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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놀이처럼, 낙서처럼...하정현 작가
2020-12-09

하 정 현 Ha Jeong Hyun

 

- 이화여대 디자인학 박사, 미술학 석사, 미술학사 

- 현 이화여대 겸임교수, 한성대 부설 디자인아트교육원 겸임교수

- 2018 제16회 서울미술대상전 장려상

- 작품 소장 : 서울특별시청 문화본부 박물관, 에코락갤러리 등

​▲ draw without drawing106, 100cm x 72.7cm, oil bar, acrylic color, pencil and oil pastel on canvas, 2020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마음 상태로 놀며 장난치고 있을 때, 나는 가장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기 위해서 커다란 캔버스 천 위에서 장난치며 그 속으로 빠져든다.”

 

- 작가 노트 中

“나는 오늘도 삶을 놀이하며 지낸다”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스며 있는 일상의 공간에서 커다란 캔버스를 벗 삼아 자유롭게 끼적이는 화가가 있습니다. 오늘은 무얼 그려야지, 어디까지 그려야지 하는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손에 잡히는 재료를 가지고, 부지런히 팔을 휘두릅니다.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캔버스와 놀며 장난친다고 말하는 하정현 작가.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기에도 모자란 게 사람의 일생이라며 오늘도 신나는 놀이를 이어갑니다.

draw without drawing 109_ 60cm x 45.5cm_oil bar, acrylic color, pencil and oil pastel on canvas_2020

 

끌어내기 – 행위하기 – 흔적으로 남기기

 

그림 속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동물뿐 아니라 형태를 알 수 없는 디자인 기호들로 가득합니다. 모두 하정현 작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들입니다. 파편적인 생각들이 자유로운 드로잉을 통해 하나씩 소환되는 셈이죠. 드로잉을 하고 물감으로 덧칠해 지우고 그 위에 다시 낙서하듯 드로잉 하는 작업이 무수히 반복됩니다. 지우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 자체도 하정현표 회화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흔적으로 남겨진 잠재의식. 유난히 밝은 색채로 채워진 그림에서는 하 작가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읽힙니다. 

 

2020년 12월, YTN 아트스퀘어가 마음 따뜻한 동심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 YTN 아트스퀘어 하정현 초대전 (12.1~12.31)

 

하정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239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하정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이 전부 'Draw without drawing'인 이유는?

- 박사 과정 무렵인 2013년부터 이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고, ‘드로잉(drawing)’이란 작품명을 붙였는데요.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 교수님이 “너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고전적인 개념의 드로잉이 아니다. 네 작품은 ‘Draw without drawing’이다.”라고 명쾌하게 말씀을 해주셨어요. 드로(draw)가 ‘그리다’는 뜻도 있지만 ‘끌어내다’라는 뜻도 있거든요. 제 그림은 그리는 것이라기보다는 끌어내는 것이라는 의미가 더 적합했던 거죠. 그때부터 제목을 ‘Draw without drawing’으로 붙이기 시작했어요. 뭔가 계획하고 생각해서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목 뒤에 숫자를 붙여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숫자는 순차적으로 붙이고 있는데요. 요즘은 140번 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클래식으로 치면 쾨헬 번호와 같은 것이죠. 그런데 사실 번호는 남아 있지만 실물은 없는 작품도 많아요. 전시를 했다가도 뭔가 아쉽거나 의문이 드는 경우에는 그 위에 재료를 올려 덮은 다음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거든요. 기존 작품을 덮어 다시 작업을 했을 때는 새로운 작품 번호가 붙게 되는 거죠.


Q. 완성작 위에 덧칠하고 새로 그리는 게 아쉽지는 않은지?


- 작품을 즐거움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전혀 아쉽지 않아요. 다른 작가들은 철저히 계획을 세워 어느 선까지를 완성이라고 했을 때 그 작업이 끝나면 그 자체가 완전한 결과물이 되는데요. 저는 끝이라고 계획을 세워놓은 게 없기 때문에 과정 자체가 남는 거라고 보는 거죠. 결과가 굳이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과정 자체가 계속 끊임없이 보여지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나고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생기면 덧칠을 하는 거죠.

