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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노조위원장의 비리!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2022-06-08

■ YTN 보도국 사회1부 이준엽 기자


[취재후기] 노조위원장의 비리!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 횡령 의혹 연속보도>

방송기자연합회 제163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수상 - 사회1부 박기완·이준엽 기자, 영상취재부 윤소정 기자

-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한 사회1부 이준엽 기자, 영상취재부 윤소정 기자 -


‘노조위원장이 노조비를 횡령했다.’ 흔하기까진 않더라도, 종종 있는 제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취재하다 보면 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내밀한 회계자료까지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제력을 가진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결국 ① (주로 증언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변죽만 울리거나 ② 수사기관 발 정보에 의존하거나 ③ 포기하고 맙니다.


반면에 진병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취재는 대부분 직접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진 위원장과 함께 일하며, 경찰 수사 이후에 일부 증거인멸 작업에 가담하기도 한 직원들이 직접 ‘양심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횡령의 증거인 회계자료, 아들 특혜채용 증거인 임금지급 내역과 근태, 증거인멸을 자인하는 음성 녹취까지 모두 입수했습니다.



뚜렷한 증거를 손에 들고 있었기에 오히려 부담은 컸습니다. 혐의를 과장하거나, 축소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더라도 기자가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할 수 없었습니다. 엑셀 파일로 정리된 방대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 각 노조 계좌 입출금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90분이 넘도록 진병준이 산하 지부 간부에게 자신의 혐의를 실토하는 녹취도 여러 차례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습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근거를 모두 정리했지만, 의외의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진병준 위원장의 입장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포기해야 하나 했을 무렵 한국노총이 쓰지 않는 다른 사무실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분 30초 넘게 뒤쫓았지만 들을 수 있는 해명은 “경찰 조사를 받고 말하겠다”가 전부였습니다.



YTN이 최초 보도한 지 한 달이 넘었고, 진병준 위원장은 한 차례 불참한 끝에 결국 경찰 1·2차 조사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받으면 속 시원히 기자를 만날 수 있다”고 호언하던 위원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이, 법원의 중지 가처분 명령을 무시하고 반대파들을 제명하며 반성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은 받는 즉시 차단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고 매달 노조비도 내고 있습니다. 일해서 돈 버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런 돈을 매달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노조에 내는 건, 힘들거나 부당한 일이 생길 때 노조가 나를 지켜주리라, 나의 힘이 돼주리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벽 건설 현장으로 출근해 받은 돈을 몇 공수씩 떼어 노조에 낸 건설 산업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도 절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도 이후에도 묵묵부답인 진 위원장의 행보 탓에 노조원들에게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있고 한국노총에는 위원장 해임 권한이 없다 보니 건설산업노조 전체가 연맹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노조원 대부분이 진 위원장에게서 돌아섰지만, 진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욕설하는 등 기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진 위원장이 입을 열 때까지 관심을 갖고 사태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지켜볼 예정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건팀에서 다른 팀원들이 묵묵히 일해준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항상 지켜보고 바로잡아 주시는 이대건 사회부장, 전준형 데스크, 안윤학 캡께 감사드립니다. 수상팀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멋진 그래픽 작업을 비롯해 많은 조언을 주신 이상엽 선배와 진 위원장을 함께 쫓아준 대전지국의 양동훈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