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스캠' 등 캄보디아 단독 연속 보도
캄보디아에 한국인 청년들이 수십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이 억류돼 있다는 소식에 모두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경찰과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은 왜 이런 상황을 미리 막지 못했던 걸까. 동남아시아 범죄 단지의 존재는 꽤 오랫동안 확인되지 않은 소문처럼, 일탈의 극단적 예시처럼 취급됐다. 하지만 한 청년이 고문 끝에 숨지자, 그제야 실체가 공론화되었고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청년들만 피해자는 아니었다. 물론 고수익을 약속한다는 말에 속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갇힌 채 노동 착취를 당한 한국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스미싱 등 범죄 단지에서 벌어진 각종 사이버 범죄는 반대쪽에서도 무고한 피해자들을 만들었다. 실제로 국내의 수많은 사기 피해자가 캄보디아에서 걸려 온 전화에 많게는 수억 원을 잃기도 했다. 취재진이 접촉한 사람들도 그랬다.
▲'120억 스캠' 등 캄보디아 단독 연속 보도
그러던 중 범죄단지 사태가 불거지기 전, 주캄보디아 대사관이 120억 원대 한국인 사기 총책 강 씨가 제 발로 찾아왔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보내준 사실이 드러났다. 취재팀은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긴 녹음 파일까지 입수해 보도를 이어갔다. 경찰 영사가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건 모양새가 안 좋다’는 변명을 하는 대목은 그동안 우리 당국이 얼마나 안이하게 이 문제를 인식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보도는 곧바로 현지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고, 캄보디아 대사 직무대리가 당시 상황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단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종합 감사에서는 정부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촌극도 연출됐다. 외교부는 경찰청에서 ‘적색 수배 대응 매뉴얼’을 관리한다고 했지만, 경찰청은 그런 매뉴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번에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20억 스캠' 등 캄보디아 단독 연속 보도
취재팀은 대사관이 풀어준 강 씨의 이후 행적까지 추적했다. 강 씨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포이펫 범죄 단지였다. 그곳을 경험한 취업 사기 피해자들은 강 씨가 팀장으로 활약하며, 한국에서 거액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며 과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 씨의 신병 확보가 늦어지는 동안 피해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외교부에 직접 전화하고 대통령실에 편지를 부치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뎠다.
▲'120억 스캠' 등 캄보디아 단독 연속 보도
이 밖에도 취재팀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조직원들이 야반도주하는 모습을 처음 포착했고, 조직원들을 단독 인터뷰하며 한국인 3명 중 2명이 다리를 절 정도라는 잔혹한 실상을 보도했다. 심지어 국내에도 캄보디아 불법 세탁처로 악명이 높은 ‘후이원 그룹’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환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관세청 자료와 목격담을 바탕으로 영업 내역을 자세하게 전했다.
국경을 초월하며 활개를 치는 국제성 범죄, 이제는 정말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범죄에 가담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관계 기관들이 미적대는 사이 사기 피해자들의 무력감이 커진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권한이 없다는 핑계를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건 정부의 직무 유기에 명분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