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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스토리] "해가 바뀌고 보니 세상은 더 비정상화"
2021-01-18

조수현 국제부 기자 / 2020년 연말 자랑스러운 YTN인상 공로상 금상 수상자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 19'와 '미국 대선'이라는 묵직한 현안을 다루면서 개인적으로는 보도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구촌이 더 크게 동요할수록, 세상에 처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할수록, 국제 뉴스의 비중이 커진다는 씁쓸한 현실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할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19 뉴스특보 출연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두세 달이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해가 바뀌고 보니 세상은 더 비정상화되어 있었습니다. 과분한 상과 함께 연말연시를 보내게 되면서, 지난 1년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중순, 코로나 19 발병지인 중국 우한을 넘어 전 세계적인 ‘1차 확산’이 본격화했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고, 미국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처음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숫자에 무감각해질 정도로 각국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의료 체계가 특히 열악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무방비 상태로 최대의 보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현장들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현지 당국 기자회견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현장 상황을 담담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자세로 하루하루 출연에 임했습니다.

모두에게 힘겨운 나날이 이어지는 ‘팬데믹’ 속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소식을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순간들에는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 사태로 폐쇄된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서 연 공연,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입니다. 관객 한 명 없이 텅 빈 성당에서 진행된 공연을 수십만 명이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봤고, 봉쇄된 국경을 넘어 희망을 노래하는 보첼리의 모습은 지구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환자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코로나 19 최전선에서 함께 사투를 벌이는 미국 간호사 부부, 그리고 코로나 19에 걸린 영국인 여성이 혼수상태에서 건강한 쌍둥이를 출산한 소식도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지구촌이 공통된 보건 위기를 겪으면서 정치와 이념, 진영을 초월하여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함께하고 서로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을 이런 사연들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 치러진 미국 대선도 한 마디로 역사적이었습니다. 사상 최대의 우편투표율과 함께 제기된 민주당 부정선거 의혹, 그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불복 소송전까지,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투표와 개표 상황이 이어졌던 11월 첫 한 주 동안 트럼프·바이든 두 후보의 입장 발표 동시통역과 속보 출연을 이어가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에 의해 많이 희화화된 점 때문에, 실제로 부정선거 증거들이 속속 나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소송전이 ‘억지 주장’으로 비치며 다소 우습게 묘사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19 방송에 무게를 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 대선 후폭풍은 심층적인 보도보다는 분수령이 되는 주요 뉴스와 전체적인 흐름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민주당의 전자개표기 조작 논란과 우편투표자 신분·서명 확인 문제 등을 어느 정도 출연에 반영하였지만, 결국 속 시원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하게 덮이게 되며 관련 보도에도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은 마무리되었지만, 코로나 사태 종식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일일 출연을 이어가고 있는 2021년 1월 현재, 지난 1년간의 보도 과정을 되새기며 앞으로 방송 품질을 더욱 향상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