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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특종, 나만 아는 진실일까? 나만 그렇게 생각할까?
2023-01-16

■ 이준엽 사회부 기자


[수상기] 특종, 나만 아는 진실일까? 나만 그렇게 생각할까?


◆ 2022년 연말포상 YTN 대상 (특종부문)
다수의 특종 보도로 YTN 뉴스의 질적 향상 기여 - 사회1부 이준엽, 영상취재1부 김세호, 윤지원

2022 연말포상 'YTN 대상' 수상하는 사회1부 이준엽, 영상취재1부 김세호, 윤지원


특종 : 어떤 특정한 언론사에서만 얻은 중요한 기사.

운이 좋게도 ‘다수의 특종 보도’를 했다고 YTN 대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다고 표현한 이유는, 특종 제보란 늘상 제 역량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을 적으로 규정한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문건 보도는 경제부 선배가 전달해준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진병준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의 횡령 비리 보도는 정치부 선배가 받은 제보에서 출발했습니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고 특채 의혹은 다른 일로 만났던 취재원의 전화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결국 제보자들이 다른 언론사를 제쳐두고, YTN에 연락해 온 것은 특정 기자를 믿어서가 아닙니다. 기자 누구를 믿어서가 아니라, YTN이 다른 언론사보다 더 잘 보도해주리라 믿기 때문에 제보합니다. 보도채널로서 선배들이 쌓아올린 경쟁력을 느낄 때마다 저도 기사 하나하나 더 잘 써야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회사로 들어온 특종 제보가 우연히, 여러 건 제게로 온 건 아주 운이 좋은 일입니다.



[단독] "장애인단체 실점 찾아라"...서울교통공사 대응 문건 논란

(YTN 뉴스화면 캡처)


운 좋은 일이지만, 사실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특종 보도란 열이면 열 누군가를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특종에 으레 다는 ‘[단독]’ 꺾쇠가 붙으면 관심도 쏠립니다. 보도로 한순간에 누군가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게 됩니다. 가령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상대로 앞뒤가 다른 뒷공작을 펼치는 조직이 됐습니다. 진병준 위원장은 횡령범이 됐습니다. 김순호 국장은 ‘배신자’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삶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취재가 무척 무섭게 느껴집니다. 문제 문건을 만들었던 공사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됐고, 진병준 위원장은 징역형에 처해졌는데, 이들이 정말 잘못했는지 또는 잘못한 만큼‘만’ 비판했는지 따지다 보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일단 보도하면 무를 수 없기 때문에 취재하면서도, 보도한 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단독] 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 "최악이면 6개월 실형"...'옥중당선' 계획까지

(YTN 뉴스화면 캡처)


항상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도 보도하지 않은 내용,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일까? 아니면 실은 나만 잘못 알거나 오해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다른 언론사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는 내용을 보도할 때는 그나마 덜 하게 되는 고민입니다.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확실하게 취재하는 것. 더 많이 알아보고, 알아본 내용에 대해서 가감 없이 기사를 쓰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는 그래서 무척 바빴습니다. 더 확실한 문건이나 자료를 확보하려 애썼습니다. 비판하려는 상대 입장을 듣고, 반박의 재반박을 거듭하며 지적의 정확성을 높였습니다.


[단독] "노동운동하다 자백 후 대공특채까지"...경찰국장의 수상한 1989년

(YTN 뉴스화면 캡처)


이 과정에서 항상 중심을 잡아준 것은 선배들이었습니다. 사회1부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 혐오 문건에서 무엇을 핵심으로 비판해야 할지 정리해줬습니다. 진병준 위원장이 ‘옥중당선’하겠다며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인 녹취를 확보했을 때는 리포트를 두 꼭지로 벌리면서 힘을 실어줬습니다. 사건팀 데스크는 김순호 경찰국장 1보를 한 시간 넘게 다듬으며 엉성하던 기사를 환골탈태시켰습니다. 김 국장 내용을 취재할 때 사건팀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에도 아침부터 새벽까지 제 전화를 받으며 취재 방향을 지도했습니다.


더 넓게 눈을 돌려보면 수고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취재진이 공사 직원을 만나고, 진 위원장을 찾아가고, 김 국장을 인터뷰할 때도 YTN은 ‘온에어’입니다. 동료 사건팀원들은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중계와 리포트를 소화해야 합니다. 누군가 화재 현장으로, 살인사건 현장으로 대신 가지 않으면 특종 취재도 불가능합니다. 영상취재와 편집, 그래픽 제작을 다른 팀원들이 맡아야 하는 건 물론입니다. 이렇게 ‘다수의 특종 보도’는 수많은 수고 사이에서 탄생했고, 대상은 이름을 빌려 수상한 것뿐이라고. 그리고 두려움 끝에 나온 기사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격려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YTN에 벽돌을 튼튼히 놓는 기분으로 성실히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