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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균형, 존중'이 원칙"... 국내 최장 시간 뉴스 진행, YTN 송경철 앵커!
2022-08-03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최장 시간 뉴스데스크를 지켜온 송경철 앵커!


1995년 보도전문채널 YTN 개국부터 무려 28년간 뉴스를 이끌었다. 송 앵커는 묵직한 존재감과 중후한 이미지, 현장에서 쌓은 노련함으로 보도에 신뢰감을 더했다.


특히 2004년부터 8년 간 앵커 팀장으로 뉴스팀을 이끈 당시, YTN은 9년 연속 공정 방송 1위를 기록하며 YTN의 공정,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팩트, 균형, 존중' 세 가지는 공정 방송을 위해 지켜온 원칙이다."


곧 정년을 맞이하는 송경철 앵커에게 퇴임을 앞둔 소회, YTN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YTN '뉴스와이드' 방송화면 캡쳐/ 송경철 앵커(좌), 조예진 앵커(우)


Q. YTN에서 28년을 보내셨는데, 정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떠신가요.


YTN에서 28년. 제주 MBC와 SBS 경력을 합치면 총 35년이다. 국가에서 정한 정년 60세를 맞이하는 것일 뿐, 방송 일은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려 한다. 또 한 번 직장을 옮기는 느낌이랄까? 공백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최대한 공백없이 YTN이나 다른 곳에서도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


35년이 긴 시간 같지만,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렀다. 방송 일이라는 게 하루살이 같다. 매일 하루의 이슈를 처리하기도 바쁘다. 하루의 루틴이 있는데, 아침 회의하고, 전날 방송 복기하고, 오늘 자 신문 보고, 방송을 보며 모니터한다. 또, 스태프들과 대화하며 '내가 균형 감각은 제대로 갖춘 건지, 혹여 나태해진 건 아닌지' 이런저런 사항들을 점검한다.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배로 남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 방송 준비하는 송경철 앵커(좌), 문지현 앵커(우)


Q. 최장 시간 뉴스를 진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팩트, 균형, 존중”


뉴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원고에 가장 먼저 적어 두는 세 단어가 있다. '팩트, 균형, 존중', 이것이 35년간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준비할 때, '팩트'를 잘 확인해야 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을 파악해야 한다. 이슈에 관한 여러 관점을 알고, 전체적으로 다루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치 평론하는 패널이 출연하면 다소 민감한 내용들을 다루게 되는데, 이때 진행자로서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치른 대선 때도 그랬다. 보수당 후보도 존중하고, 진보당 후보도 존중하며,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표현인지,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다만, 누군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35년을 했는데 왜 이름이 없나?’ 그동안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해 왔다. 뉴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우리는 뉴스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고, 팩트와 팩트 이면의 진실을 좇는 사람들이다. 과연 내가 그것을 뛰어넘어, 나의 지적 능력과 판단 능력으로 뉴스를 끌고 가는 것이 타당한가에 관해서 고민했다. 내 이름과 어떤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진실을 전하는 데 객관적인 전달자의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송경철'은 'YTN'이라는 세 글자에 녹아있을 뿐이다.


▲ 커뮤니케이션 팀과 인터뷰하는 송경철 앵커


Q. 1995년 YTN이 개국할 당시, SBS에서 YTN으로 옮겨왔다. 어떤 이유였나.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제주 MBC에서 아나운서로 첫 시작을 했고, SBS 아나운서를 거쳐, 95년도에 YTN 경력 사원으로 이직했다. 제주 MBC에서 아나운서로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라디오 프로그램을 쭉 진행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가 특별한 건, 당시 프로그램 PD가 우리 집사람이다.(웃음) 영화 '라디오 스타' 스토리처럼, 아내는 파트너로서 내게 많은 지원과 힘을 보태준 사람이다.


그리고 91년도에 S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당시 SBS는 MBC, KBS에 이어 처음 생긴 방송사여서 바늘구멍이었다. SBS 아나운서 경력 공채로 지원자만 천 명 왔다고 들었다. 운이 좋게도,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뽑는데 내가 합격이 됐다.


