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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스토리] “마스크 써주세요!”에 버럭한 손님, 알고 보니…
2020-12-07

YTN 단독 취재 후기 / 전국부 대전지국 이상곤 기자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설에서 마스크를 미 착용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입이나 코를 완전히 가리지 않는 이른바 턱스크도 단속 대상입니다."

2020년 11월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계도 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열흘도 안 돼 회사로 '카페에 턱스크 하고 오신 분' 이란 제목으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카페에 턱스크 상태로 들어온 손님에게 사장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업주의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페 영업지역은 충남 당진. CCTV에 찍힌 손님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고, 해당 손님을 찾기 위한 추적이 시작됐습니다.

마스크를 써달라는 요청에… CCTV에 찍힌 황당한 모습들

11월 20일 오후 5시쯤 촬영된 커피숍 내부 CCTV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이른바 ‘턱스크’ 상태로 남성 2명이 들어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이 손님들은 계속 턱스크 상태로 카페에 머물렀고 한 남성이 계산대에 다가간 뒤 본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시작됐습니다. 이 남성은 턱에 걸친 마스크를 올려 쓰더니 손을 내밀며 업주에게 무언가를 계속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행동은 4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카페 업주는 해당 손님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말하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손님이 ‘자신이 강원도에서 왔다.’, ‘비염이 있는데 마스크 써서 죽으면 책임질 거냐?’ 등을 따지며 말했고, 공문이 내려온 게 있으면 보여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뒤 일행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이 남성. 이번에는 코를 내놓은 채 업주 앞에 다시 섰습니다. 계속 마스크를 만지며 이야기하더니 일부러 마스크를 내려 입을 보이는 행동을 3차례나 하고 업주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 손을 뻗는 행동도 2차례나 목격됐습니다. 또다시 4분 정도 시간이 흘렀고, 이 남성은 밖에서 일행이 부르자 겨우 카페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상황을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카페 면적이 작아 ‘마스크 미착용’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을 때 소규모 카페에서는 손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코앞에서 주문한다고 해도 업주가 취할 수 있는 방역 조치가 없어 코로나19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손님들이 카페를 찾은 날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3백 명을 돌파하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진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업주가 마스크를 써달라는 요구에 행패를 부린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남아 있던 단서는 함께 왔던 일행이 당진시청 민원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소문 결과 당시 일행은 관리자급 공무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직접 만나 함께 있던 일행의 신분 확인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마지막으로 기자 연락처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첫 단독 보도가 시작됐습니다.

행패를 부린 손님도 당진시청 관리자급 공무원

첫 보도 이후 기사 댓글에는 카페에서 행패를 부린 남성뿐만 아니라 함께 있었던 당진시청 공무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행패를 부린 남성의 신원에 대한 제보가 추가로 접수됐습니다. 이 남성 역시 당진시청 관리자급 공무원이라는 것. 곧바로 대전에서 충남 당진으로 출발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보한 사진 속 인물과 CCTV 남성의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부서 앞 명패에 있는 사진을 통해 행패를 부린 남성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당진시청에 도착했을 때 해당 공무원은 회의 중이라 당진시청 관계자들과 먼저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간부급 공무원들이 강원도로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한 것을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당진시가 행패를 부린 손님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상 모든 사실을 파악하고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해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만난 해당 공무원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사과했지만, CCTV에 찍힌 행동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됐습니다.


결국, 이번 일로 김홍장 당진시장이 비대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해당 공무원들은 직위 해제됐습니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으로 추후 징계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 달성… 별명은 ‘백만 기자’

두 번째 단독 보도 이후 ‘백만 기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해당 기사의 유튜브 조회 수가 하루 만에 백만 건을 넘었다며 황보연 전국부장께서 붙여준 별명입니다. 다른 선후배의 좋은 기사도 많은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수치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일에 대한 공분과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의 단독 보도 이후 찜찜한 기분이 남아 직위 해제된 공무원들이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온 강원도 출장에 대해 추가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출장을 떠난 11월 19일은 당진 현대제철소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진행돼 방역에 비상이 걸린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석자 명단 확인한 결과 해당 워크숍에는 보건소 방역 책임자 등 관리자급 공무원들이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험 교육을 받았는데, 문제는 방역 책임자들이 대규모 집회에 자리를 비운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진시는 집회에 대한 방역 관리를 안전총괄과에서 맡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만약 당진지역에 확진자 발생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상황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에 대한 방역 관리를 위해 공무원 백여 명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해당 워크숍이 강행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