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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색과 점묘로 담아낸 유년시절 향수 - 정영모 작가
2022-03-03

정 영 모 (JUNG YOUNGMO)


·중앙대학교 예술대학교 졸업

·국제 IAPMA KAMA 고양미술협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북부작가회,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부이사장, 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분과심사위원장 등

·개인전 41회, 단체전 400여 회 참여

·작품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산업은행(서울), 육군본부 (충남 계룡) 외 다수

A Story of Home Town, 72.7cm * 60.6cm (20호), mixed coloring, 2022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유년의 기억 속에 있는 두 팔 벌려 품어주던 아름드리 나무들이며

아름다운 노랫 소리를 들려주던 새들이며 정겹게 들어앉은 지붕 낮은 집들이며

들녘을 가로지르던 바람이지 않았을까(...)

나는 내 마음이 어린아이와 같기를 바란다. 순수함과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는 작업을 하고 싶다.

- 작가 노트 중


▲ A Story of Home Town, 166.2cm * 130.0cm (100호), mixed coloring, 2020 ​



푸른 산, 초록빛 대지를 담아낸 화폭에 대자연의 활기가 느껴진다.


YTN 뉴스퀘어 1층에 전시된 정영모 작가의 초대전이다.


간결한 고향의 풍경이지만, 크고 작은 점들로 가득 채워내 화폭에는 생동감과 역동성이 넘친다.


밝고 맑은 색채, 겹겹이 쌓아 올린 점묘에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과 애틋한 감상이 담겼고,


'숨은그림찾기'처럼 까치와 호랑이, 초가집 등 옛 시절을 추억하는 대상을 심어, 그리움을 얹었다.


입체적인 질감과 경쾌한 색의 향연 속에 작가의 정겨운 고향 이야기가 있다. 그 안에 흠뻑 빠져보자.


YTN 아트스퀘어 정영모 초대전 (3.1 ~ 3.31)


정영모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에코락갤러리 (ecorockgalle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정영모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정영모 작가 -


Q. 닥종이 활용, 점묘화 등 다양한 스타일이 보인다. 언제부터 한국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나?


한국화의 차별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다. 30년 전 기회가 생겨 싱가포르에서 5년간 작품 활동을 했다. 당시 나는 수묵화 작업을 꾸준이 이어왔는데, 싱가포르에서 작품 전시를 하니 내 그림을 보고 ‘베이징화’라고 하더라. 중국과 일본에서 전시할 때는 한국화의 멋스러움과 작품성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제3국에서는 그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화로 보니 충격을 받았다. 물론 싱가포르는 화교 인구가 많아 중국의 문화가 널리 퍼져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다. 당시 싱가포르의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보면 한국화를 소개하는 책자는 가이드 책 한 권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한국화의 차별화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먼저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 어린 시절 만들던 짚공예나 닥종이(한지의 한 종류로, 닥나무로 만든 종이)를 활용해 봤다. 수작업으로 닥종이를 붙이는 작업을 여러 가지로 시도하며 15년간 작업을 했다.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해서 향토적인 정서와 정감을 일으키며 멋스러운 한국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 닥종이를 활용한 작품들 -


Q. 최근에는 아크릴을 활용한 점묘화를 주로 작업한다. 점묘화로 어떠한 특징을 살리고자 하는가?


닥종이 작업을 오랫동안 했지만, 세밀한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아크릴 물감을 활용해 점묘화를 그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은 세밀하고 밀도 있게 색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점묘화의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며, 새로운 기법을 만들었다. 통에 물감을 담아, 캔버스에 물감을 조금씩 짜내며 다양한 형태의 점을 올렸다. 규격화된 점이 아니라, 점 하나하나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 점과 점 사이의 틈새에 또 다른 점으로 채우며 6번 정도 덧입히는데, 그림에 점차 두께감이 생긴다. 또한 밑바탕에 그려진 색도 살짝 비쳐 나오며 조화로운 입체감을 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덧칠을 하면 밑바탕의 색이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색을 살려내며 조화를 줄 수 있다.


