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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스토리] 옐로우 인터넷 매체의 진실 보도 가능성? -영화 ‘옥수역 귀신(2023)’ 리뷰 (※스포일러 주의)
2023-06-02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옐로우 인터넷 매체의 진실 보도 가능성?


영화 옥수역 귀신│2023

감독 : 정용기, 주연 : 김보라, 김재현, 신소율

▲ 영화 '옥수역 귀신' 포스터


인터넷 매체는 조회 수를 목표로 운영되는데, 옐로우 저널리즘을 표방할수록 그 목적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매체에 조회 수는 돈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매체도 돈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돈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껏 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는 다른 가능성도 있다. 돈 앞에서는 아마도 권력의 압력도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템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서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옥수동 귀신’이었다. 장르 영화들은 겉으로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수 있지만, 세상의 진실을 담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호평을 끌어내는 데 ‘옥수동 귀신’도 이런 포맷을 지니고 있다.


조회 수 많이 올리고 광고가 팍팍 붙을만한 아이템을 찾던 인터넷 매체 기자 나영(김보라 役)은 옥수역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친구 우원에게 특종의 기운이 감도는 소스를 요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옥수역에서 촬영한 여성 사진 때문에 곤혹스러운 터라 특종이 더 필요했다. 데스크의 압박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여성인 줄 알고 허락 후 촬영했는데, 이게 문제였다. 여성이 아닌 남성인 사실이 아웃팅 당했다는 것. 당시 인사불성인 만취 상태였다며 해당 여성이 언론 중재위에 제소하고 합의금 5천만 원을 요구했으니, 작은 매체의 기자 처지에서 난처해도 이것보다 난처한 일이 어디 있을까?


녹취록, 메모, 합의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니 회사 대표에게 질책을 당해도 유구무언이다. 가서 빌던가, 아니면 광고를 붙을 수 있는 걸 물어오라는 대표의 말에 일절 대꾸조차 못 하고 나영은 특종을 통해 만회하려는데 친구 우원의 후배이자 같은 옥수역 공익요원의 말은 솔깃하다. 옥수역에서 잇따라 일어난 자살 사건이다. 사실 눈길을 끈 것은 자살 자체가 아니었다. 자살이 그 이면이 있다는 말이 더 관심을 끌었다.


▲ 영화 '옥수역 귀신' 스틸컷


후배의 언질에 친구 우원은 마지못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옥수역 폐역사 철로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 선로에 있는 남성의 시선을 따라가던 우원은 선로 한편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선로에 대체 어린아이라니 대체 그 아이는 누구인가 싶다. 누리꾼들이 관심을 끌 만한 소스라고 생각한 나영은 우원의 목격만으로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다른 목격자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우현은 시체를 수습하고 염하는 염습사도 목격을 했다고 언급한다. 나영이 직접 찾아 인터뷰한 그는 시체를 수습해 처리하며 계단 뒤에 아이를 봤다고 현장 상황을 증언한다. 이로써 신빙성이 있다고 나영은 판단하지만 정작 담당 형사는 이를 부정한다. 나영에게 쓸데없이 괴담 만들어 어그로 끌지 말고 기자답게 행동하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말을 들은 나영은 기분이 한참 나쁠듯싶었다.


하지만 나영은 이때까지만 해도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나영은 우원에게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을 부탁한다. 당연히 우원은 외부 유출은 안 된다고 하지만, 나영은 “이런 기사에는 현장 사진이 생명”이라며 CCTV 영상을 요구한다. 나영이 내부 제공자 이름은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안심시키지만, 몇 명 되지 않는 근무자 가운데 이를 파악하기는 쉬울 텐데도 우원은 친구를 위해 몰래 영상을 전해준다. 회사 데스크에서는 ‘이런 걸 어떻게 구했냐?’며 반색한다. 이런 언급은 정상적인 과정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보도 행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갑자기 회사에서는 동료들이 생일 축하 케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놀라며 생일이 아니라는 나영의 말에 그들은 드디어 3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기자가 나왔고, 이 기세라면 곧 100만 돌파를 할 것이라고 한다. 옥수동 자살 기사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조회 수에 목을 매는 매체의 정체성과 기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거꾸로 짐작하게 한다.


▲ 영화 '옥수역 귀신' 스틸컷


그런데 순간 다시 대표가 편집국으로 들이닥쳐 나영을 질책한다. 나영의 기사에 기관사 인터뷰가 나왔지만 기사 송고 시점에 이미 기관사는 목숨을 끊은 뒤였다는 것. “도대체 누구와 인터뷰 한 거야?” 나영은 점점 뭔가 기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나영은 우원에게 역사를 오가는 전동차 기관사의 행동을 듣고 후속 취재를 하여 기사를 작성했는데 정작 기관사는 정신적인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영의 기관사 인터뷰는 기관사 죽은 후 취재한 셈이 되었으니 대표의 질책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CCTV 영상을 확인해 보았을 때, 나영은 기관사를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있었다.


