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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스토리] "의원님, 심사는 받으셨습니까?" 연속 보도 취재기
2019-08-05

"의원님, 심사는 받으셨습니까?"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이승배 기자

입이 닳도록 물었습니다. "심사는 받으셨나요?" 돌아오는 답은 거의 같았습니다. "왜 이런 걸 직접 저희한테 물어보세요. 국회 사무처에 물어보세요."

저도 그렇게 물어보기는 싫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물어볼 거란 상상도 안 했습니다. 그럼 왜 그랬느냐고요?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보통은 실태나 현황 같은 자료는 감독 기관에 묻습니다.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받을 수 있어서 사실 그게 제일 편합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도 처음엔 그런 줄로만 알고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춰봤더니, 이런, 온통 비밀투성이였습니다. 자료 좀 달라고 하면 '비공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개인정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맞고 품는다'는 말이 있죠.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의원실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팩스도 보냈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묻고 이마저도 안 되면 의원을 만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때는 국회가 난장판이었을 때였습니다. 동물국회, 주식 얘기를 꺼내면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며 핀잔을 들었습니다. 하루에 답변 하나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그만둘까, 고민도 참 많았습니다.

곡절이 많았지만, 대부분 의원실에서 답변을 줬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의원실에서 확인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취재해 위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86명 가운데 44명, 위반율 51.1%. 주식이 3천만 원이 넘어 심사를 받아야 하는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이 규정을 어기고 있었습니다. 많아야 대여섯 명 정도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20대 국회의원만 이 정도인데, 그렇다면 19대, 18대, 그 이전에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지난 2005년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주식에 대한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올해가 2019년이니 벌써 14년이 됐습니다. 반대로 14년이나 지났는데, 백지신탁 제도는 놀라울 정도로 위반자가 많고, 제도는 너무나 허술했습니다.


그렇다면 어긴 의원이 누구냐? 이게 가장 궁금해집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국회의원을 한 명씩 취재해 위반자 22명을 찾아냈습니다. 이름은 물론 자세한 위반 내용을 기사와 엑셀 파일 등으로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주소창에 "bitly.com/위반사항"을 치면 됩니다.


확인된 위반자의 절반은 찾았지만, 절반은 누군지 모릅니다. 위반자가 44명이라고 밝힌 건 국회 사무처입니다. 그래서 사무처에 위반자가 누구냐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거부했습니다. 같은 이유,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중요하지만, 취재팀은 제도의 구조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고발하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처벌받은 적이 없고, 판사와 검사, 외교부 직원 등 특정 부처와 기관은 14년 동안 단 한 명도 직무와 주식이 관련 있다는 판정을 받지 않았다는 점 등도 고발했습니다.

YTN 보도 이후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위반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14년 만에 조항이 신설된 겁니다. YTN의 문제 제기로 보완책이 세워진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다른 언론들도 조금씩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감시와 비판이 필수인데,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정보가 투명해져야 합니다. 백지신탁 심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련성 '있음' '없음' 판정의 근거는 무엇인지, 누가 심사했는지 위원 명단도 공개돼야 합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감시의 눈초리로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해당 연속보도로 한국기자협회 '기획보도 방송부문-이달의 기자상'과 방송기자연합회 '기획보도 부문-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다.


▲ (데이터저널리즘팀) 최혜윤 리서처, 함형건 기자, 이승배 기자, 신수민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