그것이 나에게는 옛날 얘기가 단순히 옛 것이 아니고, 옛 것과 현재의 것이 융화가 돼서 존재해 나갈 때, 새로운 생존력을 지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더 발전시키는 것처럼 나의 작업에도 그런 사상이 담겨 있다. 점 하나하나에 과거와 현재에 축적된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 점묘화를 그리는 정영모 작가 -


Q. 작품 소재는 주로 어떻게 발견하나?


이전에는 고향의 모습이나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그렸지만, 지금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든다. 일상 생활에서 마주하는 것들, 여행지에서 포착한 장면들, 과거 회상 등이 모두 소재가 된다.


특히 호랑이, 까치, 초가집과 기와집 등 그 시대 흔적들은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데, 호랑이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에서 상상한 호랑이다. 그런데 나는 호랑이를 그린 건데, 어떤 사람은 토끼로 보고 어떤 사람은 고양이로 보더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답이 꼭 맞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A Story of Home Town, 72.7cm * 60.6cm (20호), mixed coloring, 2022


Q. 화폭을 채우는 밝은 색채가 인상적이다. 밝은 색감에 어떤 정서가 담겨 있나?


요즘은 내가 경험한 것, 느끼는 바가 내 안에서 버무려져 ‘색’으로 표현하는 바가 크다. 이전 작품에는 주로 유년기 시절의 소망이나 꿈을 담으며 화폭에 노란색을 많이 사용했다.


최근 작품은 옛 시절의 추억, 당시 밤과 낮을 떠올리며 ‘코발트 블루’와 ‘초록’을 주로 활용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 저녁이 되면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라고 부르는데, 더 놀고 싶으니까 늘 아쉬웠다. 좀 더 놀다 보면 해가 저물어서 컴컴해지는데, 지금처럼 가로등이 있는 것도 아니니 무서워서 막 뛰어 들어갔다. 떠올려보면 참 즐거웠던 시간이다. 그래서 내게 밤은 단순히 어두움, 무서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 시절 깜깜하지만 아름다운 밤을 '코발트블루' 색으로 나타냈다.


또한 '초록'으로 대칭되게 그린 부분은 어린 시절 여름낮의 기억을 담았다. 들판에 모내기를 할 때 푸르고 싱그러운 배경, 더운 날에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내 몸도 같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 당시의 꿈과 희망을 여름낮에 바라본 ‘초록’으로 넉넉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 A Story of Home Town, 90.9cm * 72.7cm (30호), mixed coloring, 2022


Q. 관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내 그림은 단순한 구도로 보이지만, 그 안은 수많은 점으로 채워져 쉼 없는 나의 이야기,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함축하고 있다.


그림에 펼쳐진 물길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흐른다. 어떤 때는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거센 물결에 담기도 하고, 또한 깊은 물 속에는 나의 부끄러운 마음, 숨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다. 그렇게 물길 아래도 수많은 점으로 채워 다양한 정서를 녹여 냈다.


누군가는 그림의 점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점이라는 어떤 흔적이 각자의 언어로 다가가, 자유롭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A Story of Home Town,, 162.2cm * 112.1cm (100호), mixed coloring, 2022


Q.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온전히 색채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음악을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왜 그림을 보고서는 눈물이 안 날까. 나는 색을 통해 형형색색의 감정들을 온전히 녹여 내고, 전달하고 싶다. 색은 명도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어두운 색이 단순히 어둡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밝은 느낌을 표현해 낼수도 있다. 색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Q. 어떠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착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에는 착하게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돌이켜보면 정직하게 살아야 힘이 있고, 행복하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나 자신이 당당하고 힘이 있어야 메시지도 전할 수 있다. 선한 힘을 바탕으로 내 이야기를 전하고, 평온하고 행복한 삶의 이상을 담고 싶다. 또한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어,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길 바란다.


▲ A Story of Home Town, 116.8cm * 91.0cm (50호), mixed coloring, 2021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