Q. 틀이 없는 캔버스 천 위에 그대로 작업하는 방식이 독특한데?


- 캔버스 천을 일반적으로 틀에 싸서 판매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천만 둘둘 말아서 롤 형태로 팔아요. 나중에 화방에서 나무 프레임을 짜서 씌운 뒤에 캔버스를 파는 거죠.


 저는 가공되기 전에 캔버스 날 것을 가지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건데요. 어떤 재료든 크게 상관없이 다양하게 혼합해서 사용해요. 오일 바, 오일 파스텔, 연필, 아크릴 물감, 아이 크레파스 등 특별히 재료를 국한 시키지 않고 손에 집히는 대로 작업을 합니다.


Q. ‘캔버스 천’을 마주할 때 드는 생각은?


- 천을 놓고 작업을 시작할 때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해요. 잡념이나 일상 속 계획 등을 가급적 다 비우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제 팔과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리다 보면 저절로 제 안에 있던 제일 좋았던 때, 유년 시절 등이 의도하지 않게 튀어나오더라고요. 어떤 날은 그렸는데 내가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끊임없이 딸려 올라오면서 캔버스 위에 그대로 남을 때도 있어요. 굳이 용어를 빌려 쓰자면 ‘잠재의식’이라고 할까요? 잠재의식을 끌어올려 캔버스 위에 표출하는 거죠.


 계속 그리고 덮는 과정을 통해 그림을 올리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1월에 시작했는데 10월에 마무리될 때도 있어요. 어느 때 멈춰야 할지 아직까지 참 어렵더라고요. 언제까지 놀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제가 논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캔버스를 펼쳐놓고 놀고 있을 때 제일 행복해요.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어릴 적 누렸던 느낌들을 끌어내는 거죠.

Q. 영감의 원천은?


- 요즘은 제 아이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어요. 아이가 그림 그릴 때 보면 저보다 더 제가 추구하는 바가 잘 드러나는 거예요. 큰 캔버스를 거실 바닥에 펼쳐주고 재료를 주면 정말 거침없이 붓으로 원하는 것을 쓱쓱쓱 그려냅니다. 뭘 그려야지 생각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건지, 팔이 그냥 움직이는 건지 쓱쓱쓱 그려내는데, ‘저거다!’ 싶더라고요. ‘내가 추구하는 작품이 저런 건데 왜 나는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볼 때 제가 잊고 있던 옛 추억이 떠오르면서 영감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Q. ‘그리는 나’ vs. ‘일상 속 나’. 가장 큰 차이점은?


-  일상 속 제 모습은 정말 규칙적이고, 계획적이에요. 심지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자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물건도 정리가 항상 잘 돼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요. 그런데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작품 활동을 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즉흥적인 것, 정해지지 않은 것을 좋아해 제 안에 숨겨져 있는 무의식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상반된 모습인 거죠. 작업할 때 저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평소 워낙 반듯하게 살다 보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일상에 치여 잘 못 놀다 보니 캔버스를 벗 삼아 노는 거 같아요.

Q. YTN 아트스퀘어 관객을 위한 관람 팁은?


- 전시장을 찾으셨던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이건 너도 그릴 수 있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는데요. 저는 그 말씀이 정말 좋더라고요. 오히려 칭찬 같았죠.

어떤 분들은 제 작품을 보고 기호 같다, 낙서 같다고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낙서’라는 말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친숙한 표현이잖아요. 낙서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저는 오히려 감사합니다.


 저는 어려운 그림을 못 그려요. 그저 캔버스 위에서 끄적끄적 댄다는 표현이 맞아요. 보이는 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의 마음대로 해석하면 더 쉽게 접근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추상화의 맛이거든요. 보고 그저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