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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시공을 초월한 상상 '탐색 미술'의 길을 열다 - 신영진 작가
2021-08-06

신 영 진 Shin Young Jin


- 한남대학교 조형미술학부장 회화전공 교수

- 개인전 34회 개최

-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태국관광청 등 다수

"회화에서의 창조? 창조는 신만이 하는 것! 그것보다 오히려 일상에서의 발견이 옳을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의 '발견과 상상'이 옳을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 등 무엇이든지 그릴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나만의 이야기로 그릴 수 있다."


"예술을 탐색한다는 의미에서 'Explore art (탐색미술)'로 장르를 표현하고자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작품의 기본 토대를 찾아보자는 구체적인 발상의 의미이다. Explore Art는 작품 제작에 있어서 제작 방법과 형식 만들기의 요령을 설명하는 제안이며, 이것은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등 무한한 영역의 형식을 수용할 수 있다."

- 작가 노트 中

낮달-대둔산에 올라(2), 72.7cm * 53.0cm (20호), oil & crushed rock on canvas, 2019

신영진 작가는 40년 넘게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그림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낮달> 시리즈와 <내부수리중> 시리즈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두 시리즈는 같은 작가의 그림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타일이 매우 다르게 보인다.

신 작가는 <낮달-대둔산에 올라>작품에는 바위와 나무의 거칠고 부드러운 질감까지 느껴진다. '낮달' 시리즈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지만,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도 함께 느껴지는데 이는 캔버스 한켠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낮달' 때문일 것이다. 신 작가는 대낮에 해가 아닌 달을 보게 되면 왠지 모르게 멜랑꼴리한 기분이 든다며, 작가 특유의 세련된 색채로 은은한 감수성을 더했다.

내부수리중 - 함께하는 삶, 130.3x162.2cm(100호), oil on canvas, 2019

한편, ‘내부수리중’ 시리즈는 사실주의를 벗어나 작가의 재미난 상상이 가득 담겨 있다. 독특한 화면구성, 시공을 초월한 소재의 결합, 다양한 이미지는 보는 이들에게도 즐거운 상상을 일으킨다.

또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가 페인팅과 어우러지기도 하는데 이는 독특한 혹은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신 작가는 무엇이든 상상하고 그릴 수 있고, 첨단의 기술 활용 등으로 다양한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새로운 작업세계, '탐색미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YTN 아트스퀘어 신영진 초대전 (8.1~8.31)


신영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964)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신영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40년 이상 리얼리즘 작품을 제작하셨는데 과거와 현재, 리얼리즘을 그리는 데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저는 한국의 리얼리즘 작가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40년 넘게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너는 사람 얼굴을 잘 그리니까 화가가 되거라”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방해서 그리는 걸 좋아했고, 특히 사람 얼굴을 미세한 특징까지 잡아내 묘사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림을 그릴 때 풍경과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서 아무리 추워도 시골로 눈 쌓인 곳을 헤치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구 메고 돌아다니다 발에 동상도 걸리고...시골집 처마 밑에 그림을 보관시켜 달라 부탁드리고 주말마다 나가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대상의 빛과 그림자까지 사진에 그대로 담기기 때문에 리얼리즘을 그리기 더 수월해졌습니다. 실제 눈으로 본 것보다 더 섬세하게 찍힌 자료가 있으니까 그렇게 야외에서 그릴 필요가 없게 됐죠. 저는 기술의 발전을 충분히 활용하는데, 포토샵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유화는 한 번 칠하고 마르는 시간이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색을 미리 대입해보기가 쉽지 않은데, 포토샵으로 색 대입을 해서 가장 어울리는 색을 택합니다. 포토샵의 이미지를 출력하거나 전사기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낮달-대둔산에 올라(3), 72.7x53cm(20호), oil & crushed rock on canvas, 2010/

낮달-대둔산에 올라(4), 53x72.7cm(20호), oil & crushed rock on canvas, 2010


Q. ‘낮달’ 시리즈에서 대상의 질감도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법을 사용하셨나요?

<낮달-대둔산에 올라> 작품에서 금강석 가루를 활용해서 바위나 나무의 질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금강석 가루는 사포를 만드는 돌가루인데 종류마다 굵기가 달라 거칠거나 질박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돌산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나무의 질박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도 금강석 가루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낮달’이라는 주제를 설정한 것은 대낮에 어렴풋이 떠있는 낮달을 봤을 때 기분이 왠지 멜랑꼴리 해지더라고요. 그러한 정서를 담고 싶었습니다.



