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해경 무전 녹취록엔..."추가 출동 필요"
지난 9월 11일, 깜깜한 새벽, 한 젊은 해경이 갯벌에 고립된 남성을 구조하러 나갔다가 자신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해경이 발표한 사고 경위가 알려졌지만, 수많은 의문점이 남았습니다. 고 이재석 경사는 왜 혼자 출동했는지, 물이 차오른다며 추가 인원을 투입해 달라던 요청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YTN 취재진은 이 경사를 죽음으로 내몬 그날 밤의 진실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사 사건을 전담 수사하게 된 인천지검 앞으로 매일 같이 출근해 수사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한편, 이 경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달라는 유족의 목소리에도 한결같이 귀 기울여왔습니다.
▲숨진 해경 무전 녹취록엔..."추가 출동 필요"
- 검찰, '해경 순직 사고' 추가 압수수색…수사 속도
YTN은 이 경사의 순직 이후, 이 경사가 혼자 출동했다 사고를 당했다는 점, 사고 당일 파출소 내에 지휘·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미 보도했습니다. 이 경사 순직을 전담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이미 한 차례 해양경찰청을 압수수색한 상태였습니다.
YTN 취재진은 한 차례 압수수색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수사 상황을 확인한 끝에, 이튿날 추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검찰이 연일 강제 수사를 통해 자료 확보에 나서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검찰 전담팀이 어떤 자료를 확보해 무엇을 집중 수사할지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숨진 해경 무전 녹취록엔..."추가 출동 필요"
- 순직 해경 지휘책임자들, 피의자 신분 입건…곧 소환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입건부터 소환 조사, 참고인 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의 수사 진행 단계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순직 경위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로서의 책임 의식과, 유족과 형성해온 유대 관계 속에서 진실 파악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심이 더해진 결과였습니다.
매일 돌아가며 인천지검으로 출근해 취재진이 파악한 사건 관계자들이 오지는 않는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전담수사팀 구성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던 피의자 입건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피의자는 당직 파출소 팀장과 파출소장, 인천해양경찰서장 등 3명이었습니다. 검찰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자, 앞으로의 검찰 수사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사실이었습니다.
- '순직 해경' 수사팀, 피의자 신병 확보 시도…파출소 당직 팀장 구속영장 청구
입건된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이 경사의 파출소 동료들과 드론 업체 직원 등을 상대로 숱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검찰의 다음 행보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시점과 대상이 중요했는데, YTN 취재진은 이 역시 가장 먼저 확인했습니다.
검찰 수사팀이 사고 당일 근무했던 영흥파출소 당직 팀장을 대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많은 의문점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사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게 누군지, 적용된 피의 사실 혐의점은 무엇인지가 확인된 겁니다. 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짐과 동시에 검찰의 수사가 서장 등의 이른바 '함구 지시' 의혹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수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짚는 보도였습니다.
▲숨진 해경 무전 녹취록엔..."추가 출동 필요"
그간 여러 보도로 영흥파출소 당직 팀장의 과실은 이미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이 경사를 홀로 출동시키고, 근무 일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이었습니다. 사고 당일의 보다 구체적인 행적과 확실한 정황을 취재하던 중 사고 직전 이 경사와 팀장이 통화한 녹음을 입수했습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당직 팀장의 잘못이 뚜렷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이 경사가 구조 대상자가 보이지 않아 홀로 갯벌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당직 팀장은 태연하게 "난리 칠 것 같아 상황실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상황실에 조금만 더 빨리 보고가 됐다면 이 경사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지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미흡하고 미흡했던 대처로 인한 인재였음이 분명해졌습니다.
YTN이 순직 해경 사건의 피의자 입건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보도한 이후 사회적 관심 또한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사고 당일 팀장이 상황실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녹음을 통해 보도한 이후에는 사회적 공분 또한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선 해경의 부실한 대응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책했습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 경사의 사망에 현장 업무 수행 체계와 대응 방식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사고 당시 이 경사와 팀장 2명이 근무하고 있던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구조거점파출소인 영흥파출소에서도 전문 구조요원이 출동하지 않았다며, 이는 현재 해경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직적 차원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질책에 김용진 해경청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매우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YTN은 이번 순직 해경 사건이 단순히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였음을 밝혀내는 데 일조했습니다. 사회적 관심을 모아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