SBS에서 3년 넘게 데일리 프로그램을 쭉 맡아왔지만, 마음 한편에선 갈등이 있었다. 뉴스를 하면서 현장을 뛰고 싶다는 생각, 기자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아나운서는 연차가 높아지면 스포츠 중계를 많이 맡았는데, 내겐 흥미가 없는 분야라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95년도, 당시 보도전문채널 YTN이 개국을 준비하고 있었고, 기자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YTN으로 이직했다.


▲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특보 현장


"앵커의 숙명"


1995년 3월 1일, 국내 유일 뉴스전문 채널, YTN의 막이 올랐다. 95년 2월 8일에 첫 출근을 했고, 방송 시작은 3월 1일, 정오 뉴스로 시작했다.


그해 6월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터졌는데, 그때 현장에서 밤낮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개국 초기에 사건 사고들이 잇따라 터졌는데, 당시 신입사원들은 방송을 두려워할 때고, 방송을 끌고 갈 사람이 없으니 경력이 있는 나를 계속 불렀다. 기자 하겠다고 왔지만, 자연스럽게 또 앵커를 하고 있었다.(웃음) 그 사이 정치부와 사회부, 경제부를 거치며 취재 기자로 현장 경력도 쌓았지만, 앵커 팀장을 총 10년 정도 한 것을 포함해 대다수 시간을 앵커로 시청자와 만났다.


긴 시간을 진행하면서, 역대 대통령 선거 방송만 7번을 치렀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이자 민감한 내용을 다루기에 더욱 신중하게 임했다. 또,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상황을 최전선에서 전하는 막중한 책임감도 있었다. 피해자의 감정에 이입해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앵커의 자리에서 말 한마디를 던지는 데에도 감정을 절제하며 중재자로서 임해 왔다.


앵커를 하면서 마음이 아픈 이들을 더욱 헤아리고, 아픔을 나누고자 그 시간을 함께했던 것이 앵커로서 가장 큰 보람이다. 그러한 공감이 쌓여 나 또한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배움도 얻게 됐다.


▲ 보도국에서 뉴스 모니터링하는 송경철 앵커


Q. 35년간 언론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앵커로서의 삶은 어땠나.


"정직하게 살아온 것이 자부심"


앵커의 삶이라는 게 사실 평범하지만, 앵커라는 역할 덕분에 인내하고 절제하며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인으로서 물론 불편한 것도 많았지만, 그나마 관리하고 살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사람과의 만남도 제한하고, 일상에서 사람들과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서도 참게 되더라. 층간 소음이나 주차 문제 등 이웃과 부딪히는 일이 생겨도, 참고 절제한 것이 결국 내 삶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아파트 공모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 30년 전에 산 집이 유일하게 하나 있는데, 아파트 공모하는 곳 가서 줄도 못 서겠더라고. 재테크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공인처럼 보일까 봐.(웃음) 요즘 공정과 정의가 사회적 키워드가 됐는데, 정직하게 산 것이 내가 당당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또 언론인으로서, 뉴욕타임스의 강령이라고 알려진 ‘Without Fear or Favor(호의도 두려움도 없이)’ 이 원칙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 권력, 기업, 자본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 때는 하고 가까운 사람이라도 편의를 봐주거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다.(웃음) 다 떨어져 나가고 그렇게 되더라. 그래도 이것이 언론인으로 35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 방송 준비하는 송경철 앵커


Q. 2004년부터 8년 간 앵커 팀장을 맡은 당시 YTN은 9년 연속 공정 방송 1위를 기록했다.

내부에서 앵커 선발 절차 등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앵커 팀장을 8년간 하면서 YTN의 앵커 시스템을 구축한 것,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투명, 공정, 순혈주의 타파'를 목표로 노력했다.


먼저 앵커 채용 시스템을 만들었다. 옛날에는 사장의 판단하에 일부 사원에게 임의로 앵커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앵커 선발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선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부 오디션에 공정한 선발 절차를 도입했고, 앵커 지원 자격은 앵커와 기자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YTN 라디오나 YTN 사이언스 등의 방송인, 기상캐스터까지 확장해 본사 앵커로 활동할 기회를 줬다. 경쟁 구도를 만들어 기존 진행자들에게도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외부 공모를 할 때는 앵커 지원자들의 뉴스 리딩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파일'을 제출하는 것도 업계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렇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최대한 좋은 인재를 뽑으려 노력했다.


