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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우리의 눈을 가리다', 팝 아티스트 최윤정
2016-10-06

작품 속 볼살이 통통하게 오른 아이가 안경을 쓴 모습은 어딘가 기이했다. 환상을 품은 듯이 보이지만 당당한 저 표정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작가는 아이의 커다란 안경 속에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팝 키즈(Pop Kids)’를 주제로 한 최윤정 작가 초대전이 YTN 아트스퀘어(ARTSQUARE)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1940년대 블랙코미디가 떠올랐다. 통렬한 풍자와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찰리 채플린의 영화 같았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즐거움 속에 해학이 녹아 있다. 이어 21세기 매스미디어의 상업화에 물든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당신은 매스미디어의 그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작가는 대중을 향해 질문한다.

다음은 최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주제가 ‘팝 키즈(Pop Kids)’다. 아이들의 얼굴을 그린 이유는?


제 작품 속 아이들은 ‘주체성 없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세상을 의심하지 않고 따르지 않나. 생물학적인 나이를 의미한다기보다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과 허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을 뜻한다.


Q. 무거운 주제인데 작품 속 아이들은 당당해 보인다.


대중들은 ‘욕망’을 보여주지만 그 뒤엔 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단순히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욕망은 살아있음의 또 다른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물의 머리카락을 구불구불 탱탱하게 그렸는데 바로 머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무지몽매한 대중이 아니라 현명한 대중들의 비판적 수용을 기다린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

Q. 커다란 안경과 그 속에 담긴 이미지들은?


안경이라는 도구는 프레임이다. 아이가 보고 있는, 즉 안경 안에 있는 대상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한 번쯤 보아온 ‘욕망’이다. 사탕, 햄버거, 스타벅스, 만화 등 모든 게 익숙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상도 많다.


예를 들어 광고 속 과일을 보자. 반짝반짝 티끌하나 없는 과일의 모습으로 가공됐다. 물론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실제 과일은 그렇지 않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어쩌면 미디어의 놀라운 포장 능력이 대중들을 심각하게 속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Q. 사진 작업을 해왔다고 들었는데 ‘팝아트’로 눈을 돌린 계기는?


사진은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즉, 투명하다. 팝아트 역시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재를 이야기 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사진 작업을 주로 했던 20대와는 달리 기성세대가 된 지금은 사회적인 이슈에 더 큰 관심이 생겼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저는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팝문화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하지만 ‘팝아트’라는 장르 안에 저를 가두고 싶진 않다. 자유가 우선이다.

Q. ‘팝 아티스트’들은 튈 것 같다는 선입관이 있다.


독특하단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이제 그런 평을 듣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제 안에 그런 에너지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작업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은데 한 번 시작하면 하루 종일 몰두하다 보니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가 생겼다.


쉬는 날엔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행인들을 관찰하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한다. 요즘 건물이나 물건, 사람들이 입는 옷 등 많은 것들의 색감이 진해지고 다양해 졌다는 것을 느낀다. 제 작품 속 색채가 진하고 생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욕망’을 주제로 하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물론 그 안에 작은 요소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풍자나 희화화를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고 씁쓸한 미소 뒤엔 깨달음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싶다. 가벼워 보이는 색으로 너무 가볍지 않게,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목표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최재용 YTN커뮤니케이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