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삶의 빛과 그림자를 담는 화가 정일모
2019-07-10

내면의 감정을 그려내며 치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일모 작가는 우리 안에 소리, 내 안에 소리, 일상의 소리들을 나팔꽃으로 시각화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만물처럼 인간이 내면의 소리를 내는 것을 나팔로 치환해 보여준다. 작품 속 나팔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도구로, 소리를 내는 에너지에 주목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완벽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나무는 나무의 삶을, 꽃은 꽃의 삶을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을 표현하고 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 나팔소리 31, 162×112cm, 캔버스 위 매트불투명물감, 2017


정일모 작가는 늘 두 가지 오해를 받습니다. 남자 아니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중견 화가 아니었어요?

남자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에 귀하디 귀한 가족 돌림자까지 받은 여섯 딸 부잣집의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충남 공주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정 작가는 미술을 독학으로 깨우쳤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그림을 참 잘 그린다"는 선생님의 칭찬이 오늘날까지 그림을 그리게 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틀 안에 가두지 말라는 스승의 조언에 미대 대신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덕분에 지금은 미술과 음악, 춤, 명상 등이 어우러진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안내자의 삶도 살고 있습니다.


정 작가에게 좋은 작품이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온전히 캔버스에 모두 다 녹여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화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관객과 소통하게 만드는 연출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삶답게 정 작가의 꿈은 좋은 작품을 남기고 완벽하게 깨끗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언론사 YTN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나팔 소리 작품을 메인으로, 정일모 작가의 대표작 7점이 YTN 1층 아트스퀘어에 전시돼 있습니다.


삶의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을 오롯이 담은 정일모 작가의 작품 전시회는 오는 7월 31일(수)까지 열립니다.


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http://www.ecorockgallery.com/mainBoard/main_cyber_detail.htm?ce_cd=2019062700002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7월 9일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출연 당시 주요 인터뷰 내용입니다.


Q. [조현지 아나운서] 정일모 작가 그림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게 아주 진한 채색이었어요. 뭔가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아무래도 인상이 강력하게 느껴졌거든요. 이런 색감을 쓰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정일모 작가] 제가 본능적으로 그런 색들을 고르는 것 같아요. 머리에서 계산하지 않고, 몸이 먼저 그런 색들을 고르더라고요. 작가라면 형태와 색들로 표현을 하는데, 저는 형태보다는 색으로 전달되는 내용들이 더 강한 것 같고, 색에 또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색으로 많이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색들이 더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조현지 아나운서] 제가 원색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감이 한편으로는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다 계산된 선택이겠죠?


​A. [정일모 작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빛과 그림자거든요.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림들을 저는 좋아하고, 제가 그렇게 표현을 하고자 해요. 그래서 밝지만 그 안에 슬픔이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제 안에 그 두 가지가 다 있는 것 같아요.

▲ Everyday Christmas, 112×162cm, 캔버스 위 매트불투명물감, 2017


Q. [조현지 아나운서]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모든 날이 성탄절이다, 이런 작품 제목이죠? 이것을 보고 저는 ‘마더’의 김혜자 씨가 춤추는 그런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고, 또 찾아보니까 같은 제목의 그림들이 여러 개 있더라고요.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팔과 다리를 들고 춤을 추는 듯한, ‘막춤’을 추는 듯한 여성분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거든요. 이 작품은 어떻게 그리게 되신 거예요?


A. [정일모 작가] 제가 뒷모습 그림이 40점 정도 시리즈로 있거든요. 인간의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 그림이에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뒷모습으로 그린 건데, 뒷모습 그림 중에 가장 끝에 그린 그림이에요. 빛과 그림자를 통합시키고자 하는 그림이어서 크리스마스가 예수가 탄생한 날이잖아요. 그 날만 탄생한 게 아니라 사실은 매일 태어나서 매일 새롭고, 매일 오늘이 기쁜 날이라는 건데요. 그림에 보면 팔 다리도 균형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지 않으세요? 손가락도 열 개씩 되고, 손톱들이 떨어지고 있는데, 색깔이 막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런 빛으로 둔갑돼서 환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작품들인데요. 작품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제목의 그림들이 몇 개가 더 있어요.

