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정찬형 신임 사장 취임식·취임사
2018-09-27

2018년 9월 27일(목) YTN홀에서는 정찬형 신임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취임사>

존경하는 YTN 구성원 여러분

지난 세월, 저를 포함한 이 땅 언론 종사자들이 제 역할을 못 해 우리 사회에 큰 죄를 짓고 이를 반성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얘기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언론인으로서 제가 경험한 그 처음은 30년 전, 6월 민주화운동 직후입니다. 독재의 시기,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으로 시작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던 시기가 877월이었습니다. 그러한 반성으로부터 언론사 노동조합이 태동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다시 언론은 크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합니다. 1997IMF 구제 금융의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반성입니다. 시사저널의 경제부 기자들이 국민께 드리는 사죄문을 표지 사진으로 실었던 게 기억납니다.

20년의 세월 뒤 우리 언론에 반성이 또 등장합니다. 똑같은 과정입니다. 대다수 언론이 재갈이 물린 채 침묵하는 사이 권력은 부패했고 민주주의 작동원리는 파탄이 났습니다. 민주공화국을 규정한 헌법이 위태롭다고 느낀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항거해서 민주주의를 되살려 냅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해 지난 10년의 잘못을 치열하게 반성하고 있는가묻습니다.

이 부끄러운 언론의 역사에서 YTN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안타까운 역사의 순환이자 반복입니다. 그래서 일회성 반성으로는 결단코 충분하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끊임없는 반성의 연속이어야 하며 지독한 실천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반성이 혁신의 시작점입니다. 혁신의 시작점에서 성찰하는 마음, 삼가는 마음, 두려운 마음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성하면 냉소하지 않습니다. 자만하지 않습니다. 반성하면 나태를 이겨내고 끊어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역사에서 봤듯이 반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성의 마음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 그래서 다시 이 반성과 다짐의 지겨운 반복을 끝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여야 합니다.

실로 역사적 대전환기입니다.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평화가 활짝 열리는 시대를 향해 대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보도 매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확한 정보와 분석이 중요한 이런 시기일수록 시청자들이 더 YTN을 찾게 하면 좋겠다. 믿고 보는 YTN이 되면 좋겠다.” YTN 사장으로서의 꿈입니다. 그리고 이 꿈은 바로 여러분 YTN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느낄 회사로 가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기준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함께 경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진용이 제대로 구축되지도 않은 보도국이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취임한 보도국장을 중심으로 남북 정상회담 등 현안 보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YTN 보도의 현장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외부의 평가를 접합니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시민의 알 권리를 우선시한 남북 정상회담 특보 편성을 통해 큰 사건에서 우위였던 YTN의 파워를 부활시키려는 의지를 보게 됩니다. 회사 전체가 오랜 패배감을 딛고 뭔가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혁신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하는 징후일 것입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YTN 사원여러분과 함께 한 발 더 내딛고 싶은 YTN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YTN이 지향했으면 하는 뉴스콘텐츠의 모습입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적은 곁가지를 쳐내는 일, 핵심을 간추리는 일, 다른 어느 언론보다 정확해서 믿고 보는 뉴스를 제공하는 일! 그리하여 맥락을 짚어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흐름을 읽어낼 수 있고, 대안을 궁리하게 하는 통찰이 가능한 뉴스입니다.

이런 뉴스가 시청자와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이고 보도전문채널로서 생존의 필수조건입니다.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시청자는 YTN을 단편적인 기사정보의 습득 통로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YTN만 보면 이슈를 둘러싼 궁금증이 명쾌하게 해소되고 세상 돌아가는 맥이 잡힐 수 있게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길 기대합니다. 맥락과 거리가 먼 단편적 사실로 실체를 과장하고 표피적 분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행태는 명백한 허위보도 못지않게 위험합니다. 여러분은 지난 10년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이 고질적 행태와 싸워온 것으로 압니다. 이제부터는 회사가 제도와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힘을 보태겠습니다.

당장 맥락과 통찰을 갖춘 YTN 보도가 일시에 가능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오보의 굴레부터 벗어던지는 과제가 시급해 보입니다. “YTN 함부로 인용하면 돈으로 물어낼 수도 있다.” YTN 구성원들이 들으면 치욕적일 수밖에 없는 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몇 달 전 YTN의 연속되는 오보 사태를 보면서 함께 일하던 다른 방송인들에게 제가 한 말입니다. YTN이 파업 상황임을 고려해도 설명되지 않는 심각한 시스템의 문제라고 저는 봤습니다. 이제 오보 없는 YTN을 꿈꾸며 팩트 체크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24시간 뉴스채널에서 각자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자 개인의 의지와 인식 개선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게이트 키핑부터 팩트 체크 시스템, 피해구제제도 등 함께 연구해서 시스템을 통해 완결성 높은 뉴스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어떤 제도적 지원이 가능한지 지혜를 모아주길 요청합니다.

언론의 기본이 감시와 비판입니다. 이 엄중한 역할을 맡은 보도 매체는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야 합니다. 스스로 겸손함이 전제되지 않으면 권력화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언론의 권력 비판은 우리 공동체를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이며 가장 소중한 기능입니다.

