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Y 스토리] 원조 맛집의 유튜브 독립선언
2019-11-18

『원조 맛집의 유튜브 독립선언』- 제작1팀 양일혁 기자

12년 전에 치렀던 필기시험이 문득 떠오릅니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 YTN이 나아갈 길을 논하라.’ 나름 좋아했던 주제였기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답안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미디어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운운.”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우주의 탄생이 그렇듯 미디어에도 빅뱅 이후 콘텐츠들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생겨났고, 그것이 바로 유튜브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해 4월 돌발영상에 합류하면서 가장 먼저 유튜브를 떠올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당연한 얘기이지만 2019년 현재 동영상 콘텐츠가 보다 많은 사람들과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바로 유튜브이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궁무진하며, 소재는 거의 제한이 없는 데다, 잘하면 돈까지 벌 수 있다니 코흘리개 초등학생이든 TV 방송국이든 모두가 미친 듯이 빨간 버튼을 클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하니까, 라는 대답은 충분치 않습니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갔다가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합니다. 돌발영상이 발명한 형식과 스토리텔링 방식이 이미 벌써 유튜브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고 있는 겁니다. 주류 언론에서 쓰지 않고 남겨둔 영상인데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면 유튜브는 언제나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돌발영상을 차용(하려는 듯)한 콘텐츠들이 여럿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돌발영상이 유튜브와 완전히 담을 쌓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YTN 뉴스 채널에서 이미 공급되고 있었고 반응도 꽤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댓글에는 돌발영상만 따로 모아봤으면 좋겠단 제안이 꾸준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돌발영상에 애정을 갖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단 뜻입니다. 반면에 '돌발영상이 언제 부활했어?' 놀라는 사람들도 여전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약간의 변화를 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돌발영상을 좋아해 줄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채널 독립입니다. 다행히 YTN플러스에서도 취지에 공감해 주었고, 마침 아카이브 속에 잠들어 있던 과거 황금기 시절 돌발영상들을 유튜브에 부활시키는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단순히 콘텐츠가 괜찮으면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좋은 콘텐츠란 단지 내용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미디어와 마케팅 분야의 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무게 중심이 내용에서 관계로 바뀌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어떻게 잘 만들까, 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까, 를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마침 유튜브에선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돌발영상의 주요 시청자들은 50대 60대 아저씨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데이터를 확인하니 35-44세가 무려 1/4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발견은 새로운 시도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돌발영상'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vWUqUT10RiJ6W8XiruqAiQ)

돌발영상은 과거 은근한 웃음 뒤에 담긴 신랄한 비판 정신으로 벼락처럼 나타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광이 누군가에겐 크게 심기가 불편했는지 탄압 끝에 폐지됐다가 이제는 유튜브 독립 채널로 새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무지한 돌발영상팀 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 온 YTN플러스와 콜라보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유튜브가 모든 문제를 풀어줄 해법이 될 수 없단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이라는 치명적인 유혹,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 다만 과거의 플랫폼, 기존의 형식, 늘 하던 방식만으로는 오늘날 너무나도 다양해진 뉴스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추기도,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실험은 돌발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고,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과거 TV와 PC라는 토대 위에 발명되었던 돌발영상이 소셜미디어라는 토대 위에서 어떻게 진화할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함께 지켜보시죠.

※ 돌발영상이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에서도 인지한 듯합니다. 정치인들이 돌발영상을 보고 국회 출입기자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괜히 애꿎은 사람 괴롭히지 마시고 돌발영상팀으로 직접 연락 바랍니다.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