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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기억을 화폭에 담는다...이은황 작가
2021-01-13

이 은 황 Lee Eun Hwang

 

- 경기대 서양화과 졸업, 경기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 개인전 10회 개최

- 단체전, 아트페어 다수 참여

- 작품 소장 : 양평군립미술관  

▲ 동화적 풍경-Sunset of city, Mixed Media on Canvas, 91×72cm (30호), 2019 

 

기억이란 지나온 시공간의 단편들을 무의식적으로 저울질해 내 안에 저장해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책장에서 툭 떨어진 낡은 앨범에서 방안에 흩어진 사진들 속에서 희미했던 기억들이 또렷해지듯이 하나둘씩 툭툭 떠오른다. 그 이미지들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거나 대화하듯 화면에 옮기게 되고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측할 수 없는 나만의 기록이 된다.

 

- 작가 노트 中

 Blue city, Mixed Media on Canvas, 91×65cm (30호), 2019 

 

그림으로 담아내는 '기억’

 

기억(記憶)은 말 그대로 ‘뇌리에 기록된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도 모두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게 됩니다. 대부분 ‘그땐 그랬지!’ 하고 흘려보냅니다. 그 기억은 다시 머릿속 저장소 어딘가에 파묻히게 됩니다. 

 

이은황 작가는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합니다. 차를 타고 가다 빨간 신호에 멈추면 도시 곳곳을 바라봅니다. 기억이 서려 있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과 기억을 화폭에 담습니다. 분명 작가만의 기억인데도 그림을 보는 관객은 저마다의 기억을 하나둘 꺼냅니다. 내가 여행을 했던 곳, 내가 살았던 곳, 내가 한 번쯤 보았던 곳으로 치환하며 한참 동안 기억 속에 잠기곤 합니다. 행복했던 추억이든, 아쉬웠던 기억이든 지난 시간은 모두 소중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라지는 풍경, 살아지는 풍경

 

우리가 사는 도시 어딘가에선 오늘도 소중한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억 저편으로 보내는 게 아쉬워 이 작가는 사라질 풍경을 부지런히 담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삶을 엄습한 요즘은 ‘사람’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잇고 있습니다. 가족과 다양한 도시인의 모습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지는’ 일상일지라도 이은황 작가처럼 주변을 한 번쯤 주의 깊게 돌아보면 어떨까요? 머릿속 깊숙이 숨어있던 기억이 떠올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험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삶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2021년 새해 첫 아트스퀘어 전시, 이은황 작가의 작품을 통해 기억의 나래를 펼쳐보시길 기원합니다. 

▲ YTN 아트스퀘어 이은황 초대전 (1.1~1.31)

 

이은황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2264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이은황 작가와의 일문일답

 

Q. ‘기억’을 소재로 삼은 계기는?

 - 대학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해 자전거를 처음 샀어요. 바로 달려간 곳은 제가 살던 동네였어요. 강북구 미아동이었죠. 그런데 동네가 이미 다 헐려 있는 거예요. 충격이었죠. 폐허가 되거나 재개발을 위해 허물어져 있고, 어릴 적 골목길과 집은 사라져 버린 모습에 굉장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진작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걸, 기록이라도 해놓을 걸 후회했어요. 이후 앞으로 사라질 공간과 기억을 담아보자 결심했죠. 그나마 남아있는 공간을 찾아 스케치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동네에 있는 꼬마와 할머니들의 모습은 초상으로 담았고요. 

 

특히 도시 안 ‘사라지는 풍경과 살아지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도시는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을 자라온 곳이라 기억의 토대가 되는 곳이거든요. 도시 곳곳의 삶의 터전이나 거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요. 사라지고, 살아지는 도시 풍경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flower road, Mixed Media on Canvas, 91×65cm (30호), 2019


Q. ‘로드뷰’ 방식의 작품을 보면 주로 차 안에서 영감을 떠올리는 것 같은데? 

 

- 제대로 보셨어요. 결혼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일러스트 등 의뢰받은 작업을 하거나 미술 학원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붓은 들었지만 나를 위한 그림은 아니었지요. 마치 나를 잃어버린 느낌, 말 그대로 ‘살아지는’ 삶을 살고 있었죠. 어느 날 운전을 하는데 빨간 신호가 들어왔다가 또 파란불이 들어오고, 또 가다 보면 빨간 신호가 켜지는 걸 보게 됐어요. 차가 막히는 상황에서 계속 빨간 신호가 켜지면 사실 조급하고 짜증 나지만 결국 목적지까지는 도달하잖아요. 빨간 불이 들어오면 몇 분 사이에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잠깐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빨간 신호’가 ‘멈춤, 정지’ 등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 ‘쉼, 희망, 기다림’의 신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로드뷰를 그릴 때 빨간 신호를 포인트로 그리게 됐지요. 

 

Q. 신호가 잠시 멈춘 순간, 현장의 기억은 어떻게 담나?

 

-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순간순간 찍었는데 장면을 놓치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블랙박스가 떠올랐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쭉 살펴보는데 일반 카메라와 다르게 광각으로 나오고, 선명하지 않은 듯 나오는 색감과 분위기가 맘에 들더라고요. 흑백 사진 느낌도 나고요. 그래서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 보며 캡처해 그 형태를 작업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Q. 서양화에 ‘먹’을 활용한 방식이 인상적인데?

 

- 학부 때 나무젓가락에 먹을 찍어 드로잉 하던 수업이 있었는데요. 먹의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지금도 연필과 펜을 쓰기보다 나무젓가락을 잘라 먹을 찍어 드로잉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스케치 과정 전부를 먹으로 하는데요. 유화나 아크릴로 나중에 다 덮더라도 밑 작업을 먹으로 하는 겁니다. 제 작업의 루틴이에요. 

 

Q. 그림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은?

 

-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 같다”, “차 안에서 달리며 바깥을 바라보는 일상의 내 모습과 같다”라고 표현을 해주세요. 특정 장소이긴 하지만 거기에 있는 모든 간판과 색은 다 배제하거든요. 특히 비 오는 날 풍경은 더욱 희미하게 보이죠. 그런데 전혀 낯설지 않고 내가 늘 오가는 풍경인 거 같다,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의 풍경인 거 같다며 한참 동안 그림 앞에 머물러 있는 분들도 계세요. 자신만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는 거죠. 제가 본 장소를 그리긴 했지만 전시된 이후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여긴 어딘가요? 제가 볼 때는 어디인 거 같아요.”라고 말씀하면 저는 “생각하는 그곳이 맞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Q. 2021년 새해 소망은?


-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한해였습니다. 전시와 공연도 무한 연기되거나 취소돼 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부디 새해에는 모든 예술 분야가 다시 자유롭게 활동하게 돼 활기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2021년은 아트스퀘어 전시를 시작으로 2월에는 3인전, 3월에는 화랑미술제, 하반기 개인전과 그룹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부디 코로나가 종식돼 전시 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현업 작가님들과 한마음으로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