조회 수가 높은 기사가 나오면 후속 기사는 더욱 스핀오프 해야 하는 인터넷 매체의 속성은 진실과 만나게 된다. 나영은 옥수역에서 사망한 남성의 동생이 연락을 자발적으로 해오면서 새로운 취재 기사를 내보내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옥수역에서 몇 번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놀랍게도 선로에서 죽은 남성의 여동생이었다. 그 여성은 자신이 자꾸 꿈에서 우물을 보게 되어 그 우물을 찾으러 오빠가 옥수역 선로에 가게 된 것이라고 언급한다. 뭔가 숨겨진 스토리가 있을 것으로 짐작해 예전의 기록을 찾던 나영은 옥수역에 실제로 우물이 있는 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은 옥수 보육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구나 그 여성은 그 우물 사진이 꿈에 나온 것과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염습사를 통해 연이은 죽음은 옥수역에 대단히 원한이 있는 귀신의 짓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러한 맥락의 기사를 다시 송고하자 데스크는 환호한다. 적절한 사실에 기묘한 오컬트 코드가 섞여 있으니 100만을 일찌감치 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


▲ 영화 '옥수역 귀신' 스틸컷


그런데 나영이 생각지 못한 일을 접하게 된다. 사람들이 옥수역에서 인증샷을 올리는 것. 그러자 비로소 나영은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다급하게 ‘이러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정작 데스크는 별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 데스크의 말은 옐로우 저널리즘의 본색을 그대로 전한다. 그는 인증샷을 찍고 악플도 달게 하고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고 그렇게 하면 광고가 더 붙게 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이상한 사진 올리는 사람들 그냥 놔두면 되나요? 사고라도 나면요?”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조회 수가 올라가고 더 광고가 많이 붙고 우리는 돈을 많이 벌게 되고 나영아 우리는 정통 일간지 아냐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논리에 쉽게 수긍했던 나영이었다. 하지만 정작 보도기사를 내며 이런 상황에 뛰어든 나영조차 우려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한다. 뭔가 진지한 사연이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나영에게 이런 SNS 군중 유희가 되고 또 다른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 잠재적 상황임을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체의 의사결정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 여장 남자에 이어 친구 우원과 같이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던 후배가 역사에서 기묘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부랴부랴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나영에게 데스크와 대표는 더욱 자극적인 내용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나영은 마침내 “이건 아니지 않냐?”라고 분노한다. 절친 친구 동생 장례식장에 가서 자극적인 내용을 보내라니. 나영의 항의에도 데스크는 ‘이제 전 국민이 아는 사안이라서….’ 라고 하는데, 순간 매체 대표가 데스크의 전화를 채서 말한다.


▲ 영화 '옥수역 귀신' 스틸컷


“시체 안치소도 가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이거는 왜 안돼? 기자가 욕을 먹으려 할 때 욕을 먹지 않으면 기자가 아니다.” 그로데스크한 언어도단이었다. 욕을 진정으로 먹어야 할 대상이 전도되었으니 말이다. 말문이 막히는 나영에게 여기에 더해 장례식장의 형사는 저격한다. “어떻게 당신과 연관된 이들은 다 죽어 나가는 거지? 괜한 괴담 만들어 이슈를 부풀리고 이를 흉내 내다가 사고가 나고 이런 데도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하고….”


현상을 볼 때 맞는 말처럼 보인다. 비록 자세한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나영은 형사의 말에 능동적으로 대항하지 못한다. 이제 자신이 근무하는 매체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직접적인 말이나 장면, 꿈들을 통해 우물, 손톱자국, 네자리 숫자 등의 빈번한 부각을 통해 옥수역의 과거에 다가간다. 도대체 이것들은 무엇인가? 옥수역에서 예전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전형적인 원혼 풀이 얼개를 지닌 이 영화는 옥수역 개발 과정을 들추며 과거 옥수 보육원에서 자행된 장기밀매사건을 은폐한 권력과 언론의 협잡을 폭로하고 원혼의 시그니처를 통해 사적 복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오컬트 공포물다운 정리로 보였다.


▲ 영화 '옥수역 귀신' 스틸컷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보면 이분법적 시선을 다르게 정리할 수 있게 한다. 나영이 소속돼 있던 인터넷 매체 데일리 모두 대표는 정통 일간지 사회부 출신이었지만, 결국 옐로우 저널리즘에 충실한 매체를 운영한다. 어느 매체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 개인 저널리스트의 가치관이 저널리즘의 관건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캐릭터였다. 이로써 정통지와 비정통지의 부정적인 공통분모도 이런 몇몇 개인들의 탓으로 보인다. 물론 그러한 개인을 만드는 구조와 시스템은 여전하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잠깐 비추지도 않는 것은 아쉽다. 그 대표도 과거에는 옥수동의 진실을 쫓던 기자였다. 어쩌면 나영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