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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나는 자연인이다. 아니 자연의 예술가다. 이진휴 작가를 만나다
2020-09-18

“꿈은 소통의 중요한 통로입니다.

나에게 있어서의 현대미술(컨템포러리)은 더불어 함께 꿈꾸는 소통의 장입니다.

나의 작품은 꿈꾸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의 내용을 담은 그릇입니다.”

_ 이진휴 작가

왼쪽부터

Red men 3, 76x80cm, Mixed media, 2020

광활함을 마주하다1, 직경 40cm, media art, 2020

광활함을 마주하다2, 직경 40cm, media art, 2020

“네? 비포장도로라구요? 거기가 아닌데? 다시 돌아 내려오세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아틀리에가 있다는 이진휴 작가를 만나기 위해 에코락 갤러리의 임소정 대리 함께 일찌감치 회사를 출발했습니다. 꽉 막힌 올림픽대로를 겨우 벗어나 오포읍으로 접어드나 싶더니 내비게이션의 화살표가 산 쪽을 가리킵니다. ‘역시 대가답게 전망 좋은 곳에서 작업을 하시나 보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주소가 찍혀있는 목적지에 도착을 했지만 우리 일행을 반겨주는 것은 아틀리에가 아닌 버려진 폐가들과 아주 오래전부터 문이 닫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건물 몇 채뿐.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산길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헤매다가 결국 작가님께 전화를 걸어 SOS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자연인, 자연 속 이진휴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아 참, 이진휴 작가님의 아틀리에는 우리가 상상하던 우아한 비주얼과는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까지 만큼이나 먼 모습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가파른 산비탈 바로 옆으로 위태위태하게 자리를 잡은 아틀리에는 혼자서 직접 철골 뼈대를 세우고 조립했다고 하네요.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다음은 이진휴 작가와의 일문일답


Q. 대부분의 작품에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나의 작품에 있어서 오브제의 의미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 선상에 놓여 있음을 의미해요.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을 의미하듯이, 오브제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 “표현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커다란 상징인 것이죠. 오브제를 단지 매체 혹은 사물의 차원이 아니라 의도와 설정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오브제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 자연에서 얻어지는 오브제

둘째. 의도적인 오브제(작가가 직접 선택하여 제작되는 오브제)

셋째. 산업용 오브제

작품에서 오브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2차원적인 평면 회화를 3차원의 입체 개념으로 치환하기 위해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나의 작품은 극도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나 할까요? 철저한 나의 내면세계를 바탕으로 동시대를 바라보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거죠. 나는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주로 작품세계와 연관시킵니다. 20대에는 중동에서 사회주의를 경험했고, 서른 이후로는 10년간 스페인에서 청춘을 불태웠죠. 마흔 무렵에는 “공원묘지 현대화 프로젝트”를 거대한 대지 설치미술 작품으로 승화시켰구요. 유난히 여행을 좋아했기에 틈틈이 유럽, 동남아시아, 북미. 남미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수 없지만요. 이처럼 나는 삶의 여정 속에서 극적인 찰나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서 나만의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는 거예요



Q. 제목에 유독 “Dream”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 내가 작품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나에게 Dream이 있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소중한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본인도 모르게 꿈을 잊고 살지 않던가요? 꿈이 없는 사람은 이미 생명을 잃은 것과 같아요. 꿈은 희망이고 미래에 대한 도전입니다. 나에게 있어서의 현대미술(컨템퍼러리)은 더불어 함께 꿈꾸는 소통의 장입니다. 꿈은 소통의 중요한 통로입니다. 나의 작품은 꿈꾸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의 내용을 담은 그릇입니다.


Q. 대부분의 화가들이 프랑스나 독일, 미국 등으로 유학을 가는데 특별히 스페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예술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습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스페인으로 미술 유학을 간 첫 한국인이 저에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지정학적으로 아랍 문화와 함께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좋은 기후와 환경을 가진 축복의 땅이면서 동시에 현대와 과거가 맞물려 있는 역사의 나라에요. 일반인들에게는 프로 축구, 투우, 집시들의 플라멩코 같은 것들이 연상되겠지만 아름다운 지중해의 말라가에서 피카소가 탄생했고, 벨라스케스, 고야, 호암 미로,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 타피에스, 가우디, 돈키호테,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등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죠. 프라도 미술관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현대미술관이 있고, 서양미술사의 근원인 피레네산맥의 동굴벽화 등이 스페인 미술의 풍부함을 대변해 주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30대의 나는 무작정 태양의 나라 정열의 나라로 날아갔죠.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나는 다양한 경험을 수없이 해봤어요. 공원묘지를 작품으로 연계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묘지 한복판에 작업 공간을 두고 15년이란 긴 세월을 거대하고 방대한 대지 미술을 경험했죠. 그때 여러 가지의 미술 재료를 다뤄볼 수 있었죠. 요즘은 평면 회화에 오브제와 미디어를 연동하는 작품을 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현대 미술에서 매체는 아주 강력한 요소이고, 오브제 활용이 커다란 관건이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나는 매일 순간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외줄 타기 광대와 같은 극과 극 사이를 달리고 있어요. 그 처절함 속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당당함으로 맞서는 중이죠. 어느덧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의 나이테는 60이라는 숫자에 다다랐습니다. 향후 10년간 선보이게 될 나의 작품이 나의 미술 인생의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계획대로 내가 원하고 만족할만한 작품들을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는 작가로 기억 되고 싶어요. 나는 나의 자신을 믿고, 나의 작품을 믿어요. “I can do it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