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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묵직한 '크래커'가 그리는 작가의 흔적 - 라이언 조 작가
2023-05-10

라이언 조 (Ryan Cho)


• 단국대 도예학과 졸업

• Los Angeles Art Association 회원. Korean Artist Association Southern California 회원

그룹전 57 Shows, 개인전 16 Shows

작품소장
- Los Angeles 한국문화원 : USA,
- Jones Day 국제 법률그룹 : Los Angeles, USA,
- Jones Day 국제 법률그룹 : New york, USA,
- USC (남가주 주립대학) : Los Angeles, USA

▲ Cracker 1122-2, 46.0cm*61.0*4.5cm(15호), Mixed media, ceramic on canvas, 2022


나의 작업은 융합을 도모한다.

동양의 주어진 DNA와 서양의 습득된 경험, 입체와 평면의 조합, 전통과 현대가 함께 노니는 막힘없는 대화.


이 모든 시도는 도예와 조각과 회화와 사진 등, 나의 발현 가능한 모든 장르를 운용함에 기초한다.

나의 상상이 요구하는 실체의 발현은 내가 선택한 틀과 도구 안에서 서로 합체하고 때론 보완한다.


나의 작품이 머무르는 영역은 재료와 기법에 의한 구분이 한계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소재의 융합을 통해 전해지는 삶의 은유적 이야기로, 또는 일갈하는 외침의 메세지로 소통하는 무한의 공간이고 싶다.


- 작가 노트 中


▲ Cracker 1022-4, 61.0cm * 45.5 * 5.0cm (12호), Mixed media and ceramic on canvas, 2022


묵직한 크래커를 긁어내린 듯, 아래 물감이 흘러내려 뭉쳐져 있다. 두툼한 질감, 선명한 색채와 어울려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재미작가 라이언 조의 초대전이 YTN 1층 아트스퀘어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가에게 창작의 토대가 되는 것은 '융합'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33년을 살았고 미국에서 25년을 지내온 작가는 동서양의 문화, 감수성을 받아들이고 체화한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크래커’로 표현한다.


서양 식문화를 상징하는 ‘크래커’의 모양을 흙을 빚어 구워낸 ‘도자기’ 재료로 실체화해 그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것이다.


특히 아크릴, 한지, 도자기 등 이질적인 재료, 다른 성질의 질감이 뒤섞인 작품은 융합의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며, 특유의 세련된 감각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전시는 31일까지다.


▲ YTN 아트스퀘어 라이언조 초대전 (5.1 ~ 5.31)


라이언조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에코락갤러리 (ecorockgalle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작품을 소장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라이언 조 작가와의 일문일답

- 작품 제작하는 라이언 조 작가 -


Q. 전시의 주제인 '융합'의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융합’의 의미는 제 작업의 기본 틀을 구성하는 대전제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융합, 회화와 조각의 융합, 여러 가지 재료의 조합 등이 포함돼요. 동원 가능한 모든 융합의 요소를 구상하는 것이 이미지 작업의 출발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33년을 살았고 이후 미국에 이민을 와서 25년을 살았어요. 한국에서 형성된 성격, 미국에서의 다양한 자극과 경험이 축적된 것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Cracker 1022-3, 46.0cm*61.0*5.5cm(15호), Mixed media and ceramic on canvas, 2022


Q. 작품의 중심이 되는 '크래커' 이미지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한국인으로 타고난 DNA에 미국에서의 삶을 통해 체득된 경험이 더해진 저의 정체성을 크래커로 형상화했습니다. 동양의 근간을 이룬 ‘도자기’를 재료로, 서양의 식문화인 ‘크래커’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동서양의 문화, 감수성을 체화한 저 자신을 나타냅니다.


