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Y스토리] 선거 보도를 위한 변명
2021-04-19

송재인 보도국 정치부 기자 / 4.7 전국보궐선거 취재 후기

두 번째 선거였습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부에 발을 들였으니 꼭 출입 1년 만에 다시 맞는 선거였네요. 첫 선거보단 덜 서툴렀지만, 도통 쉬워지진 않았습니다. 1년 동안 머리가 커버렸는지, 기사 쓸 때마다 눈치도 없이 고민이 찾아왔습니다. 한참을 손이 멈춰 있었습니다. 물론 때마다 그만큼의 무게를 기사에 담아냈냐 하면 역시나 할 말은 없는 말진입니다. 다만 변명거리는 좀 생겼습니다.


하루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예상만큼 바빴습니다. 선거대책회의로 간판을 바꾼 아침 회의 발언들을 받아치고, 정리하고, 기사로 써냅니다. 이쯤이면 후보들의 오전 유세 발언들이 쌓여있습니다. 주요 발언에 별표를 여럿 붙이고, 따로 뜯어내서, 기사에 싣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취재원과 발언 지분을 겨루듯 대화를 쏟아내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오후에도 역시나 집중하는 건 말, 말, 말입니다. 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나오면, 저는 더 많은 말로 질문을 던집니다. 돌아오는 것도 역시 말입니다.

선거철마다 언론은 정치인들의 입만 지켜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선거에서 더 무겁게 다가온 지적입니다. 군소 후보까지 포함해 모든 후보들의 공약을 마침내 전부 뜯어본 건 결국 기자실에서가 아니라 집에서였거든요. 기자라기보단, 유권자라서 그랬습니다. 이쯤 되니 말에서 시작한 기사를 쓴 날이면 죄책감이 찾아왔습니다. 스피커 역할에 갇혀있나, 주눅 들었습니다.


과연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제가 하고 싶은 변명입니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내놓는 말의 무게를 부러 낮춰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입을 통해, 말을 통해 확인하거나 내다볼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고 믿습니다. 때에 따라선 더 투명하게 다가올 때도 있겠지요. 누군가에겐 청년 유권자에 대한 한 후보의 판단이, 다른 누군가에겐 사상자 6명이 나왔던 사건에 대한 한 후보의 발언이 그랬을 겁니다. 권력형 성범죄가 촉발한 선거라는 점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여야가 쏟아내는 차별성 발언들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 말들은 기사가 됐습니다.


결국 말꼬투리 잡기 아닌가, 다시 돌이켜봤습니다. 역시 과연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군소 정당들에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의 성향을 톺아보면, 언어 감수성을 무시할 수도 없는 사회가 된 건 분명해보입니다. 그런 만큼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입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이제 유권자들의, 시민들의 입과 말에 주목하면서, 변명거리는 조금 더 줄여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