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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뜨거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춤추고파" - 이하진 작가
2022-04-05

이 하 진 (HAJIN LEE)


- 1992 광주 출생, 1997 ~ 2006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에 거주

- 가천대학교 조소과 졸업

- 개인전, 단체전 다수 참여

- 수상 : 2021 뮤즈갤러리 SNS 공모전 1등

- 작품 소장 : 2021 '농심캐피탈 '피냐타'

▲ 사고 파는 사람들의 모습, 130.3x162.2cm (100호), Acrylic on linen, 2021


하나의 세계이자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은 한 개인에게 더할 수 없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

나의 내면의 공간은 멕시코시티에서 한 시간 떨어진 작은 시골 툴라.

강렬했던 태양의 빛과 높은 온도, 끈적했던 선인장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진한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모든 것을 배경 삼아 캔버스 속 그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현실의 순간들을 잊고 다시 회복하고 창조하기를 반복한다.

- 작가 노트 중


▲ 로사드리아나의 초상화, 72.7x90.9cm (30호), Acrylic on linen, 2021


화려한 색감, 이국적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YTN 아트스퀘어에 신진작가 이하진의 초대전이 열렸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막, 강렬한 원색, 붉은 얼굴의 그림 앞에 서면


마치 여행지에 온 듯, 후텁지근한 공기와 낯선 설렘이 느껴진다.


이하진 작가는 멕시코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온도와 습도, 날씨의 영향인지 작가는 각 나라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중 강렬한 태양과 선명한 빛을 내는 멕시코의 인상은 작가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넉넉하고 여유 있는 마을에서 받은 따스함과 아늑함도 작가의 내면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지치고 숨이 막힐 때마다, 어린 시절 붉은 배경에서의 자유, 춤추는 공간을 떠올려냈다.


이하진 작가의 뜨거운 세계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작가가 펼쳐내는 자유와 해방을 느껴보길 바란다.


YTN 아트스퀘어 이하진 초대전 (4.1~4.30)


이하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갤러리 (ecorockgallery.co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하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이하진 작가 -


Q. 작품에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데, 작품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배경이 궁금하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 시절을 멕시코,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거주했다. 여행을 다니면 각 지역의 공기나 날씨가 새롭게 느껴지는데, 나라마다 특유의 색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느낀 인상이나 감흥을 색으로 표현하거나, 해외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을 담아내서 작품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표현되는 것 같다.


특히 멕시코의 기억과 인상이 강렬했다.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멕시코는 내가 열 살 때 가서 2년간 거주했는데, 특히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생활하며 낯선 것이 많았다. 그런데 당시 동네 이웃들이 우리 가족을 정말 환대해 주고, 호기심 어리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도움을 많이 줬다. 그곳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멕시코 생활은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수확, 112.2x162.2cm (100호), Acrylic on linen, 2021


Q. 붉은 색상, 진한 윤곽선 등 작가님의 표현 기법을 소개한다면?


강렬한 색감, 특히 주황이나 노랑을 활용해 뜨거운 햇빛, 온도를 나타내고, 따뜻한 색감을 사용해 정감 있는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 멕시코는 유독 햇빛이 강해서 모든 사물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대상에 색을 많이 올려 색감을 쨍하게 표현한다. 흰색을 섞지 않고, 투명한 색을 여러 번 덧칠하고, 그 안에 명암을 넣고 아웃라인을 그린다.


투명한 색을 쓰는 이유는 사람의 피부색이 투명하게 보여서다. 투명한 색으로 채색하기 때문에, 대상의 형태를 잡아주기 위해 윤곽선을 그린다. 나는 드로잉을 할 때 사진이나 기존 이미지를 찾아보거나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내 기억과 느낌에 의존해 형상을 그린다. 그래서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 같다.


