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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행복은 고통의 부재에 불과하다' 장민혁 작가
2021-11-04


장 민 혁 (Jang, Min - Hyuck)


-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 개인전, 단체전 다수 참여

- 수상 : 2021 소마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 작가 선정, 2020 대한민국 창작 미술대전 한국화 은상, 2019 인사동 국제 아트 페스티벌 헤렌드상

▲ DARKNESS, 51cmx71cm, 패널 위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15


"행복의 소망은 결핍에서 오고 결핍의 충족은 권태를 부른다. 권태는 또 다른 욕구를 불러오고 소망과 결핍의 사슬은 끝없이 이어진다. 행복의 추구는 결핍의 이면이므로 고통이고, 권태는 무기력과 또 다른 결핍의 상태이므로 역시 고통이다. 고통은 단지 모습을 바꿀 뿐이다. 이 굴레에서 나는 창작이라는 고통과 잠깐의 행복을 늘 선택한다." - 작가 노트 중


▲ 행복은 고통의 부재에 불과하다, 112cmx162cm (100호), 패널 위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21


YTN 1층 아트스퀘어에 걸린 작품의 인상이 범상치 않다.


불교, 동서양의 신화를 모티브로 작가의 철학적 상상을 담아내는 장민혁 작가의 초대전이다.


종교적 도상과 주술적 이미지, 작가의 상상이 뒤섞인 작품들은 신비로운 혹은 기괴한 인상을 자아낸다.


‘행복은 고통의 부재에 불과하다’

위 작품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중국 유명 작가인 웨민진의 캐릭터를 오마주했다.

강렬한 이미지에 압도되었다가 다시 작가의 ‘고(苦)와 락(樂)’, ‘해탈과 속박’에 관한 고찰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업하는 내내 '고와 락'의 굴레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해탈'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탐구하는데, 화두에 쌓인 갑갑함을 작가의 주술적인 상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종교적, 신화적 이미지가 혼재하는 작품 속에서 작가의 고뇌와 통찰을 발견하는 것도 감상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YTN 아트스퀘어 장민혁 초대전 (11.1~11.30)


장민혁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3345)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장민혁 작가와의 일문일답

Q. 불교적 도상이 많이 보이지만, 일반적 불화 형식과는 달라 보입니다.


저는 불교미술 전공자는 아닙니다. 다만 ‘새로운 한국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양의 이미지들을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동양에서는 탱화·불화의 역사가 깊고, 한국에서도 불교의 역사가 오래 지속돼 왔잖아요. 불교적 도상을 활용함으로써 동양의 역사와 문화적 색채를 담고, 더불어 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불교를 종교보다는 철학으로 이해했고, 불교 사상에서 제시하는 내용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 승천, 89.4cmx145.5cm (80호), 패널 위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18


Q. 주로 밀교, 오컬트적 요소를 차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년 시절에 고대 신화나 역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면서 처음 ‘오컬트’적인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오컬트는 초자연적 현상, 지식을 의미하는데, 점성술이나 연금술도 오컬트에 포함되죠. 예를 들어 연금술 같은 경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현대 화학의 토대를 마련했잖아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초자연적인 현상, 힘이 저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고, 저의 무한한 상상을 일으키는 기반이 됩니다.


저는 오컬트, 밀교를 구성하는 세계관과 도상을 빌려오거나, 도상의 이미지들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우로보로스의 모습은 완전한 원형을 그리며 무한, 영원성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물고, 꼬리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영원히 고통받는 이미지로 해석했습니다.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꼬리를 놓아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미지와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 BRIGHTNESS, 51cmx71cm, 패널 위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15


Q. 작품의 소재는 어떻게 발견하시나요?


주로 역사, 신화, 전설이 담긴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거나 정보를 모았습니다. 신화에 담긴 이야기와 인물의 상징을 빌려오기도 하고, 제 방식대로 재해석하기도 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 등에 기반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일본 밀교나 티벳 불교 쪽에서 이미지를 차용하기도 합니다.


Q. 작업 기법,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세월의 흔적을 지닌 듯, 낡은 유물처럼 보이도록 제작했습니다. 우선 나무 패널이나 캔버스 천에 3D펜과 실리콘 같은 양각을 낼 수 있는 재료로 스케치를 한 후, 검은 한지를 배접합니다. 그러면 요철이 드러나는 단색화와 같은 단계가 됩니다. 이후, 요철 부분을 락스로 탈색하여 마치 조선시대 금니화와 같은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부분 부분 탈색해 명암을 만들고, 균열을 그리면서 유물처럼 오래된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 작품 제작하는 장민혁 작가 -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먼저, ‘행복은 고통의 부재에 불과하다’ 작품입니다. 행복과 고통은 서로 맞닿아있는 속성으로, '행복'은 '고통'이 잠시 눈을 가린 일시적인 상태임을 나타냈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웨민쥔'의 작업을 오마주한 작품인데요. 웃는 얼굴은 웨민진 작품의 대표 이미지인데, 저의 상상을 가미해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불교적인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두 번째는 ‘Nirvana’ 작품입니다. 니르바나는 열반을 말해요. 이 작품에서 각 이미지들을 도상적으로 안정감 있게 배치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중앙에 그려진 만자(卍字)와 배경의 만자문(卍字文)은 불교적 장식이고, 구도자로 설정한 캐릭터를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구도자를 감싼 뱀 '우로보로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꼬리를 놓아 원형이 해체된 모습입니다. 고통의 해방, 열반의 순간을 표현했습니다.

▲ NIRVANA, 112cmx162cm (100호), 패널 위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19


Q. 관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먼저 1차원적으로 그림 자체의 구도, 구상적인 배치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은 모니터 화면으로 볼 때와 실제로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를 겁니다. 모니터 화면으로 작품을 보면 금속성 느낌의 판화 원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종이 질감이에요. 그 이중성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작업을 만났을 때의 괴리감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상적으로 숨겨놓은 오컬트나 밀교의 장치들을 해석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관람의 재미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 LUNATIC PINE TREE, 162cmx97cm (100호),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21


Q. 앞으로의 작업 계획,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 저는 쇼펜하우어 철학과 불교 사상의 유사성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욕망의 성취는 잠깐의 행복을 가져오지만 이내 더 큰 욕망을 불러와 다시 불행해지는 연결고리에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제로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요. 형식적으로는 새로운 한국화 스타일을 계속 연구하여 제 작품을 보면 '장민혁스럽다'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제작 중인 영화에 제 작품이 영화 소품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요. '에일리언' 영화의 캐릭터들을 디자인한 작가 H. R. 기거처럼 영화미술을 통해 저의 색채를 담아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다른 분야와도 결합해 창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좀 더 즐겁게 작업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 MANDALA (만다라), 140cmx195cm, 한지 및 실리콘 혼합재료, 2021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