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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와 조화의 차이? 애써 찾을 필욘 없어” 화가 박종필
2018-03-16

어느새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듯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로 내일부터 광양과 양산원동의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봄꽃 축제의 서막을 연다.


서울 상암동 YTN 1층 로비에는 이보다 앞서 만개한 꽃들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이곳 YTN아트스퀘어에서는 지난 1일부터 화가 박종필 씨가 그린 생화와 조화 작품이 전시돼오고 있다.


생화와 조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내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특징적인 것은 언뜻 보기에 어떤 것이 생화이고 조화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종필 작가는 이는 의도된 바라며 “생화와 조화를 한 화면에 담아내면서도 일부러 그 차이를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생화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다. 조화는 죽어있는 것이지만 그 모습이 계속 유지된다. 또, 조화라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고, 생화가 시든다고 해서 꽃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박 작가는 “모든 대상은 빛과 어둠처럼 양면성을 가지게 마련인데, 생화와 조화는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림으로 담아내면 둘을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로써 둘이 가진 양면성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관객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생화와 조화를 구분해내려는 재미도 있겠지만, 혹여 모르고서라도 꽃을 감상하는 자체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작가 초대전은 다음 달 30일까지 YTN뉴스퀘어 1층에서 열린다.


다음은 박종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꽃을 소재로 하게 된 이유?


-꽃을 소재로 작업한 지는 6년 정도 됐는데,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고 싶었다. 꽃 작업 전에 케이크 등 여러 가지를 소재로 했는데, 이들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은 바로 그 소재들이 지니는 ‘양면성’ 하나다. 사람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고, 좋고 나쁜 것이 하나에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하나의 존재에 양면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특히 저는 인간이 기본적으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꽃은 아름답다는 점에서 사람과 통한다.

Q. 꽃에서 어떤 양면성을 본 건가?


-생화는 살아있을 때는 화려하지만 시들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고 어떻게 보면 아름답지도 않다. 조화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생생한 모습 그대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어떤 양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도 꽃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하면서도 남에 대한 평가는 쉽게 내리곤 한다. 꽃이 됐든 사람이 됐든 편견을 버리고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모든 면들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림 속 생화와 조화를 구별해내기가 어려운데, 이처럼 표현한 이유가 있는지?


-생화와 조화는 다른 듯 닮았고, 비슷한 듯 다르다. 실제로 보거나 사진 상으로 볼 땐 조화와 생화의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림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를 없앴다. 생화와 조화를 한 화면에 동시에 담아내는 것으로써 어떤 대상이 가지는 양면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대상을 판단한다. 이는 대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제한하는 한정적인 시각, 즉 편견일 뿐이다. 모든 대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것은 상반되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관람객들이 작품 감상을 통해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길 바랐다.

Q. 생화와 조화를 구별할 방법이 있나?


-아무래도 조화는 생화에 비해 경직된 느낌이 있다. 색감도 원색이 많이 들어가고 모양도 일정하다.


Q. 작품을 그리는 과정이 궁금하다.


-꽃을 사러 가는 것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예전에는 구상을 먼저 해서 갔는데, 구상대로 가는 게 어렵더라. 계절마다 나오는 꽃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시장을 돌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일단 꽃시장이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 가서 두어바퀴를 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꽃을 찾아내고 그 꽃을 기준으로 몇 가지를 더 골라서 작업실로 향한다. 주제가 되는 꽃을 중심으로 주변에 나머지 꽃을 배치하고 사진 촬영을 한다. 대충 2,3백 장 정도 찍으면 괜찮은 것이 나오는데 그걸 골라서 그림으로 옮긴다.


Q. 관람객들이 어떻게 감상하면 좋은가?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그냥 꽃을 감상하는 거다. 꽃의 이미지를 감상. 그래서 일반적으로 꽃을 봤을 때 기쁨이라든가 행복함 같은 것들을 느끼는 유희를 즐기면 좋겠다. 그 다음으로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감상하는 것이다. 조화와 생화라는 정보를 알고 작품을 보게 되면, 그 때부터는 조화와 생화를 구별하려고 할 텐데 나눠보고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조화와 생화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작품 속 생화와 조화를 구별하려고 하지만 그림 속 꽃이 생화든 조화든 결국 관람객들이 보는 것은 ‘꽃’이 아니라 ‘그림’이다. 다시 말해 3단계는 조화와 생화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원점으로 돌아가 꽃 그림 그 자체로 감상하는 거다. 사실 이렇게 단계를 나눈 것도 제가 임의로 제시한 것이지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이다. 관람객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유롭게 감상했으면 좋겠다.

[YTN PLUS] 취재 강승민 기자, 사진 최재용 YTN INSIDE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