의상, 분장 업체를 선정하는 데에도 공정한 절차를 마련했다. 이전에는 알음알음 소개를 통해 담당자를 채용했다면, 공개 공모 형식,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서 선발하도록 했다. 운영, 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업체는 보상을 높이기도 하고, 잘하는 분들이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국에서 때로는 출연자가 급하게 변동되어서 갑자기 의상이나 분장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산에 대한 기준이 없어 갈등이 발생하는 걸 파악하고, 추가 정산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종사자들의 불만을 해소했다. 대부분의 갈등 상황은 쉽게 해결될 수 있음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내부의 불만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관련 업체에서 명절 때에도 작은 선물, 화장품 하나라도 안 받았다. 언론사이기 때문에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공정한 시스템이 방송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좋은 인재들이 일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고 자평한다.


▲ 영화 '내부자들' 예고편 캡쳐 - YTN 로고, 브랜드를 활용한 영화 속 뉴스 장면


Q. 영화 '내부자들', '터널' 등 많은 작품에서도 '앵커' 역으로 등장했다. 출연 소감이 궁금하다.


영화 '간첩', '내부자들', '검사외전', '터널', '마스터', '아수라', '협상' 등 필모그래피가 있다. 이 중엔 관객 수 '천만'을 돌파한 영화도 있고 출연작의 총관객 수를 따져보면 적어도 관객 오천만은 넘지 않을까.(웃음) 영화에서 앵커로 등장했을 때 시청자분들이 굉장히 재밌어하고, 잘 봤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영화 속 뉴스 장면이지만, 본업이 앵커인 나를 섭외한 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실제 뉴스처럼 임했다. 제작사에서 주는 대본을 보니, 뉴스 멘트가 영화 대사처럼 쓰여 있어 상당히 어색한 적도 있다. 그걸 뉴스 문법에 맞게 앵커 멘트를 직접 수정했다. 또, 뉴스 생방송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앵커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런 자문에 응하며 참여하기도 했다. 평소 YTN을 즐겨보시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했고, YTN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 YTN '뉴스와이드' 방송화면 캡쳐/ 송경철 앵커(좌), 문지현 앵커(우)


Q.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치 중심으로 연대해야"


너는 어떤 편인가? 라는 진영 논리, 집단주의 등 이른바 떼거리즘에 끊임없이 맞서 왔다. 본질적으로 마이너 의식이 좀 있고, 실질적으로 마이너기도 하다. 기자가 중심인 조직에서 나는 아나운서였고. 영호남 출신이 정권의 주류인 사회에서 나는 경기도 출신이다. YTN 공채가 아닌, SBS 경력 출신으로 그 또한 비주류였다. 그렇지만, 마이너 의식이 뉴스를 접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소수 편에서 생각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파가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슈들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 문제, 낙태 문제와 같은 이슈를 중심으로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뭉치며 다원화된다. 지역주의, 정파 중심의 떼거리즘이 아닌, 언론에서 필요한 가치들을 토론하고 연구하며, 연대해 나가는 문화가 확산하길 바란다.


YTN은 대중의 목소리를 담는, 공론의 장을 여는 곳이다. 그런 만큼, 내부 조직부터 구성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펴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좀 더 소통하고, 격의 없이 대화하고, 좀 소란스럽더라도 채널, 프로그램, 조직에 관해 활발히 토론할 수 있는 조직 문화로 나아가길 바란다.


▲ YTN '뉴스 와이드' 방송 들어가기 전/ 송경철 앵커(좌), 문지현 앵커(우)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작년에 과분하게도 외부에서 ‘아시아문화경제진흥원 방송 부문 대상’, 또 모교에서 ‘장한 고대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지난 5년 동안 주로 심야 자정 뉴스를 진행해왔는데, 사회 한편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사실 앵커는 대외적으로 상 받을 일이 흔치 않은데, 올해 정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이렇게 좋은 상을 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긴 시간 큰 사고 없이, 방송을 이어온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회사와 동료,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방송 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후배들에게 'Don‘t give up(포기하지 마)'의 정신으로, 성실히 도전하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앞으로 정치 토크쇼라든지 뉴스를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뉴스의 본령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과 유쾌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ㄹㄹ 사진│커뮤니케이션팀 이한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