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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감성을 담는 한국화가 김이슬
2021-03-19

김 이 슬 Dew Kim

 

- 이화여대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추계예술대 미술학부 동양화과 졸업

- 현 도약아트 민화 강사,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공예미술학과 강사

- 개인전 및 단체전, 아트페어 다수 참여

- 작품 소장 : 국민은행,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등

지리산 화엄사, 194*65cm, 장지에 채색, 2013


"여행을 통해 상상을 넘어선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서 현실과 이상향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작품에 반영하게 되었다.


여행은 그곳에 함께 있는 이들을 보고 배우며 소통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공간 안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본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 그리고 미래,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각양각색의 공간에 좀 더 여유롭고 낭만적인 순간을 꺼내려 한다."


- 작가 노트 中

"나는 감성 여행자"


김이슬 작가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을 여행하며, 그곳의 색을 담아내는 한국 화가입니다.

작가에게 여행은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이고, 그 속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여행을 하다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를 발견하면 재빨리 화첩을 꺼내 그리기 시작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 그러나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그 귀한 공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간절함 때문입니다.


현장 드로잉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객들이 모이곤 합니다. 그림은 낯선 여행자들과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마법의 매개체가 됩니다.

'코로나 시대, 그림을 통해 떠나보기'


작업실 한쪽 벽에는 수십 장의 여행 결과물이 붙어 있습니다. 그동안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드로잉으로 남겨둔 덕에 여행이 막힌 코로나 시대에도 김 작가는 작업에 걱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작업에 몰두하며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매일 행복하게 떠올립니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포착된 삶의 현장은 생생함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원근법에 구애받지 않는 한국화답게 그림 한 장 속에 의미 있는 풍경과 장면이 모두 나열돼 있습니다.


자유롭게 시선을 옮기며 구석구석 그림을 살펴보세요. 색다른 풍경을 통해 여행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습니다.

YTN 아트스퀘어 김이슬 초대전 (3.1~3.31)


김이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4489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김이슬 작가와의 일문일답

 

Q. '감성 여행자'라는 자기소개가 인상적인데?

 

- 역사적인 장소를 여행하면서 현장의 감성을 담아내고 있어요. 실제 여행할 당시의 감성뿐 아니라 현장의 옛 모습, 현재 모습 사이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빼어버리죠. 사진과 그림은 차이가 있어야 하니까요. 현장에서 먹으로 기본 구도를 잡아요. 오랫동안 현장을 바라보면서 그리니까 당시 누가 지나갔는지, 햇살이 어땠고, 분위기가 어땠는지 느끼게 되더라고요.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아쉬워서 여행지를 한번 그려보자 생각했어요.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빨리빨리 그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패키지여행을 가서도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을 때 그 몇 분 안에 그리기도 해요. 자연스럽게 드로잉 실력이 더 늘어나게 됐지요. 크로스백에 드로잉 재료를 넣어 가지고 있다가 바로 꺼내서 그릴 수 있게 늘 준비돼 있어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을 때는 드로잉북을 아예 펼쳐놓고 그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구경해요. 그런 시선도 즐겨요. 저는 그림 그리면서 동시에 말도 걸고, 함께 수다도 떨 수 있어요. 

▲ 중국 이화원의 여름, 116.7*72.7cm, 순지에 분채, 2018

 

Q. 어릴 적 화가의 꿈, 아버지(창전 김재헌 화백)의 영향이었나?

 

- 아버지는 화조류 등을 화선지에 그리는 전통 한국화를 하셨어요. 도자기나 나무에도 접목하셨고요. 그래서 서양화를 하는 것보다 한국화를 제대로 공부하고 전통을 기반으로 디자인이나 다른 영역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평생 직업에 대해 고민해 오다 미술 시간에 주어진 그림 과제를 몇 시간이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아그리파와 같이 똑같은 사물을 그리는 것은 싫어했어요. 소묘는 저랑 안 맞더라고요. 수채화도 잘 안 맞고. 그러다 동양화를 그렸는데 저랑 잘 맞는 거예요. 먹 향이 맑은 기운을 주고, 참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긴 했지만, 아버지는 구도의 흐름이나 캘리그래피(손글씨)의 조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Q. 여행 현장을 어떤 과정을 거쳐 화폭으로 옮기는지?