흘러내리는 물감, 긁어내기 등의 표현 기법은 화백 하종현 선생님, 박서보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물감이 흘러내리거나 뭉쳐진 흔적 등이 ‘작가의 흔적’이라는 의미로 제게 다가왔었어요. 제 작품에서는 나를 비유하는 ‘크래커’가 훑고 내려와서 흔적을 만들고, 거기에 더해 떨어져 나오지 않고 화면 속에 저 자신이 들어와 있는 거죠.


▲ Cracker 0922-1, 61.0cm*45.5*5.0cm(12호), Mixed media and ceramic on canvas, 2022


Q. 크래커의 형체가 도자기로 구워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습니다. 도예를 다루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학부 때 석고 작업을 하며 전율을 느꼈어요. 어느 정도로 도자기에 미쳐있었냐면,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와서도 도예 작업만 하다 복귀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한동안은 회화 작업에 몰두하다 7년 전 크래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도예 작업을 했어요. '크래커' 시리즈가 제 작품의 아이콘이 됐는데, 도자기가 나와 정말 인연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한국에서 작업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의 크래커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당시 도자기를 다루는 사람들한테는 불문율이라는 게 있었어요. 도자기에 올리는 모든 그림은 도자기용 안료와 유약을 사용해서 표현해야 된다는 보수적인 원칙이 있었죠.


도자기용 안료로는 선이 분명하게 면과 면이 딱 떨어지게 채색하기 어려워서 저는 도자기를 아크릴로 채색을 하는데요. 도자기로 만든 크래커는 나 자신을 비유하고, 나 자신에 무엇을 올리든 그건 제 자유잖아요. 공식을 깨면서 특별한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Cracker 1122-7, 46.0cm*61.0*4.5cm(15호), Mixed media, ceramic on canvas, 2022


Q. 오랜 시간 도자기를 다룬 만큼, 애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도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도예는 원초적 재료(Raw material)를 가지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물감 등 기성 재료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논두렁의 흙을 떠다가 그릇 정도의 퀄리티까지 만들 수 있죠.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도자기를 다루는 지식, 경험, 기술이 방대하게 축적되어야 합니다. 끊임없는 반복과 경험을 요구하는 과정들이 작가 개인을 단련시키죠.


도예는 모든 과정이 ‘불’을 겪어야 완성되기에 인간의 욕심과 능력으로 완전히 장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매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미흡한 점을 돌이켜보고, 부족한 2%를 채우려는 마음이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끌려가고 또 어떤 때는 끌고 가면서, 지칠 틈도 허락하지 않는 과정 속에 삶을 배우고, 겸손을 배웠습니다.


▲ Cracker 1122-4, 52.0cm*67.0*8.0cm(15호), Mixed media, ceramic on canvas, 2023


Q.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질감 표현이 독특해 보입니다. 'Cracker 1122-4' 작품은 재료가 한지이지만 표면이 날카로워 보이는데요.


'Cracker 1122-4' 작품은 실제로 작품 케이스 없이 손으로 만지면 다칠 정도로 바삭바삭해요. 에나멜 코팅을 한 거예요.

한지 면을 잘라서 하나하나 뒤틀어 붙인 다음에 잉크로 염색을 한 겁니다. 한지를 적셔 놓고, 겹쳐 놓은 상태에서 잉크로 계속 반복해서 염색을 하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요. 이후 한지를 완전히 건조한 후에 에나멜로 코팅을 해서 바삭해진 거죠. 보시는 분들이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유리 같기도 하다며 흥미롭게 바라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 Crecker 1222-1, 46.0cm*61.0*5.0cm(12호), Mixed media, ceramic on wood board, 2022


Q.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제작 과정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주의하는 단계는 ‘마무리’입니다. 완성도 있고, 철저히 점검돼 누가 봐도 정확히 ‘마침표’가 찍혀있다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작가의 시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보는 이들이 저마다의 감정을 나누고, 자의적 스토리를 더해 공감과 소통이 확장되면 더욱 좋겠죠.


‘소통’의 바램은 언제나 가득합니다. 작품을 통해 서로의 마음속 문장을 나누고, 제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면 제게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