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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스토리] 영화 모가디슈 그리고 CNN 효과
2021-08-09

영화 ‘모가디슈' (감독 : 류승완,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코로나19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개봉 2주차 현재, 전국 약 200만 관객을

넘기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따지면 5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셈이다. 류승완 감독과 그의 영화사 ‘외유내강’은 요즘

한국 영화계의 준 메이저 급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 <베를린>, <베테랑> 등 잇따라 대형 히트작을 냈던 류승완은 <군함도>로

잠시 주춤한 사이 오히려 제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엑시트>, <사바하>, <시동> 등이 모두 그가 제작한 작품이었다.

류승완은 이번에도 연출작 <모가디슈> 외에 황정민 주연의 <인질>을 제작했고, 또 다른 연출작 <밀수>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장르 영화감독이라는 평가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그렇다면 <모가디슈>는 왜 인기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모가디슈 주재 한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을 각각

탈출한 김윤석, 허준호 팀이 합세하여 쿠데타 반군을 따돌리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할리우드

못지않을 정도가 됐으며 특히 류승완의 액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이 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찍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말리아 거리를 비교적 대규모 세트로 재현해 낸 점이나 그 구간에서 자르고 끊어서 찍은 후 그걸 다시

리얼하게 편집해 낸 추격전의 속도감이나 영화의 모든 요소가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한국 영화에서 류승완만큼 격발(擊發)의 반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감독도 드물다. 이건 거의 마이클 만 감독이 <히트(Heat)>와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에서 보여 줬던 수준이다. 당시 마이클 만은 영화 속 범인이나 형사의 어깨에 카메라를 걸어 찍었다. 총을 쏠 때의 그 반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장면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에서 보여 준 원 씬 원 컷의 총격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그만큼 잘 찍었다는 얘기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가 인기를 모으는 진짜 이유는 스토리의 힘이다.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용어를 극렬하게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진정성 때문이다. <모가디슈>는 1990년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을 그리는

척하며 사실은 남북한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가, 혹은 앞으로도 또 어떻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북한 문제를 다룬 이제까지의 영화 가운데 가장 멀리 나간 작품이다. 그 우회로가 가장 길지만 그 주제 의식은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서는 작품이다. 오히려 숏 컷의 느낌을 준다. 류승완 감독의 사회 의식, 정치 의식이 그 어떤 사회과학도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 준다. 대중은, 재미를 통해 사회정치 의식이 길러질 때 진짜 민중이 된다. <모가디슈>는 민중을 자각시키는 영화이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슬기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한 마디로 <모가디슈>는 상업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작품이다. 대중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그렇다면 이 영화가 미디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바로 소말리아 때문이다. 소말리아 내전과 관련해서 CNN이 했던 역할,

이른바 ‘CNN 효과’ 때문이다. ‘CNN 효과’란 CNN이 전 세계의 주요 사건 사고를 24시간 생생하게 중계, 보도함으로써 그것이

해당 국가는 물론 관련 국가의 정치, 사회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CNN이 보도하면 국가가 전쟁에

개입하게 되는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이 전쟁의 과정은 24시간 내내 신속하게 다시 보도됨으로써 세계 여론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성과에 따라 다시 전쟁을 중단하거나 파병 군대를 철수하게 만든다. 걸프전과 소말리아 내전, 보스니아와

코소보 사태 때 그랬다.


‘CNN 효과’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의 미디어 이론이었지만 작금에 들어서는 다소 부정적이거나 황색저널리즘을 비판하는

용어로 쓰인다.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면 국가가 내전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난리, 그 과정에서 성과가 없으면 이번엔 또 공연히

내전에 개입했다고 난리, 그렇게 논조를 편의대로 왔다갔다할 때 쓰인다.


우리도 요즘 그런 예가 많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더니 막상 접종이 시작되자 백신 구입이

늦었다고 난리, 이번엔 또 백신을 비싸게 사온데다 과도하게 많이 구입해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고 난리를 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언론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언론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하락하게 되는 이유다. ‘CNN 효과’라는 용어가 ‘YTN 효과’라는 말로 치환될 수도 있겠다.

언론 불신의 시대, 이왕이면 좋은 의미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응원해본다.

영화 평론가 오동진 (YTN 기자 출신,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BIFF 아시아필름마켓 공동위원장,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