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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어서와 '아빠 육아'는 처음이지? - 편성기획팀 한성구PD
2023-05-18

■ YTN 편성기획팀 한성구PD


오전 7시, 아침을 깨우는 알람이 울립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맞춰 아들 지용이를 안아 뒹굴뒹굴, 아이를 깨우고 아내와 출근 준비를 시작합니다. 욕실 혼잡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저는 20분 정도 먼저 일어나 준비를 끝내고, 아이 기저귀 갈기, 우유 먹이기, 옷 입히기를 하며 아이 등원 준비를 서두릅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맞벌이 부부의 고된 아침 풍경이지만 저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육아휴직을 완수하고 ‘행복한 일터’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청자센터 편성기획팀에서 OAP 업무를 담당하는 한성구 PD입니다. 아내는 사이언스TV국에서 과학 콘텐츠를 제작하는 김희선 PD고요, 아이는 올해 처음 어린이집이라는 곳을 경험하고 있는 생후 26개월 차 SKY 직장어린이집 소속(?) 한지용 군입니다.


2021년생인 지용이는 올해부터 어린이집 입학이 가능했어요. 그전에 아내가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아이를 돌봤지만, 어린이집 입학까지는 아직 10개월이 더 남아있었죠. 그래서 당연히 아빠인 제가 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저의 육아 생활이 시작됐는데요. 10개월간 ‘아빠 육아’의 웃픈 스토리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복귀 소감요? ‘육아보다는 낫다!’]


휴직 기간 팀 내에 많은 변화가 있어 일이 정말 산적해 있더라고요. 심리적인 부담이 크지만 한마디로 ‘육아보다는 낫다’는 게 솔직한 제 복직 소감입니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육아 선배님들이 해준 말들이 정말 실감이 나더라고요. “애 보느니 밭맨다,라고 하잖아. 하루 종일 혼자 아이 보는 거 괜찮겠어?”, “어쩌다 그런 결정(육아휴직)을 하셨어요….” 등 걱정해 주는 분들이 많았었는데 그때 저는 ‘그래도 업무 스트레스는 없잖아!’, ‘출근 안 하는 게 어디야!’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에서야 당시의 조언을 경청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못 했던 제가 어리석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만큼 육아휴직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아이와 나, 둘만 남겨진 첫날을 기억해요]


아내가 출근하고 아이와 단둘이 남게 된 첫날 아침. 엄마를 찾는 아이를 달래려고 참 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빠로서 아내의 휴직 시기에도 함께 육아하며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일어나서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는지 어찌나 울던지요. 아이를 달래느라 혼쭐났습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육아 일과 중 가장 큰 시련이 찾아오는데 바로 아이 ‘밥 먹이기’ 시간이었죠. 갓 돌이 지나 이유식 끝내고 유아식을 시작할 무렵이었거든요. 밥을 먹이려는데 자꾸만 음식을 만지고... 영화에서만 보던 ‘숟가락 투석기’로 여기저기 밥을 날리고... 못하게 하면 울고... 아기 식탁에서 꺼내 달라고 떼를 써서 기어이 꺼내주면 쫓아다니면서 밥을 멕여야 하고... (아이고, 허리야~) 평균 한 끼에 먹이고 치우는 시간만 두 시간은 소요되더라고요. 솔직히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휴대전화 동영상 보여주기 등)을 하면 조금 수월하게 밥을 먹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절대 안 된다는 아내의 지시가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조카를 여럿 봐주셨던 제 어머니께서 지용이는 정말 순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부모나 지인들에게 하소연할 때도, 그 정도면 참 순하다고 얘기하는 게 놀라웠어요. (육아휴직 중인 사우 여러분, 이미 지나간 육아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식사 이후에는 놀이도 하고 낮잠도 자고, 이후 잠시 외출하는 등의 일과를 하다 보면 고대하던 아내의 퇴근 시간이 찾아옵니다. 아내와 함께하는 육아는 독박에서 벗어나니 참 쉽죠잉~!



[대체 왜 우는 걸까?]


독박 육아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회사 가고 싶다고...” 한 생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데 말이죠.


제가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면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평생 몰랐을 겁니다. 기저귀 갈기나 목욕 시키기는 반복해 경험하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웃음과 울음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와의 1:1 소통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배가 고픈 건지, 어디가 불편한 건지 몰라 당황하고, 허둥지둥했죠.


아내가 휴직 시기에 힘들다고 말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못 해주었던 것도 너무나 후회되더라고요. 직접 해보니 모든 것이 이해되고, 이제라도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육아휴직 동안의 경험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값지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육아 행복은 두 배!]


일도 하며 육아까지 정복한 슈퍼맨 선배님들이 ‘누군 안 해봤어?’, ‘죽는 소리만 하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육아휴직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얻은 행복감은 두 배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을 나설 때 아이가 아빠에게 손을 내밀거나, 제 배 위에 앉아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지난 시간에 대한 큰 위로가 됩니다. 요즘은 지용이가 말이 부쩍 늘어서 '아빠', '엄마', '충성!' 이런 말도 하고요. "아빠랑 엄마랑 우리는?" 하고 물으면 "가 족!"이라고 대답도 하죠. 어떨 땐 아빠를 먼저 찾고 안아주기도 한답니다.


아이가 주는 순수하고 행복한 감정은 제게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건 육아를 통해 감정을 교감하며 함께 성장해 나아간 덕분이 아닐까요? 육아휴직 기간에 나눈 아빠와의 교감이 아이의 기억 넘어 있길 바라며... 오늘도 저는 묵묵히 엎드려, ‘말타기’의 말이 됩니다.


치열한 육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사우 여러분, 이미 ‘육아 터널’을 통과하신 선배님들께 절 올리며 마치겠습니다. (_○_)




편성기획팀 한성구PD lll인터뷰, 편집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