Q. ‘낮달’시리즈와 ‘내부수리중’ 시리즈를 보면 화풍이 많이 달리진 것 같습니다. 계기가 있나요?

2013년 미국에 방문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도시를 걷고,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캔버스와 오래된 화구박스를 들고 고흐처럼 걸으며 맨해튼 중앙우체국 앞을 지나가는 가난한 화가와 강아지 풍선 작품으로 300억을 거머쥔 작가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미술과 미래의 미술이란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고민했는데, 미술의 흐름이 변해온 만큼 저 또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부수리중'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창조는 일상의 관찰, 일상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수리중’ 시리즈는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넘어 일상의 발견과 상상력이 작품의 포인트입니다.


처음 발상은 미국의 공사장을 지나치던 중, 공사장을 가리는 천막과 테이프 사이로 그 안의 구조물들이 언뜻언뜻 보이면서 내부는 마치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은 상상이 들었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제가 좋아했던 작가의 작업실이 나타날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하고, 안에서 들려오는 망치질이나 드릴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평면미술뿐만 아니라 설치, 음향을 넣어 종합미술로 작업을 확장할 계획인데요. 망치질이나 톱질도 음악으로 변할 수 있는 거죠.


저는 무한한 상상력과 다양한 형식을 수용할 수 있는 범주로 'Explore Art(탐색미술)'라고 장르를 표현합니다. 탐색미술을 통해 그동안 제작해왔던 리얼리즘의 형식에서 벗어나 많은 상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내부수리중 – 도시를 구해줘, 130.3x162.2cm(100호), oil on canvas, 2019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내부수리중-도시를 구해줘> 작품이 시리즈의 첫 시작인데요. 스파이더맨이 등장해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당시 뉴욕의 슬럼가를 지나칠 때면, 화려한 도시와 대비되어 음침하고 두려운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밝은 세계에 대한 열망을 담아 어두운 슬럼가에서 스파이더맨을 떠올렸고, 스파이더맨과 십자가의 이미지를 재조합했습니다.


또한 <내부수리중-충돌과 조약> 작품은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시기에 그렸습니다. 미국에서 거리를 돌다 보면 벽이나 창문에 무명작가들의 낙서가 많은데, 창문에 그려진 서명, 사인처럼 보이는 이미지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 서명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사인이지만, 이미지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근거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유추하거나 혹은 연상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의 연결을 통해 곧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내부수리중' 시리즈에 현대 건물 안에 있는 창틀이나 문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창과 문을 넘어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고 상상하게끔 하는 장치입니다.

내부수리중 – 충돌과 조약, 162.1x130.3cm(100호), oil on canvas, 2019


Q. 앞으로 작업 계획이 있다면?


기술의 발달로 3D프린터가 대상의 질감까지 표현하게 되면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의 중요성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의 발견, 자기만의 상상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상상을 펼치는 것이 저에게도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줍니다. 교육적으로도 제자들에게 Explore Art(탐색미술)라는 제안으로 창작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발견을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저의 상상을 평면에서 기존의 이미지들을 재조합하며 표현했다면, 앞으로는 설치 미술, 비디오와 오디오를 아우르는 입체 작업으로 확장해 저의 상상력을 구체화시킬 생각입니다. 또한 포토샵, 일러스트의 이미지와 페인팅이 어우러진 형식을 발전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고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저의 작품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또 다른 재미난 상상으로 번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내부수리중 - 대왕의 꿈, 162.1x130.3cm(100호), oil on canvas, 2019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