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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누리호는 ‘택시’, 위성은 ‘손님’…“완벽한 배송 실험” - 문화생활과학부 김진두 기자
2023-06-14

■ 문화생활과학부 김진두 기자


[취재후기] 누리호는 ‘택시’, 위성은 ‘손님’… “완벽한 배송 실험”

▲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의미는? (YTN 뉴스화면 캡처)


[첫 국산 발사체 누리호…3번 발사 시도마다 ‘우여곡절’]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 우주센터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로켓 발사는 상상 밖으로 엄청난 감동을 안겨준다. 발사 순간과 초기의 굉음은 고막만이 아니라 가슴을 두드려 환호성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게 만든다. 노란색 불꽃을 내뿜으며 허공을 가르는 모습은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만한 장관이다. 하지만 누리호의 3번 발사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3번의 발사 과정을 되짚어 보자.


1. 1차 발사, 1번의 연기와 실패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첫 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가 이뤄졌다. 오후 4시 발사가 목표였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발사 설비의 작은 오류로 1시간 늦춰진 오후 5시에 발사됐다. 순조로운 발사 진행, 첫 시도에서 첫 성공을 기대했지만 역시 발사체 개발이 순조로울 리가 없었다. 3단 산화제 탱크 안의 헬륨 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리며 엔진이 일찍 꺼져 위성 모사체의 궤도 진입 속도가 느려지며 임무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 누리호, 발사 때마다 문제...발사 왜 어렵나? (YTN 뉴스화면 캡처)


2. 2차 발사, 기상 악화와 센서 이상으로 2번의 연기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보강한 뒤 누리호는 2022년 6월 15일 2차 발사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날씨가 비협조적이었다. 강풍에 하루 연기된 누리호는 이튿날 발사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발사체 내부의 센서 문제가 불거져 발사대에서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됐다. 발사체를 다시 분리할 경우 장마와 겹쳐 언제 발사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1단과 2단 사이 작업창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면서 발사 예비일로 설정된 21일 발사가 이뤄졌다. 성능검증 위성과 큐브 위성 4기를 궤도에 올려놓는 깔끔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3. 3차 발사, 첫 실전 도전도 1번의 연기

2023년 5월 24일, KAIST가 제작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싣고 첫 실전 임무에 나선 누리호, 이번에도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했다. 발사 시퀀스가 진행돼야 함에도 현장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는 상황, 서울과 현장 간 소통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문제가 생긴 건 분명했지만, 항우연과 과기부 모두 확인을 해 주지 않는 악조건을 뚫고 속보로 가장 먼저 상황을 전했다. 결국 과기부가 브리핑을 통해 발사대 통신 시스템 장애를 밝혔고 하루 연기된 25일 오후 6시 24분에 발사가 이뤄졌다. 누리호는 550km 우주 궤도에 차세대 소형위성과 큐브 위성 7기를 안착시키며 3차 발사를 마무리했다.


▲ 누리호 3차 발사 '성공'...18분 58초의 기록 (YTN 뉴스화면 캡처)


[누리호는 ‘택시’, 위성은 ‘손님’]

누리호 3차 발사는 실제 작동하는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보내는 첫 실전 발사였다. 선진국은 보통 10번의 시험 발사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뒤 실전 발사에 나서는 데 우리는 2번의 실험 뒤 바로 실전에 도전한 것이다. 우주 발사체는 보통 돈을 받고 위성을 실어 나른다. 고도의 기술력이 바탕이 된 고급 수송업인 셈이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전문가들이 누리호를 택시에, 위성을 손님에 비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돈을 낸 중요한 손님이 바로 차세대 소형위성 2호, 나머지 7기의 큐브 위성은 적은 돈을 받은 ‘합승 손님’이었다. 목적인 우주 궤도에까지 배송하면 택시 업무는 성공, 그 이후 업무 여부는 손님의 몫이 된다.


[그런데 택시는 손님을 제대로 배송했을까?]

누리호 3차 발사가 이뤄지고 한 시간쯤 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깔끔한 성공은 아니었다. 큐브 위성 7기 가운데 4기는 통신이 이뤄졌는데 나머지 3기가 불통, 그 가운데 1기는 택시에서 내렸는지를 알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결국 최종 성적표는 이렇다. 가장 중요한 손님은 제때 내리고 일도 잘하고 있다. 나머지 작은 손님들 가운데 5기는 잘 내리고 정상 작동, 1기는 통신 불능, 1기는 택시에서 내리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엄밀하게 따져 말하면 누리호라는 택시는 손님 모두를 잘 모시는 임무에는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첫 영업에서 큐브 위성 1기를 제외한 모든 손님을 손실 없이 우주 궤도에 올렸다는 점에서 ‘참 잘 했어요’는 힘들어도 ‘잘 했어요’는 줄 수 있다.


▲ 사라진 도요샛 위성 1개...누리호는 성공인가? (YTN 뉴스화면 캡처)


[우주센터 프레스 룸에는 항상 YTN]

우주센터 지하 프레스 룸에는 기자실이 마련돼 있다, 추첨으로 선발된 기자 50여 명이 기사를 쓰는 공간이며 주요 브리핑이 이뤄진다. 연단 좌우에는 2개의 큰 모니터가 있는데 화면에 표출되는 방송은 YTN이다. 우리가 채널을 선택한 게 아니라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직접 채널을 고른 것이다. 누리호 발사 D-1일부터 발사 이후까지, YTN 현장과 서울 취재진이 속보로 기자들과 항우연, 과기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결과다. 이제 2년 뒤인 2025년부터 다시 누리호가 우주로 향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발사에도 프레스 룸에 YTN이 고정돼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누리호 개발진 "떨려서 발사 장면 못 봐"·"아이가 아빠 최고라고 자랑" (YTN 뉴스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