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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스토리] 人터view와 한일협정 취재기
2019-09-05

人터view와 한일협정 - YTN 영상기획팀 시철우 기자

‘人터view’를 통해 한일협정을 완벽하게 정리해보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말, 민주주의 시리즈를 막 끝내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던 차에 영상기획팀의 아이디어 뱅크 이상엽 기자가 장기 시리즈를 제안해왔습니다. 한일협정에 ‘피해자의 인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니, 우리가 인터뷰를 통해 한일협정의 한계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강제 동원 피해자의 인권침해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있었던 우리들은 만장일치로 ‘人터view 한일협정 시리즈’를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이 우리 경제에 대해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던 즈음인데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기사들은 대부분 경제 문제에 집중한 것이었습니다. 양국 갈등의 원인이 된 ‘한일협정’ 문제를 깊이 있게 조망한 기사는 의외로 드물었습니다. 해서 ‘人터view’ 제작진은 기존 기사들을 좇아가는 것보다 일본이 주장하는 공격 논리를 타파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한일협정을 공부하다’

우리 근현대사에 누구보다 더 관심이 있었고, 또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이 무너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965년에 맺어진 한일관계 기본조약 청구권협정과 전후 사정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고 자만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일협정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인터뷰 제작진 모두는 관련 논문을 비롯한 자료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동북아역사재단의 기라성 같은 박사님들은 열 일을 제쳐두고 우리 방송을 위해 개인 교습을 해주시는 등 노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쌓여가는 자료들만큼 제작진의 논리도 두터워졌습니다.

한일협정의 한계와 문제점을 연구하고 지적해온 학자들과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에 참여한 법률가 그리고 피해자들을 전방위적으로 만나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우리 대법원 판결을 두고 ‘한일협정’ 약속 위반이라고 한 일본의 주장이 역사적,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측 논리만 담는 것보다는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일협정과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논리를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판단해 일본 현지 취재를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양심을 만나다’

인터뷰 대상을 정하고 일정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매주 한 편씩 방송하는 ‘人터view’ 본 편을 제작하면서 제작진 여섯 명이 자료 수집과 국내 취재를 병행해야 했고, 2박 3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일본 현지에서 우리 문제에 매진해왔던 분들과 만남 시간을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3주에 걸쳐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역사적 실체 규명과 피해자 문제 해결에 헌신해온 여섯 분과 약속을 확정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일본의 양심들은 하나같이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과 해결되지 않은 전쟁·식민 피해자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의 시각을 전했습니다.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 BC급 전범 피해자 문제를 연구해온 우쓰미 아이코 오사카 경제법과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한일갈등 국면이 지속하는 동안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YTN만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주셨고,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불러주시기도 했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위안부 문제와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진 이후 전쟁과 식민지 피해자 소송에 원고 측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일본이 이번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개인 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와 사법부도 그동안 소멸하지 않았음을 꾸준히 밝혀왔다고 확인해줬습니다. ‘한일회담 당시 일본 측 회의록 전문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 모임을 만들어 한일협정의 역사적 실체 규명에 헌신해 온 오타 오사무 도시샤대학교 교수는 일본 정부가 직접 작성한 문서들을 보여주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 정부가 지급한 돈이 경제협력자금이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일본이 저지른 역사의 과오를 씻어내기 위해 40년 넘게 식민지 피해자 문제에 매진해온 이치바 준코 '한국원폭피해자를 돕는 시민모임' 대표는 일본이 역사 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일본 시민 모두 가해자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며 일본의 역사 교육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양심이 말한다’

일본 현지에서, 소수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인권’과 ‘진실’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커다란 감동이었습니다. 일본의 집권 세력이 우경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일본 시민사회가 건전한 비판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양심이 말한다’는 한일갈등의 원인과 그 배경 그리고 설득력 있는 해결 방법을 담기 위해 기획한 ‘人터view’ 한일협정 시리즈 여섯 편과 궤를 같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미 방송한 ‘人터view’ 한일협정 시리즈의 내용을 일본인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그 이후 방송된 시리즈 후반부 내용을 예고하면서 역사 앞에 당당하기 위한 일본인의 시각을 전했습니다. 역사와 법리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는 양국의 갈등을 바라보는 일본의 양심들은 하나같이 일본이 저지른 전쟁과 식민지배의 폭력성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역사의 실체를 규명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노력이 양국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한일협정과 人터view’

‘人터view’ 한일협정 시리즈는 한일협정을 역사적 배경부터 그동안 제기되어왔던 한계와 문제점까지 다각도로 짚어냈습니다. 나아가 피해자 문제와 갈등 해결을 위한 모색도 담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한일협정이 담아내지 못했던 피해자의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해냈습니다.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면, 식민지 불법 지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해결되었다는 것이 됩니다. 일본 정부 스스로 식민지배는 불법 지배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은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므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일협정은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일 수 없습니다.”라는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박사의 논리는 그동안 어떤 기사에도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시각으로, ‘人터view’ 한일협정 시리즈가 발굴한 성과로 기억될 것입니다.

얼마 전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人터view’에 등장한 한국과 일본의 여러 학자와 변호사들은 지금이 ‘한일협정’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고 강변합니다.

“피해자들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정의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 냉전 체제의 산물인 ‘한일협정’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새로운 한일관계 속에서 식민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새로운 협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번 한일 갈등을 미래를 향한 기회로 삼고 새로운 한일관계의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라는 양국 지성의 공통된 의견은 이번 人터view 제작진이 한일협정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부디 이번 시리즈가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에 피해자의 인권 회복과 역사적 실체를 규명하는 여러 사람의 노력을 담은 조그마한 나침반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기를 소망합니다.

▲ (왼쪽부터) 시철우 영상기획팀 기자, 이상엽 영상기획팀 기자, 일본 코디 와타나베 카에

▲ 영상기획팀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