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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즉흥적 즐거움을 만끽하다 – 영화 <기생충> 다송이그림 작가 '지비지'
2021-09-10

ZiBEZI 지비지 (JUNG JAE HOON)


- 1980년, 서울 출생

- 영화작품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2019 칸황금종려상수상작/ 2020 오스카수상작) 그림 자문 및 작품 제작

- 개인전13회, 아트페어 8회, 단체전 7회 참여

YTN 아트스퀘어 지비지 초대전 (9.1~9.30)


YTN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에는 알록달록한 색채와 재미난 캐릭터, 장난감 상자를 들여다보는 듯이 뒤죽박죽한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기생충'의 아이그림 작가로 유명세를 탄 '지비지' 작가 초대전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다송이그림>도 걸렸다. <다송이그림>은 영화 속에서 다송이가 그린 ‘자화상'으로 표현됐지만, 지하실 남자에 대한 복선으로 드러나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림을 알아본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지비지 작가는 즉흥적인 영감과 상상을 담은 자유로운 화풍의 그림으로 영화감독 봉준호의 눈에 띄었고, '기생충' 참여 작가로 대중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집에서 그림만 그렸다. 그래서 작가 예명이 ZIBEZI(지비지)다. 친구들이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집이지’ 하고 대답했던 것에서 따왔다."


‘지비지’라는 예명이 낯선 이들이 많지만, 지비지의 정체는 놀랍게도 과거 통신사 광고에 등장해 ‘북치기 박치기’로 비트박스 열풍을 일으켰던 후니훈(본명 정재훈)이다. 래퍼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지비지 작가는 음악과 미술 장르를 넘나들며 현재는 작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작품 준비에 한창인 지비지 작가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YTN 아트스퀘어 관객들의 반응을 물어오며, 타지에서의 안부를 전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려요. 그릴 때마다 새로운 게 나오니까 재밌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낯선 환경, 새로운 자극을 담아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다는 그는 작품 활동과 더불어 국내외 전시를 연이어 진행 중이다.


그는 '기생충 작가’의 타이틀을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전한다.

Living creatures(살아있는생명들), 91.0cm* 116.8cm (50호), Acrylic& Marker on Canvas, 2020


ZiBEZI in World (지비지인월드), 130.3cm * 162.2cm (100호), Acrylic & Marker on Canvas, 2017




지비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5202)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비지 작가와의 일문일답

- 화상 인터뷰 캡처 화면 -


Q.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원래 랩 가사를 쓰면서 종이에 그림을 끄적이며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랩뮤직을 하면서 뮤직비디오나 영화도 많이 봤고요. 뮤직비디오 뒷 배경에 그래피티가 많잖아요. 그래피티를 좋아하기도 했고... 눈으로 그림을 배운 것 같아요. 한동안 음악 작업에 지쳐 있었을 때, 본격적으로 도구를 사서 제대로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문구점에 가서 좋은 마커를 구입하고, 아무 생각 없이 푹 빠져들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 그림에 크게 영향을 끼쳤던 것은 에스파냐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전시입니다. 조카와 가우디 전시를 관람하고 나가는 길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어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그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곡선이 신의 영역이라면, 그 세계가 무궁무진한 거죠. 너무나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선과 곡선의 힘,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림에 푹 빠져 그렸습니다. 그때 제 그림의 다양한 패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tar treck, 91.0cm * 116.8cm (50호), Acrylic & Marker on Canvas, 2020


Q. 작가님만의 특별한 표현 기법이 있나요?


크레파스, 마커, 파스텔을 주로 활용해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저만의 패턴을 표현하고, 색을 다양하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구성을 미리 세워둘때도 있지만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릴 때가 많습니다. 일단 색을 정한 후 떠오르는 영감을 즉흥적으로 표현합니다. 한 가지 색을 칠하고, 다른 어울리는 색을 칠하고... 그 후 선의 패턴이나 캐릭터,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그려요.