 

- 눈으로 직접 현장을 보면 공간감이 있잖아요. 저는 다시점(多視點), 즉, 위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본 것도 같은 구도로 그리기 때문에 현장에서 반드시 구도를 잡고 돌아와야 해요. 

 

현장을 사진으로 찍으면 평면으로 나타나지만, 우리가 장소를 직접 바라볼 때는 시선을 계속 옮길 수 있잖아요. 위치마다 꼭 그려야 할 것들을 드로잉으로 재빨리 현장에서 그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붕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모습은 현장에서 바로 그리는 거죠. 

 

한국화이기 때문에 원근법이나 명암은 쓰지 않아요. 대신 색을 여러 겹 씌워서 정면에서 봤을 때와 옆에서 봤을 때의 두께감을 달리 표현하기도 해요. 조명을 비추면 특징이 더 두드러져요. 

 

보통 한지 중에서 두 겹을 포갠 이합 장지 (장지: 한지 중 두껍고 질기며 질이 좋은 종이)에 분채나 석채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요. 한지에 아교와 교반수로 밑바탕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밑바탕을 잘해야 분채가 차곡차곡 올라가져요. 그렇지 않으면 화선지에서 번져요.

▲ 대구 계산성당, 80.3x52.0cm (25호), 한지에 분채, 2016

 

Q. 다작 화가로 유명하다. 비결은?

 

- 한때 일주일에 두세 작품은 거뜬히 했지만, 지금은 육아로 인해 그 정도는 못 그려요. 당시엔 밥 먹자마자 10시간 이상을 그림만 그렸어요. 3, 4시간만 자도 괜찮더라고요.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한국화 재료인 아교가 한번 만들어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3, 4일만 지나면 냄새가 나거나 썩기 시작해 결국 버려야 해요. 안 그러면 그림에서도 냄새가 나거든요. 그러니 빨리 그리는 게 낫겠죠? 한국화는 손으로 직접 재료도 만들어야 해서 사실 쉴 틈이 없어요. 재료의 특성 때문에 길게 작업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어요.

▲ 그리스 산토리니 작업 당시 사진

 

Q.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 그리스 산토리니요.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돼 2011년에 한 달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요. ‘산토리니’ 하면 대개 화이트와 블루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석양이 질 때 마을이 온통 붉게 변하는 거예요. 산토리니는 C자 지형으로 돼 있어서 한눈에 보이거든요. 

 

자연의 빛에 따라서 우리가 아는 색이 아니라 또 다른 색으로도 바뀌는구나를 알게 됐어요. 이후 작업을 할 때도 상징물이나 건축물 자체의 고유색이 아니라 내가 느낀 색으로 바꿔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생각의 전환이 된 셈이죠.

 

산토리니는 오직 그림 작업만을 위해 떠난 유일한 여행이었어요. 거의 매일 장소를 찾아다니고, 그림을 그렸으니까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것 같아요. 

Q. 코로나 시대,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저는 오래된 역사적인 장소에 끌리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주를 갔다면 역사적으로 상징되는 장소를 먼저 가보고,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는 공간을 작품의 소재로 고르게 돼요. 의미도 있고요.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하게 되고, 사회 분위기와 시대적 흐름이 그 장소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종종 하게 돼요.

 

그냥 성당이 아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성당을 우선순위로 잡아 그리거든요. 일반인들도 가서 보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해외에 가면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고 그 앞에서 사진 찍잖아요. 한국에서는 왜 안 그러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림 속에 있는 오래된 성당이나, 한옥, 산 등을 보면서 그림도 보고, 서로의 감정을 비교해 보면서 또 다른 시각을 열어줄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코로나로 여행을 못 떠나긴 하지만, 그동안 드로잉 작업을 많이 해놓아서 앞으로도 많이 선보여 드릴 수 있답니다.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계속 그릴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