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재 사회부 기자
2021년 2분기 '자랑스러운 YTN인상' 특종상 부문 <은상> 수상 - 사회부 박희재, 영상취재1부 김광현
[취재후기] <종이 한 장에 구멍 뚫린 주차 보안 시스템> 기획 연속 보도
■ 박희재 사회부 기자
2021년 2분기 '자랑스러운 YTN인상' 특종상 부문 <은상> 수상 - 사회부 박희재, 영상취재1부 김광현
[취재후기] <종이 한 장에 구멍 뚫린 주차 보안 시스템> 기획 연속 보도
스파이 영화에서 봤던 보안시설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들, 얼굴을 자동·분석하는 CCTV, 생체 인식기 정도는 필수로 있었다. 하물며 국가 보안시설이라면, 그중에 최고 등급인 '가급(1급)'이라면 그런 기대도 할만하지 않을까. 구글 이미지에 '정부서울청사 정문'을 검색해보면 일반인 키 높이를 훌쩍 넘어가는 쇠창살 이미지가 수두룩하다. 그곳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종이 한 장으로. 첫 번째 청사 방문이었다.
시작은 한 사건 취재를 하면서부터다. 아파트 주차장을 몰래 이용하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사건팀 김우준 선배가 연결해 준 제보자 덕에 CCTV 자료도 받았다. 주차장 CCTV를 돌려보다 보니, 한 남성이 차량 번호판에서, 무언가를 떼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종이에 인쇄한 가짜 번호판이었다. 무인주차 시스템이 가짜 번호판과 진짜 번호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틈을 이용한 범행이었다. 경찰 수사 상황도 파악이 됐고, 사건 기사는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신선한 수법이라 그런지… 그냥 끝내기엔 뭔가 취재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의문이 들었다. 기계 허점을 악용한 범인도 문제지만, 허술하게 설계한 무인주차 회사도 문제 아닌가? 업체에 전화했다. 그들의 해명은 두 가지였다. "그 오류는 업계에선 상식이다. 다른 곳들도 다 똑같다.". 다른 곳도 똑같다고? 그러고 보니, 아파트 주차장에서 본 번호판 인식기를 자주 오가던 경찰서나, 법원, 시청에서도 본 기억이 났다. 업체에 다시 전화해 슬쩍 물었다. 경찰서에도 납품하는지. 혹시 국방부, 청와대도 비슷한 시스템을 쓰는지. 업체 직원은 자기들 기술이 들어가고 있다고 해명하듯 털어놨다. 그런 통화를 하면서 도착한 회사 주차장 입구 앞. 그곳엔 무인주차 기계가 눈앞에 서 있었다. 전화하던 바로 그 업체 제품이었다.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검증을 해봐야 했다. 빠르게 해 볼 수 있는 곳은 회사 주차장이었다. 그다음 필요한 건 '프리패스'였다. 가짜 번호판. 회사 차량 번호판을 촬영해 DDMC 지하 알파문구에서 같은 크기로 인쇄한 뒤, 코팅했다. 그다음,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앞에 쪼그려 앉아 몇십 분을 붙였다. 등 뒤로 지나가는 사원분들이 수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제 발에 저려 사원증을 잘 보이게 메고 있을까 고민도 했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시험해봤다. 결과는 무사통과였다. 자신감이 붙어 A4용지에 매직으로 그린 뒤 코팅한 버전, 코팅도 안 한 버전까지 시도했고, 주차장 차단기는 하염없이 위·아래로 춤을 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