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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애도의 여정,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기록하다" (의사자 임세원 추모 다큐, 한국PD대상 라디오작품상) - 김혜민PD 수상기
2023-04-12

■ 김혜민 YTN라디오 PD


[수상기] "애도의 여정,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기록하다"


YTN라디오 <의사자 임세원 추모 다큐멘터리>

* 제35회 한국PD대상 라디오 작품상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22년 12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 YTN FM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혜민 PD -


겨울이면 함께 스키를 타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의 아버지가,

2018년 마지막 날... 죽었다.


나의 아버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세원.

1971년 8월 1일 출생, 2018년 12월 31일 사망.


“내 일은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좋다. 이것은 나의 일, 나의 직업이며 나는 이 직업에 만족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언제나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고,

짙은 어둠 속으로 숨은 이들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려 했던 나의 아버지.


<<고 임세원 교수 추모 다큐멘터리 1부 나의 아버지, 임세원을 만나다 중>>


- 故 임세원 교수 추모콘서트 현장 -


<<의사자, 임세원 추모 다큐멘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케롤과 스키장 소리, 이어지는 병원 사이렌 소리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 임세원 교수의 큰 아들 임정섭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2018년 12월 31일, 환자로부터 피살당했습니다.”


YTN 라디오는 2019년부터 매년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추모콘서트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를 매해 12월 개최했고, 2022년에는 그를 기억하는 추모 다큐멘터리 2부작을 만들었습니다.


추모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내용은 굉장히 전형적입니다.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돌아가셨고, 남은 자들은 고인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이어가야 하는지를 담습니다. 이 평범한 구성의 추모 다큐멘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사람은 임세원 교수의 아들 임정섭 군입니다. 다큐멘터리 구성으로 고민 중일 때 임세원 교수의 현충원 안장식에서 정섭 군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보낸 아들은 대학생이 됐습니다. 정섭 군은 생전에 사이코드라마 치료를 잘했던 아버지처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꾼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정섭 군에게 아버지 추모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습니다.


- 임세원의 아들 임정섭 군 (故 임세원 교수 추모콘서트 中) -


그는 기꺼이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여전히 아버지를 보내지 못한 아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임세원의 아들과 임세원의 삶과 죽음의 현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친구와 동료, 환자들을 만나 아버지의 삶을 물었습니다. 그들로부터 아버지가 만들고 싶었던 세상을 취재했습니다. 아버지는 마음 아픈 사람이 없는 세상과 그들이 숨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병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차마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지막이 담긴 사고 cctv를 봤습니다. 환자들과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을 대면했습니다. 마침내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보내줬습니다.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깨달았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아버지 임세원이 아닌 아들 임정섭이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고, 황망한 마음과 분노로 몸과 마음을 가누지 못한 남은 자가 어떻게 떠난 자를 기억하고 애도하고 어떻게 떠나보내줘야 하는지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 임세원의 아내 신은희 님 (故 임세원 교수 추모콘서트 中) -


아들 정섭이는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디님. 친구들이 저에게 예전에 저로 돌아온 것 같대요. 잠도 잘 자요. 그리고 이제 아빠를 생각하면 슬프고 화나는 마음이 아닌, 좋았던 기억들이 생각이 나요.”


세월호, 10.29참사, 산업재해, 자연재해 등으로 갑작스럽게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내는 일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때론 이 세상은 피해자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일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비정상적인 이런 세상을 조금은 돌아보게 할 수 있다면, 임세원 교수도 기뻐할 것 같습니다.


<의사자, 임세원 추모 다큐멘터리>로 분에 넘치는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수님. 먼 훗날 만나면 제가 상턱 꼭 내겠습니다. 그때까지 평안히 쉬세요.


- 김혜민 YTN라디오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