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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마음 속의 고요를 담다...김선수 작가
2021-02-10

김 선 수 Kim Sun-Soo


- 전남 곡성 출생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단체전 다수 참여, 네팔 · 중국 등 해외전 참여

마음속의 고요-개울가, 162.2 x 97cm(100호), Oil on canvas, 2020


"내 그림에서 나타나는 형상이나 분위기는 어린 시절이나 언젠가 보았던 경험이며 이것이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 걸러지고 응축되어 매미나 나비의 유충이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되어 우화 되듯 탈피한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노트 中

그림으로 재현한 '숙성된 기억'


친구들과 옛 추억을 나눌 때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분명히 같은 곳을 여행했는데, 한 친구는 맛있는 먹거리를 떠올리고, 한 친구는 신나게 놀았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저마다 인상 깊은 장면과 느낌이 다른 것이다. 김선수 작가는 이러한 경험과 기억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질적인 현상을 '숙성'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똑같은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이미지로 변화된다고 본 것이다.


김 작가의 숙성된 기억은 어떤 장면일까? 캔버스에 펼쳐놓은 그림 속에 그 해답이 있다.

마음속의 고요-노을, 162.2 x 97cm(100호), Oil on canvas, 2020


살아 숨 쉬는 자연의 기억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면 숲속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안개가 감싸 안은 숲과 나무, 들꽃은 태곳적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디선가 풀벌레 우는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이런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작가의 기억 속에 늘 살아 숨 쉬는 어릴 적 고향이다.


김 작가는 섬진강이 흐르는 전라남도 곡성 시골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복잡한 도시로 이주해 대학 시절 늘상 어둡고 심오한 추상화를 그리다 문득 어릴 적 넋을 놓고 바라본 풍경이 떠올랐다. 기억 속 자연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안정도 되찾았다.


마치 카메라로 찍은 듯 세밀하고 생생하게 자연을 표현하려면 하루 8시간 가량 캔버스와 씨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연과 늘 함께 있어 평온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라는 존재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생명력과 하나가 되는 유쾌한 착각을 김 작가는 매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 마음의 고요를 찾기 원한다면 김선수 작가의 작품 앞에 서보시라 추천한다.

YTN 아트스퀘어 김선수 초대전 (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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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선수 작가와의 일문일답


Q. '마치 사진 같다'는 평가에 대한 생각은?

- 사진인가 그림인가 헷갈려 하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런데 저는 사진을 찍어 작업하지 않고 머릿속 생각으로만 그리거든요. 어릴 적 기억이 확실히 각인돼서 그런지 기억만 가지고도 그려지더라고요.


물론 풀이나 꽃에 대한 정확한 모양이나 특색은 도감책이나 이미지 등을 참고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합니다.


그림 속 풀이나 꽃은 모두 제가 어릴 적 봤던 식물들이에요. 제가 할머니를 따라서 자주 나물을 캐러 다녔거든요. 남자아이지만요.


Q. 작품 소재는 모두 고향의 풍경인가?


- 그렇죠. 제가 어릴 적 전남 곡성에 살았는데 그때 풍경이에요.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지요. 선산이 있어 종종 찾아가 보면 길은 다 포장돼 있고 대부분 바뀌었어요.


서울에서 살다 안개 낀 전경을 만나면 문득 옛 고향 생각이 떠올라요. 그럼 곧바로 그림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흰 캔버스를 계속 바라보다 아무런 스케치 작업 없이 바로 밑 색을 그려요. 밑 색을 꼼꼼히 채운 다음 그 위에 풀을 심듯이 그리는 겁니다. 밑 색 작업만도 하루 종일 걸려요. 어떤 때는 8시간 정도 걸릴 때도 있지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풀이나 꽃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확 누를 수도 있지만, 저는 배경에 있는 풀 하나, 잎사귀 하나까지도 다 그립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사물이 보이게 하기 위해서요. 그러다 보니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보통 한 달은 꼬박 걸립니다.

마음속의 고요-맨드라미, 116.8 x 116.8cm(60호), Oil on canvas, 2020


Q. 풍경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 원래 미대를 다닐 때는 추상화를 했어요. 추상화인데도 저는 자꾸 뭔가를 자세히 그리고 있더라고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풍경을 그리게 됐어요.


풍경화로 방향을 튼 것은 15년 정도 됐는데, 화풍을 바꾸면서 갈등이 많았어요. 어떤 교수님들은 "너는 무슨 엄마 눈썹 그리냐?"라는 말씀도 하셨고, 친구들도 "선수가 변했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제 기억 속에는 풍경이 늘 가득한 거예요. 어찌 보면 자연이 정답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 느낀 자연과 내 삶에 대해 표현하는 게 참 좋았어요. 마음속의 고요를 찾을 수 있었지요.

Q. 고요한 그림을 그리기 전, 김선수 작가만의 의식은?


- 차 한잔 마시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다 붓펜으로 글씨를 씁니다. 불교 반야심경을 주로 써요. 몸과 마음을 하나로 집중한 다음에 캔버스를 마주 합니다.


제 그림에는 선이 유독 많은데요. 서양화에서는 선이 없이 면과 색으로 이뤄지고, 동양화는 선만 있거든요. 동양적인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서 형태를 얇은 붓을 이용해 선으로 그려요.


오일 물감을 사용하지만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질감을 거의 없애거든요. 불화나 수묵화처럼 칠해서 층층이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색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집중이 정말 중요해요.

Q. 관객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는?


- 자연은 치유라고 생각해요. 풍광과 공기 좋은 곳으로 아픈 사람들도 찾아가잖아요. 서양화에서도 19세기 들어서야 풍경화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아마도 산업혁명 등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 그런 학계 평가도 있고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모두 힘들잖아요. 관객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직접 자연을 찾아가진 못하더라도 마음의 치유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