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일반학부 졸업 -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Art Diploma - Massachusetts College of Art, Boston, MFA - 홍익대 미술학 박사 (판화 전공) - 2018 ON PAPER 국제 판화제 대상, 2000·2006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Selected Prize 수상 -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과, 서울시립미술관, 하슬라아트월드미술관, 보스턴대, Art Museum of Cluj(루마니아), the Irkutsk State Art Museum(러시아) 등
-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주 자그마한 존재잖아요. 그 옛날 옛적부터 미래까지의 시간 또한 하나의 점 밖에 안되는 시간이고요. 좀 더 거시적으로 시공간을 봤을 때는 모든 것을 초월해 섞여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런 관점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동서고금을 섞어 작업을 하기 시작했죠. 여기에 작품 활동을 하는 바로 지금의 시대성을 나타내는 요소, 가령 BTS나 보헤미안 랩소디 등도 함께 넣어줬고요. 동서고금이 합해 있지만, 시대성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제 작품 속에 늘 녹였습니다.
Q. 'Ongoing Supper'(의역: 마지막 만찬은 현재진행형) 속 등장인물마다 피노키오 코를 갖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 '피노키오'하면 거짓말쟁이의 대명사로 불리곤 하는데요. 피노키오 관련 책을 쭉 살펴보니 너무나 많은 철학이 담겨 있더라고요. 우리가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라면 코가 안길어질 사람은 한명도 없을 거예요. 선의의 거짓말도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불안전하고 나약한 본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명화 속 인물에게 피노키오 코를 붙이다가 다음은 동물에게, 이제는 안동 하회탈에도 그 코를 붙여봤어요. 탈과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는데 굉장히 상반된 현상을 나타내고 있더라고요. 피노키오는 자기가 원치 않는데, 자신을 표현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데 반해 하회탈은 자신을 감추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거죠. 그 지점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 Pinocchio Rhapsody 45 x 180cm linocut 2019
Q. 뒤늦은 화가의 길, 판화에 빠지게 된 계기는?
- 학부 때는 농업대를 나왔어요. 아버지가 농장을 크게 하셔서 물려주고 싶어 하셨지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미대를 가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반대 때문에 결국 미대를 못 가고 농업대에 진학하게 되었죠. 대학 졸업 후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비로소 미술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학부 과정부터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학교 내 미술 시설이 정말 좋은 거예요. 판화는 대규모 시설을 필요로 하는 장르거든요. 그래서 이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는 장르를 배우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Q. 판화의 매력은?
- 판화는 참 정직한 작업이에요.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니까 정말 정직하게 찍힌 자국이죠. 아무리 계획을 하고 파기 시작했다 해도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터치감이 전부 다를 수 있어요. 칼의 맛은 곧 감각인 셈이죠. 판화칼 자국을 통해서도 누가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대작이 불가능한 장르예요.
특히 저는 1도 판화, 즉 단번에 파내 한색으로 찍어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계획이 필요하고 실수를 하면 안 되죠. 처음에는 긴장이 많이 돼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번 자국이 나면 없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잖아요. ‘내 판도 하나의 인생이야!’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니 나름 깨닫는 것도 많아요.
Q. "판화=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 거 아니야?" 선입견에 대한 생각은?
- 아쉽죠. 당연히 제한된 에디션이 있으니까 그 에디션 작품들은 모두 ‘오리지널’이거든요. 판화 작가들 모두 에디션을 잘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판화 한 작품 한 작품이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인식이 잘 잡혔으면 좋겠어요.
Q. 아트스퀘어 관람객들을 위한 관람 팁은?
- 제 작품이 추상이 아니라 구상인데다 매우 세밀한 작품이거든요. 휙 하고 지나칠 듯 보는 것보다는 가까이에서 천천히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훨씬 더 재미있으실 겁니다. ‘가까이에서 조목조목 뜯어서 감상하라’는 것이 제 작품을 보는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