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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대선급 관심’ 부산시장 보궐선거…감염 위험성도 역대급
2021-04-19

차상은 보도국 전국부(부산지국) 기자 / 4.7 전국보궐선거 취재 후기

7살 딸아이에게 퀴즈를 냈습니다. 다음 중 우리나라 대통령은?

1)안철수, 2)문재인, 3)박영선, 4)오세훈. 문제를 듣자마자 아이가 외칩니다. “아빠, 박영선이랑 오세훈은 서울시장 후보잖아~.”

일부 가정의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대통령은 몰라도 지방선거 후보는 알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던 4.7 보궐선거가 끝났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1, 2위 도시의 수장을 동시에 결정하다 보니 부산은 서울 못지 않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사에 ‘대선 전초전’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사실 부산에서 느끼기에는 대선 때보다 더 치열했습니다.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대형 사건·사고 때나 볼 수 있었던 ‘서울발’ 타사 취재진이 부산으로 몰려왔고, 덕분에 취재 경쟁도 뜨거웠습니다. YTN은 부산에서 제법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준비한 현장 스튜디오에서 후보간 쟁점 등을 분석하고, 투표에 앞서 부산 도심을 누비며 생생한 선거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데 집중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서울과 창원, 울산에서 달려온 선후배들이 함께 해줘 부산지국 식구들은 일손 부족하지 않게 취재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 역시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졌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1년 전보다 방역지침이 더 꼼꼼하게 준비됐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투표소를 찾아온 유권자들이 행여 마스크 밖으로 코나 입이 나오지는 않을까 잔뜩 신경 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연일 5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4차 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방역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선거판에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고 그 중심에는 선거사무소가 있습니다. 각 정당 관계자들과 취재진, 그리고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후보를 응원하는 지역 주민들로 선거사무소는 수시로 가득 찼습니다. 확진자 1명이라도 다녀간다면 초토화될 게 분명했습니다. 혼잡한 상황에서 명부를 적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부산에서 하루 확진자가 수십 명씩 쏟아지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 컸습니다. 선거사무소 방문이 내키지 않았지만, 후보나 선대위의 말이 곧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선거가 끝난 지 5일째,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 후보 선거사무소에 있던 한 방송사 중계진이 서울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당시 같은 공간에 있었던 부산지국 식구들은 서둘러 가장 가까운 보건소로 달려갔고, 다음날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족과 함께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선거사무소 관련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선과 증상 발현일 등을 종합해보니 확진된 중계진은 선거 이후 서울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별일 없이 지나간 셈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선거 취재는 결국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도 우리 사회에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기도 합니다.


선거를 치르고 나니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제기된 후보 의혹을 면밀히 파고들었다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봤다면, 지지율이 낮더라도 좋은 공약을 낸 군소 정당 후보를 소개했다면, 시청자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네거티브를 비판하면서도 네거티브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함께 애써주신 모든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