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Y스토리] “아는 만큼 들린다!”…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 속기사
2021-04-08

■ 김영심 / YTN편성운영팀 장애인방송 속기사


20대 초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선택한 길이 바로 속기사였습니다. 처음엔 너무도 막연하게 ‘타자 치는 것도 재미있고 속도도 빠르니까 그래, 이거야!’ 하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도 일반 키보드와 속기 키보드가 달라서 자리를 다시 익히고 입력하는 법도 다시 배워야 했지만 실무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그 생각이 어느 정도 맞다는 혼자만의 착각을 했습니다.

2001년 속기사 1급 자격증 취득하자 관공서나 공공기관으로 취업하는 것이 어떠냐는 학원 원장님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직장 사회봉사단 내 ‘수화동아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던 농인 부부와 그분들의 어린 자녀들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분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국, TV 방송 내용을 자막으로 전달해 주는 자막방송 속기사가 되었습니다.


속기사를 단순히 타자를 빨리 치는 사람 정도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속기사가 되어 실무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속기 세계에는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 특히 빠르게 진행되는 방송을 보면서 듣고 입력하고 송출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찰나에 이루어지는 방송 속기는 빠른 속도와 풍부한 지식은 물론 순간적인 판단력과 센스까지 필요합니다. 오청이나 오타가 있으면 자막방송을 보시는 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을 깊이 아는 것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뉴스 등등 얕은 지식이라도 폭넓게 아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어느덧 20년차 속기 인생이지만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뉴스와 신조어, 줄임말 등 업무를 하면 할수록 정말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위한 여러 분야 중 문자 지원이라는 의미 있는 역할인 만큼 끊임없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뉴스전문채널인 YTN과는 2016년 12월 파견근무를 하게 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24시간 뉴스공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막방송센터에서 자막을 송출하는 것보다 방송국에서 바로 송출하는 것이 딜레이 타임도 적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바로 조치할 수 있다는 장점, 또 편성이 바뀌어도 그때그때 전달이 돼 방송국이 속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업무 효율적으로 보나 방송을 보는 분들 입장에서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침 YTN 장애인방송을 담당하는 편성운영팀 팀장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자막방송을 프리랜서 속기사로 전환하게 되면서 2020년부터 YTN 소속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YTN은 24시간 뉴스가 이어지고 동시에 24시간 자막방송을 하다 보니 현재 속기사 10명이 2교대로 밤낮없이 자막방송실을 지키며 2인 1조로 실시간 속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어방송이나 화면해설방송처럼 개인의 역량만으로 정보 전달이 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기사 개개인의 능력은 물론, 팀원들 간 호흡이 매우 중요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잘해 주고 있는 팀원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또한 근무하며 불편함은 없는지, 필요한 건 뭔지, 늘 세심하게 살펴주시는 YTN 편성운영팀에도 감사한 마음 전해봅니다.

간혹 직업을 묻는 사람에게 방송 속기를 한다고 답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픈자막을 하는 거냐고 되묻곤 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자막방송은 TV 설정에서 자막 보기를 선택해야 볼 수 있는 폐쇄자막으로 송출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미국 대선 토론이나 한미 공동성명 같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오픈자막으로 송출하는 경우도 있어 모든 시청자들이 자막으로 방송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자막도 저희 자막방송팀에서 입력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정확·공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뉴스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방송으로 송출하는 YTN 자막방송 속기사로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