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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이 올까요? 작가 파 랑
2021-06-16

꿈꾸는 늑대, 227 x 18cm, oil on canvas, 2019

"나는 늑대 또는 야생의 삶을 통해 자연과 조응하는 작업을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혼의 움직임, 내면의 비전을 담고 있다.

나는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신비를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 그러나 인간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잠재된 세계, 동시에 한 개인의 내면 속에 있지만 우주 전체가 함께 호흡하는 세계를 드러내고 그 세계를 교감하게 하고자 한다."

- 작가 소개글 中

파 랑 Pa Rang

-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출생 / 동국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 2021년 '날, 보러와요' 등 다수의 개인전, 단체 및 기획전 참여

- 작품소장 : 미술관 자작나무숲,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



“집에 동물이 자꾸 들어와요”

시골에서 자라 자연과 동물이 친숙하다는 작가 파랑. 길에 버려진 유기동물을 지나치지 못해 집에는 풍산개 한 마리, 작업실엔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연을 해치는 인간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 한때는 인간 혐오에 빠졌고, 그것은 곧 자기혐오로 이어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그럴수록 그녀는 자연과 동물 곁에서,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작품에 담으며, 미움과 분노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타협할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은 '타협'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마음 한켠의 갑갑함을 털어놓는 작가는 서로를 해치지 않는 인간성 회복을 바라며 서로가 ‘공존’하는 세상을 뜨겁게 담아냅니다.


▲ YTN 아트스퀘어 파 랑 초대전 (6.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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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파 랑 작가와의 일문일답

1. 동물 그림이 많다. 동물 그림을 그리는 이유나 근원이 있다면?

- 제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도시에 대한 반감이 심해요.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좋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곤충 채집이나 개구리 해부 같은 것을 거부했어요. 너무 잔인하게 보였고, 개미 하나라도 안 밟으려고 피해 다녔어요. 선천적으로 인간보다 작은 존재, 약한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컸던 것 같아요.

길을 가다 보면 버려진 동물을 지나치지 못해 서른 이후로는 십 년 넘게 쭉 동물을 키웠습니다. 동물들과 같이 살다 보니 동물에 관한 관심과 궁금증이 커져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어요.


​​▲ 늑대의 노래, 116 x 90 cm, oil on paper, 2019

1-1. 특별히 늑대가 많이 등장하는데?

- 3년 전부터 늑대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제가 키우는 풍산개가 늑대와 많이 닮아서인 것 같아요. 늑대의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며, 날 것 그대로의 자연, 야생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실제 자연은 굉장히 거칠고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한 일들도 일어나지만요, 야생 동물의 삶 속에는 정직함과 솔직함, 삶의 본질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늑대는 놀라운 점도 많아요. 가족을 아끼고 때로는 희생도 합니다. 어떤 부부 늑대는 자기 배우자가 죽으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서 자살까지 해요. 이들 안에도 감정이 있고 철학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연의 신비, 야생의 삶을 보고 놀랐던 것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연 세계를 알고 이해해야 침범하지 않고 해치지 않겠죠. 일부 사람들이 생명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보다 낮다고 생각해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요. 그런 것을 너무 직설적이진 않게 작품에 표현하고 싶어요.

2. 인간의 얼굴과 동물의 얼굴이 중첩된 이미지가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

- 동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는 3,4년 됐습니다. 그때는 되게 극단적이었어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커져서 인류는 멸망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서 끝까지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을 죽이려 할 텐데 인간과 동물이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를 생각 한 거죠. 인간에 대한 혐오는 결국 인간인 나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로 이어져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그리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자연, 동물에 집중해 그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구가 편안해지고 동물이 행복해지는 것을 바랄 뿐이지 인간이 사라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어요.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은 인간과 자연, 동물이 타협을 봐야겠구나 하면서 제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어요. 부정적인 생각들은 작업을 통해서 많이 풀어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저를 치유했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물을 그리다, 동물처럼 순수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 그림을 그리고, 점점 청소년, 성인 그림을 그리며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엔 제 그림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면서 이제 결정적으로 나타난 것이 그림 속의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 겹쳐진 거예요. "화해가 시작된 것 같아요." 제 마음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인간에 대한 어느 정도 용서가 되면서 동물과 인간을 같이 그리기 시작한 거죠. '타협', '공존'과 같이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그림에도 드러나는구나, 그런 것이 가끔 소름 돋아요.

​​▲ human in space, 112.0cm * 145.0cm, oil on canvas, 2011/

들어가도될까요, 91.0cm* 117.0cm, oil on canvas, 2011

3. 한 작가의 작품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 스타일이 다양해 보인다.

- , <들어가도될까요> 같은 그림은 초기작입니다. 처음 그림 그릴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 봐요. 머릿속에 엉뚱한 상상이 엄청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작품은 ‘문이 하나 있다, 사람이 나온다, 이 친구는 지금 식당에 간다...’ 이런 식으로 그림으로 소설을 썼다고 보면 돼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풀어내면서 지금은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글로 비유하면 산문이 시로 함축됐다고 봐야겠어요.

풍경화는 주로 제가 작업하기 힘들 때 그립니다. 동물을 그리다 보면 이들의 아픔이 자꾸 느껴져서 심적으로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도망가고 싶을 때, 제가 여행 갔던 곳의 사진을 찾아 당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풍경을 그립니다. 제가 쉬어가는 방법입니다. 그러다 힘이 나면 동물을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본 공간만 가끔 그립니다.

프랑스-지베르니모네의 정원, 73.0cm * 60.0cm, oil on paper, 2019/

창덕궁의 붓꽃, 60.0cm * 73.0cm, oil on paper, 2019

​4. 현재 심취해있는 작품의 주제가 있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 완성도에서 벗어나 순수한 무언가, 정수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첫 시도인데요, 현재 캔버스 세 개를 늘어놓고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일관된 주제 없이, 구도나 색채 등 아무런 구성 계획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그리는 겁니다.

어제는 부엉이 하나를 그렸어요. 그동안 너무 구도를 생각하고 구성에 갇혀서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형식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해방시켜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멋대로 그려도 결국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의 무언가가 작품에 표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평면 그림이 아니라 흙이나 나무를 가지고 입체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평면 그림만 하다 내 사고가 갇히는 게 아닐까 해서. 입체는 또 다르니까요. "뭔가 도전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the river (뉴질랜드), 72.5cm * 60.0cm, oil on canvas, 2016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