그 비판이 보다 과학적인 비판이 되도록 더 치열하게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정확하지 않은 각도에서의 섣부른 비판은 사회적 비용만을 증가시키고, 우리 사회에 오히려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등 본질적 해법을 오도하기 쉽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정확한 해법을 모색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객관적이고 엄정한 비판 보도를 위해 역량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오보 없는 YTN, 팩트 체크 제대로 하는 YTN, 과학적 비판을 지향하는 YTN! 맥락을 잘 짚어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YTN 기자,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판단하는 준거가 되는 YTN 보도로 만들어 갑시다.

그리하여, 저는 시청자 고객을 대상이 아니라 주인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언론 소비자인 우리 시청자님들을 YTN 구성원들의 의사결정 최종 결재자로 모시겠습니다. 조직의 모든 판단은 시청자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응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시청자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할 때 종결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법정 기구인 시청자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귀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법률에 의해 임명된 고충처리인이 명실상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바꾸겠습니다. 시청자,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의미에서 매섭게 비판하고 감시하되 사실·맥락·통찰이 기반이 되는 보도를, 그리고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는 보도를 지향하겠습니다. 보도에서 무책임하게 허위의 사실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줄여서 법률적 다툼이 줄어들 시스템을 고민하겠습니다. 이미 시민이, 시청자가 빠르게 팩트 체크 하고 기사의 허점을 찾아냅니다. 우리가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결국 버림받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존경하는 YTN 구성원 여러분! 저는 조직혁신을 위해 우선 노사가 한뜻으로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노사관계를 복원하겠습니다. 갈등과 분열을 화합과 통합으로 전환 시키는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건강한 조직 원리는 소통과 참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라 믿습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YTN 밖에서는 시청자가 주인이며 안에서는 여러분이 시청자로부터 위탁받은 공적재산을 지키는 주인입니다. 시청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보도혁신이라면 여러분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은 조직혁신입니다. 제대로 된 보도로의 변화, 보도의 혁신을 거부하고 기존의 관행을 두둔하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보복 수단으로 인사권과 징계권을 남용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 같은 뜻을 모아나가는 통합만을 모색하겠습니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청산은 새 출발의 대전제입니다. 빠르고 과감하게 과거와 결별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경영혁신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선 외부 의존적인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 보입니다. 당장 사이언스 사업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지역 기반의 마케팅도 리스크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직접 투자한 각종 사업의 미래비전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경영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찾아보겠습니다. 이러한 경영혁신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이 사업, 저 사업 벌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는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디지털과 같이 사업의 필요성이 분명한 분야에는 과감한 접근을 시도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을 사람이 하는 만큼 우리 내부에 사람이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일도 경영혁신의 중요한 과제로 삼겠습니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인력이 과다하고 인력 구조가 노령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예기치 않았던 큰 폭의 인력 감소와 정년 도래가 특정 시점에 몰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층적인 고용 관계에서 나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올바른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도 꽃길만 걸을 수는 없습니다. 세대교체를 이루겠습니다. 1회성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교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인사정책을 펴겠습니다.

이제 YTN 사장에 취임하는 저의 개인적 소회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30대 젊은 시절 방송사 노동조합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민주방송실천위 간사라는 직함으로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장치를 궁리하고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늘 간직하고 다니던 마음 속 설계도가 있었습니다. , 그리고 실천, 그리하여 시스템으로 완성되는 지속 가능한 공정방송!!!

오늘 아침 이 자리에서 약속 삼아 제 다짐을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이제 경영진이 되었지만 처지의 변경을 이유로 말을 바꾸지는 말자. 보도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일이 그때 옳았다면 지금도 옳아야 한다. 공정한 보도의 중요성은 나이와 상관없어야 하고, 지위와 상관없어야 옳다. 회사 경영 문제, 정치적 지형과 경제 여건 등 상황 변수를 이유로 보도의 원칙이 때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그때의 원칙을 지키는 노력을 계속해 보자.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이, 시민들이 박수치며 환호하지 않았던가.’

YTN 구성원 여러분!

저는 YTN 시청자들께 드리는 말씀과 우리 구성원들께 드리는 말씀으로 오늘 첫 인사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YTN 시청자 여러분. YTN이 이제 시청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보도전문채널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그리하여, 시청자들께서 YTN뉴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실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도는 YTN으로 충분하다그렇게 느낄 때까지!!”

그리고 YTN 구성원 여러분, 다시 한 번 10년 고통의 기간에도 수모를 견디며 굴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YTN을 지키기 위해 힘써 온 건강한 정신에 경의를 보냅니다.

부끄럽지 않은 YTN을 만듭시다. 일하고 난 뒤 집에 돌아가서 화면을 볼 때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공동체에 자랑스러운 YTN으로 만듭시다. 대의에 동의한다면 함께 힘을 모아 나갑시다. 이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지가 함께 한다면 YTN은 마침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장에 취임하는 저의 각오이자 여러분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응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9. 27

YTN 대표이사 사장 정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