더 재미있어요. 색은 단순히 대상을 예쁘게 칠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보타이를 맨 노인1(막스 에른스트), 91.0 * 116.8cm, Oil on canvas, 2024


Q.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작업의 뿌리라고 하셨는데, 그 감각이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합니다.


충남 태안에서 대가족 안에 자랐어요. 집성촌이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장남이셔서, 명절이면 현관 밖까지 신발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이 다녔어요. 그 시절 시골 동네 분위기가 그랬듯 대문을 늘 열어두고, 이웃들이 지나가다 들어와 인사하고 밭에서 딴 것들을 서로 나눠주기도 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게 그냥 일상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경험이 제 작업의 가장 큰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 몸짓을 많이 접하고 자라다 보니 저마다의 분위기와 결이 다 다르다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고, 지금 제 작업의 중심에도 늘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단순히 이목구비의 생김새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감정, 기억이 담긴 하나의 풍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노년의 얼굴을 좋아해요. 살아온 세월을 더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요.



Q. 그렇게 담아낸 작품이 관객에게는 어떻게 닿길 바라시나요.


보시는 분들이 각자의 경험과 기억 안에서 자유롭게 본인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셨으면 해요. 언젠가 자전거를 탄 소년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 앞에서 한 관람객이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하셨는데,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해요. 내가 담은 이야기와 전혀 다른 감정이 누군가에게 가닿는 것, 그게 그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시를 보고 나서 잠시라도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Q. 요즘은 AI를 활용한 초상 작업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예술가의 초상에서 AI 초상으로, 어떤 흐름에서 나온 건가요.


AI가 만들어내는 얼굴이 그냥 가상의 이미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보여주는 새로운 초상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실제 인물의 서사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서사가 어디서 만나고 어떻게 다른지 탐구해보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걱정도 많았어요. 제 스타일을 AI가 학습해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해봤을 때 내 것이 그대로 복제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은 이걸 잘 사용하면 제 작업을 좀 더 풍부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AI로 작업할 때 제가 원하는 인물을 계속 만들어내고 걸러내는 과정이 마치 감독이 오디션에서 인물을 뽑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이 인간과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더 관심이 있어요.


붓을 들고있는 남자(앙리 마티스), 97.0 * 130.3cm, Oil on canvas, 2025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 방향이나 목표가 있다면.


남편이랑 가끔 예술계의 공무원이 되자는 이야기를 해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예술가도 좋지만, 저는 좀 더 꾸준히 계속해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미대를 나오고 주변을 보면 하다가 안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좀 더 오래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