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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자개가 서양화를 만났을 때...작가 김일중
2020-10-13

미디어에 노출되는 끝없는 정보들은 확대되고 재생산되며 그 자체로 일련의 진실 혹은 믿음을 강제한다. 그리고 그것을 여과 없이 믿어버리기엔 너무 포괄적이고 함축적이다. 전체는 거짓이다. 진실은 파편화된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아도르노의 말을 나는 좋아한다. (※아도르노 : 독일의 사회 철학자) - 작가 노트 中

▲ (왼쪽부터) 내려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것들 1, 260cm*161cm, 자개·아크릴릭·바니쉬, 2018 / 매화나무, 162cm*112cm, 자개·아크릴릭·바니쉬, 2018

 

 자개... 우리에게 자개의 추억은 대개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자개장, 소중한 것을 고이 모아두던 자개 보석함까지. 자개 조각이 여러 각도로 내뿜는 영롱한 빛은 평범한 집을 화려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옛것’ 취급을 받게 된 자개에 서양화 기법을 접목해 10년째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작가가 있습니다. 아크릴 물감으로 곱게 칠한 캔버스에 한 땀 한 땀 정성 다해 붙인 자개 조각들은 가까이서 보면 단순하게 나열된 파편 같지만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자개로 유명 인사의 얼굴도, 제주도의 한적한 산길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왜 하지 못했을까요?

 

 거칠고 볼품없는 표면을 가진 조개도 그 속에는 무한한 빛을 담고 있고, 가까이서는 해체되는 형태가 먼 발치에서 보면 신비로운 형상으로 나타나고...  


 이렇듯 다양한 이중적 요소를 찾아보는 것은 김일중 작가의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 YTN 아트스퀘어 김일중 초대전 (10.1~10.31)

 

김일중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3745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김일중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자개로 만든 전통 나전칠기 작품과 다른 점은?


 직접 출사 나가 카메라에 담은 이미지를 디지털을 통해 한번 필터링해 캔버스에 투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업을 합니다. 고전적인 재료를 가지고 디지털 코드에 맞춰 표현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또 기존 나전칠기는 배경이 거의 검은색이 많은데요. 저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배경을 칠하기도 하고, 인물을 자개로 표현해 장르를 허물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Q. 전통 재료 ‘자개’의 매력은? 


 자개는 고정되고 확정된 색이 없잖아요. 누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죠. 전통적인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철학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는 점이 제가 자개를 주재료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빛에 맡긴 채 즉흥적으로 자개를 붙여 나갑니다. 작업실에서 보든, 전시장에서 보든 조명의 조도나 사람이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우연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Q. 자개를 현대미술에 접목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때까지 흙으로 인체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조각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장르를 바꾼 이유는 무엇보다 다작(多作)을 하고 싶어서였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었어요. 졸업 후 우연히 대구 동성로에 자개장을 파는 곳을 지나다가 자개에 그야말로 꽂혔어요. 자개를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가져왔을 때 굉장한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료를 사서 이리저리 붙여봤지요. 처음에는 추상적인 패턴으로 붙여서 어려운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다 보니 나름 오기도 생기고 극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왼쪽부터) 버드나무 1, 90cm*70cm, 자개·아크릴릭·바니쉬, 2019 / 버드나무 2, 90cm*70cm, 자개·아크릴릭·바니쉬, 2019

 

Q. 작품 주제가 최근 인물에서 풍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인가?

 

 초창기에는 실사 프린팅을 해서 특정 이미지를 넣고 자개 조각을 전부 덮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6~7년 동안 자개로 인물을 표현했고, 최근에는 인물화와 풍경화를 병행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물보다는 풍경 작품을 더 선호하시더라고요. 특별히 인물화를 의뢰하는 경우 외에는요. 아무래도 집에 소장하기에는 풍경화가 부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작품 속 풍경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풍경이에요. 그런 일상이 자개를 통해 표현됐을 때 영험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Q. 작품 관람 포인트를 제시한다면?


 작품을 보면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판타지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관람객 가운데는 숲속 풍경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작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관람객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은 작품으로서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좋은 예술 작품일수록 작가는 그 작품과 무관해진다고 말했는데요. 제가 의도한 부분과 무관해질수록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작품을 보면서 도심 속에서 판타지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