▲ 엄마 (생의 경계에서), 72.7×53cm, 캔버스 위 모래, 매트불투명물감, 2018


Q. [조현지 아나운서] 저는 엄마라는 작품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 작품 제목 뒤에 부제로 '생의 경계에서'라는 말이 있었어요. 이 제목을 보고서 뭔가 뭉클한 느낌도 들었거든요?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요?


A. [정일모 작가] 그 그림이 제 마음 속에 애잔하게 있는 작품이기는 해요. 실제 저희 엄마이기도 하고요. 엄마의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림 보면 배경에 시골의 집들이 보이잖아요. 저희 시골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고향에 제가 내려갔다가 엄마가 일 끝나고 들어올 때가 돼서 미리 마중을 나갔어요. 엄마가 마치 딱 오고 계셔서 엄마한테 요청을 했어요. 점프를 해달라고. 그러면 제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엄마의 그런 활기찬 모습을 담아두고 싶어서, 하나, 둘, 셋, 했을 때 엄마가 뛰었는데, 몸이 안 뜨고 팔만 뜬 거예요. 제가 많이 찍는 컷이거든요. 그 장면을 찍는데, 뒤에 배경에 노을이 지고 있고, 전깃줄이 유독 많았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엄마의 생을 생각하게 됐어요. 한 사람이 태어나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기간 동안에 노을이 지는 지점이 엄마의 칠순이 다 된 나이와 맞아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 안에 엄마가 살고 있고, 엄마는 지금 노을이 지는 데까지 삶을 살아온 거고, 아직 저녁이 있고, 밤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 엄마의 인생을, 뭔가 순간 스쳤는데, 너무 아련하고, 짠한데, 연민도 느껴지고. 엄마가 아닌 한 여자, 한 사람으로 봤을 때 그런 가슴에 느껴지는 것들이 순간 가슴에 접촉됐어요. 생의 경계와 엄마를 같이 묶어서 작품을 하게 되었어요.

▲ 나팔소리 10, 162×112cm, 캔버스 위 매트불투명물감, 2017


Q. [조현지 아나운서] 나팔 작품들이 참 많아요.?


A. [정일모 작가] 나팔 작품도 한 40점 정도가 있거든요. 나팔이 불고 있는 나팔도 있고, 나팔꽃도 있잖아요. 그 두 개를 합쳐서 제가 작품에 같이 넣었는데요. 부는 나팔의 의미는 우리 안에 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는 본성의 빛을 겉으로 드러내서 표현, 표출하는 것들을 상징으로 했어요. 그 사람만 가지고 있는, 내고 싶은, 낼 수 있는 소리가 있잖아요. 그것들을 감추지 말고 드러내고, 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고, 나팔 소리는 그것을 더 초점화해서 작업을 했고요. 개인전도 나팔 소리라는 작업으로 했던 적이 있었어요.

Q. [조현지 아나운서] 이번에 전시된 작품 속에서 <나팔소리 10>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저는 노란 배 모양을 보고 혹시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라고요?


A. [정일모 작가] 네, 맞아요. 그때 작가라면, 화가들이라면 시대를 반영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들을 예술가들이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저는 했어요. 그 그림을 보면 아이들이 다 나팔을 불며 날아가고 있는데, 바다인 것 같잖아요. 배가 또 노란 배가 있기 때문에 바다인 것 같고, 또 하늘인 것 같이 표현을 했어요. 그때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날려주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제가 아니어도 이미 그 영혼들은 자유롭게 날아갔고, 그것들을 제가 표현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그렇게 작업을 하게 됐고요. 그 작업이 꼬박 한 달이 걸렸어요. 그 물결무늬와 하늘의 무늬, 줄무늬를 그리는 게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Q. [조현지 아나운서] 아마 그 시간 동안 작가님 나름대로 우리 친구들을 잘 보내주는 나름의 의식이랄까요?


A. [정일모 작가] 맞아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 정일모 작가 출연 오디오는 https://www.youtube.com/watch?v=08hhear1PcI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