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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살아 숨쉬는 정물, 고요한 울림 - 이태현 작가
2023-02-13


이 태 현 (Lee tae-hyun)


- 1964년생

- 現)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대구구상작가회, 대구예인회 회원

- 개인전 12회, 단체전 및 해외교류전 130여회, 아트페어, 해외전시 다수 참여


Scent of life, 72.7 x 53cm (20호), Oil on canvas, 2022


삶 속의 다양한 흔적, 기억들을 옮겨 놓은 나의 정물화는

단지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닌 그를 통한 내면의 사유와 정서를 끌어내려 함이다.


색과 구성을 통해 그 주체를 그곳에 있게 한 대상이 전하는 메시지, 사유를

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때때로 꽃은 자아를 반영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며,

자신의 색과 사뭇 다른 세계를 꿈꾸는 내면은 끓어오르는 욕망과의 괴리감을 보여준다.


그로 인한 균열은 극히 미약하나 진행 중이며,

늘도 난 그 틀을 깨트리기 위한 끝없은 자신만의 ‘아프락사스(내면의 성장)’을 꿈꾼다.


- 작가 노트 중


▲ 삶의 향기-청화백자와 목련, 72.7 x 72.7cm (30호), Oil on canvas, 2021


푸른 빛 자기, 그윽한 향이 감도는 하얀 꽃, 그림 앞에 서는 순간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YTN 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에는 정물을 그리는 이태현 작가의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의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릇 하나 꺼내 놓을 때도 마음을 집중한다는 작가.


삶에서 마주한 역경, 기쁨의 순간, 그 기억과 감정들을 다듬어 옮겨내는 작가는 정지된 정물을 숨쉬게 한다.


“나는 예쁜 꽃을 그리는 작가도, 쨍한 기물을 그리는 작가도 아니다. 잘 그리는 것보다, 마음을 잘 담아내고자 한다.”


비움과 채움, 균형을 다루는 작가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유의 공간에 이르고, 고요한 경지를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28일까지다.


▲ YTN 아트스퀘어 이태현 초대전 (2.1 ~ 2.28)


이태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에코락갤러리 (ecorockgalle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이태현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이태현 작가 -


Q. 전시 주제 ‘삶이 향기’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어떠한 장소에 놓인 물건을 보면, 그 물건을 배치한 이의 정서가 보인다. 그것이 내가 정물화로 옮기고 싶은 이유다.


사물의 특징, 배치 등에서 사물을 배치한 사람의 생각과 삶에 관해 상상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즐겁다. 이번 전시 주제를 '삶의 향기(Scent of Life)'라 짓고, 정지된 사물에서 드러나는 삶과 이야기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Scent of life, 91cm x 116.8cm (50호), Oil on canvas, 2019


Q. 동백꽃, 청화백자 등의 소재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동백이 낙화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동백이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통하지 않나. 동백의 붉음이 절정을 맞이할 때, 꽃이 정말 송이 채 툭 떨어지는 거다. 그 모습에 가슴이 막 찌릿했다. 시들시들해지고 빛을 잃어가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장 예쁠 때 절명하는 모습이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렇게 질 수가 있나. 사람은 욕심을 놓지 못하고 끝내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내곤 하는데, 나 또한 동백처럼 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여러 동백의 모습을 수집하며, 청화 백자에 꽂힌 동백도 만났다. 그러면서 청화 백자가 마음에 들어온 계기가 됐다. 청화 백자의 푸른빛, 백자가 풍기는 안정감은 내 안의 사유하는 마음을 담아내기에 적절했다. 간결하지만 기품 있고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조선의 청화백자, 모양과 무늬가 화려한 서양의 청화백자 등을 탐구하며 사물의 아름다움 속에 나의 사유와 철학을 녹여내고자 했다.


'그릇' 이미지는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렸다. 옛날에는 내가 원하면 뭐든 다 담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그릇이 작으니 그 이상 채워지지가 않더라. 비운다는 것도 마냥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 그릇이 참 작았구나'라는 걸 깨달으며 진정한 비움과 채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Scent of life-think, 116.8 x 91cm (50호), Oil on canvas, 2022



Q. 정물화에 작가의 감상, 철학이 깃들어 서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상상, 사유가 궁금하다.



'균형'을 다루는 작가


올해 예순을 맞았다.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그간 사유하고 깨달은 것들이 그림에 그대로 묻어있다.


'Scent of lite-think' 작품의 깃털은 나 자신이다. 깃털은 아주 가벼운 것, 혹은 공중에 날리는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 어딘가 훨훨 날아가거나 우주에 마냥 떠돌아다니는, 깃털처럼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편 열심히 꿈을 좇아왔지만 내가 좇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허탈함의 마음도 있다. 그 속에 단지 허무함보다는, 가볍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도 담고 싶었다.


▲ Scent of life - think, 60.6 x 72.7cm (20호), Oil on canvas, 2022


'Scent of life-think' 작품이 가장 최신작이다. 쌓아 올린 책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탑에 올려진 컵, 그 위에 앉은 조각상은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균형을 맞추고 있다. 나 자신이기도,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딘가 불안해 보여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며 각자의 시간들을 견디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Scent of life, 72.7 x 60.6cm (20호), Oil on canvas, 2022


'사랑'을 말하는 작가


내게 ‘달’은 사랑이다. 달만 보면 그냥 뭉클하다. 그림을 오랫동안 그리기 위해서 주로 초저녁이나 밤에 걷기 운동을 하는데, 걷다 보면 달이 보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을 떠나서, 어떤 특별한 존재나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닌, 내 마음속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거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작품에는 달을 향해 뻗어 있는 동백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그대만을 사랑합니다’라는 동백의 꽃말을 더해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Scent of life(삶의 향기)' 시리즈 중 작약꽃을 그린 작품이다. 작약꽃은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라 의미가 깊다. 아흔 살이 다 된 아버지가 재미 삼아 꽃도 가꾸고 채소도 심곤하시는데, 딸을 위해 목화와 작약을 심으셨다. 목화의 따뜻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작약꽃은 처음 본 거다. 흰 작약꽃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꽃에 담긴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그렇게 뭉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영원히 내 옆에 계실 수 없으니, 감사함과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화폭에 담았다.


▲ Scent of life, 90.9 x 72.7cm (30호), Oil on canvas, 2022


Q.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같은 정물도 어떤 배경 속에, 어떤 사물과 놓여 있느냐에 따라 정물이 주는 인상이 다르다. 정물을 그릴 때 배경, 구성, 색상의 조화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푸른색 표현을 좋아한다. '파랑'은 청명하기도, 차갑기도, 때론 고독하기도, 깊어 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따뜻하게 다가오는 색이다. 푸른색이 주는 느낌, 인상이 특히 나와 닮았다고 느껴 애착을 가진 컬러라 '파랑'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자 한다.


Scent of life-think, 72.7cm x 72.7cm (30호), Oil on Canvas, 2021


Q. 관객에게 전하는 말


나는 예쁜 꽃을 그리는 작가도, 쨍한 사물을 그리는 작가도 아니다.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잘 담아내고자 했다. 뭔가 '좋은 작품을 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욕심이 담기더라.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고자 노력했다. 단순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정갈하고 고요한 정물화를 바라보며 마음의 휴식을 얻고 사유하는 기회가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