즉흥적으로 그리지만 다만 저는 작품의 '밸런스'를 중요시합니다. 이미지를 하나씩 그려 넣을 때마다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봐요. 멀리 떨어져서 보고 그리고, 보고 그리고... 쭉 연이어서 그리는 게 아니라 한 부분씩, 그리고 색을 넣었으면 또 한번 지켜봤다가 그렇게 그림을 그립니다.

알라스카영화 기생충 <다송이그림>, 45.5cm * 53.0cm (10호), Digital Print Poster, 2020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모든 작품이 제게는 자식같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작품은 ‘알라스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 '기생충'에도 참여하고, 아내도 만났으니 말입니다. 2018년 3월 한국에서 2인전 전시회를 열어 이 그림을 걸었는데요. 그곳에서 우연히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고, 이 작품을 본 영화 '기생충' 팀의 러브콜도 받았습니다.


'알라스카' 그림은요. 제가 지구와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래스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알래스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알래스카 사람들의 외양은 동양적이면서, 햇빛이 얼음에 반사돼 얼굴이 그을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모습을 작품에 표현했습니다. 얼굴은 그을린 갈색으로, 머리는 빨갛게. 또 이분들은 밝은 의상을 즐겨 입어 작품의 배경은 핑크로 칠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와 제 상상을 가미해 그렸습니다.


Q. 영화 기생충 <다송이그림>의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영화 기생충의 <다송이그림>은 본격적으로 영화에 맞는 그림을 그린 것인데요. 봉준호 감독님의 두 가지 요구 사항이 있었습니다.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의 얼굴, 그리고 스키조프레니아 존(조현병 구역)을 설정해두고, 이 부분을 잘 살려 그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약 5개월간 <기생충>을 위한 그림만 30점이 넘게 그렸습니다. 정말 많은 피드백이 오고 가면서 미친 듯이 작업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나중에는 제 그림에 번호를 매기고 ‘1번과 5번을 합친 그림을 보여달라’, ‘5번과 6번을 섞어보자’라는 가이드를 주기도 했습니다. 제 그림과 그림을 합쳐 완성된 작품인데요. 무척 힘들었던 과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그림이 선택됐을 때는 엄청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 ZiBEZI Engraving, 47cm * 49cm, Silkscreen 판화, 2020


Q. 'ZiBEZI Engraving' 작품, 실크스크린 판화로 제작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프린팅은 선호하지 않지만, 판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기에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ZiBEZI Engraving' 속의 그림을 보면 영화 '기생충'에서 보이는 곳곳의 요소들이 많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키조프레니아존이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이미지, 사람의 얼굴 등이 나타나 있습니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이 작품은 실제 원작이 아이패드로 그린 디지털 이미지라는 것입니다. 원화를 디지털 이미지로 나타내는 NFT의 방법과 반대로, 디지털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이란 판화적, 방법적인 테크닉을 활용하여 원화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 Fantasy and real (이상과현실), 91.0cm * 116.8cm (50호), Acrylic & Marker on Canvas, 2020


Q. 관람객들에게 관람팁을 준다면?


색감의 다채로움을 느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음악 활동을 하다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 그림을 그리며 위안 받고 마음의 치유가 됐습니다. 관람객들도 제 그림을 감상하시는 동안만큼은 힘들고 괴로운 일들은 잊으시고, 힐링의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ZiBEZI in World (지비지인월드), 97.0cm * 130.0cm (60호), Acrylic & Marker on Canvas, 2017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미국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많습니다. 발판 삼아 활동 영역을 넓히려고 계획 중입니다. 스타일이 워낙 즉흥적이라, 뭔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제 스타일의 공간을 그때그때 발견해서 소통을 위한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가깝게는 10월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내년 1월 LA에서 예정된 LA ART SHOW 전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훗날 제 그림들을 배경으로 전시해 두고, 제가 만든 음악으로 쇼케이스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요.


작가로서는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아, 지비지 작품이네, 지비지꺼네!’ 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스타일이 확고한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 Conductor(지휘자), 65.0cm * 91cm (30호), Acrylic & Marker on Canvas, 2017



인터뷰│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제공│지비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