▲ 토르티야, 112.2x162.2cm (100호), Acrylic on linen, 2021 (왼쪽)

▲ 타코, 112.2x162.2cm (100호), Acrylic on linen, 2021 (오른쪽)


Q. 작품에 담긴 스토리나 상상이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특히 멕시코 문화를 잘 보여주는 소재와 스토리를 담고자 했다. <토르티야><타코>는 멕시코의 음식을 주제로 다룬, 두 작품이 연결되는 그림이다.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를 만드는 장면인데, 또띠아 반죽부터 타코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모습들, 가족적인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


평소에는 멕시코를 다룬 주제 외에도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낀 기억도 많이 담는다. 예를 들어 사우나를 너무 좋아하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사우나를 못 간지 오래됐다. 그래서 '사우나가 너무 가고 싶어'로 시작해 '사우나는 어떤 느낌이었지?'를 떠올리며 내 경험과 감정, 공간의 분위기, 온도 등을 연관 지어 담아낸다.


▲ 이하진 작가의 작업실, 판넬 작품들


Q. 조소를 전공해서 그림과 조각 작업을 함께 한다.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나?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해 조소를 전공했다. 대학에 와서는 조각과 동시에 드로잉이나 페인팅도 해보고 다양하게 예술 활동을 펼쳤다.


조소를 전공하면서 인체의 형태, 신체 기관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인체에 관한 세부적인 인식과 통찰을 갖게 됐다. 인체의 형상이나 특징을 이용해 재미난 상상을 하기도 하고, 재해석도 해본다.


특히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표현하거나 사람의 발을 크게 그리는 편인데, 조소 작업을 하던 영향이다.

인체 조각물을 세울 때, 발 면적을 실제 발보다 1.5배 더 크게 만들어야 무게 중심이 잘 잡힌다. 그래서 드로잉을 할 때도 발을 크게 그리게 됐다.

한편으로는 발이 표면에 딛고 선 모습을 좋아하는데, 자연과 인간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안정감이 들어서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담아내고 싶다.


▲ Hachin, 37.9x45.5cm (8호), Acrylic on linen, 2021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Hachin(하친)'은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다. 자화상을 처음 그려보기도 했고, 내 정체성을 잘 표현한 것 같아 애착이 간다.


‘하친’은 멕시코에서 불린 내 이름이다. 멕시코인들이 내 이름 ‘하진’의 ‘진’ 발음을 어려워해서 나를 ‘하친’이라고 불렀다. 당시 나는 멕시코 로컬학교에서 마치 현지인처럼 잘 어울렸다. 멕시코 친구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함께 발표를 준비하고, 공 놀이를 하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내가 색종이 접기로 '튤립'을 만들어 보인 적이 있는데, 종이 접기를 모르는 멕시코 친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종이 접기를 알려달라고 한 수업을 통째로 나에게 맡겼고, 그날 우리는 모두 '튤립' 접기를 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그들과 공유하고 함께 어울려 생활하던 그때의 흐름을 기억한다.


작품 속 인물은 멕시코 인처럼 보이지만 배경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있다. 한국 병풍의 이미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배경에 산봉우리를 반복적으로 펼쳐내고, 태극문양에 사용된 빨강과 파랑으로 무늬를 새기며 내 정체성을 표현했다.

이 그림을 계기로 인물화에도 관심이 생겨서, 인물 표현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 작품 제작하는 이하진 작가


Q. 앞으로 작업 계획은? 작가로서의 포부는 무엇인가.


평면 그림을 다시 입체 조각으로 작업해보려고 한다. 작품 사이즈를 훨씬 키워서 조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올해 목표다. 평면과 조각을 같이 전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작품의 밀도를 높여야겠다', '미친 듯이 그릴 거야'라고 생각하며 조급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면 욕심이나 마음의 불순물들이 가라앉는 걸 느끼고, 본래 내 모습을 마주하면서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다. 요즘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과정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담고 싶다.


▲ 하교, 130.3x162.2cm (100호), Acrylic on linen, 2021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품 대부분은 자연 속의 인간이 중심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각자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행복하고 편안해 보이는 이 사람들은 자연과 인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어떤 기준을 세우고 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관객분들에게 외로운 사막과도 같은 일상 속에서 하나의 쉼터가 되고 싶다. 춤추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유와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 Lover boy, 72.7x90.9cm (30호), Acrylic on linen, 2022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