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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산책] 삶을 기록하는 작가 안나영
2020-06-04

지금은 제 안에 머무는 상상이고 이미지이지만 제 그림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낯선 세계로 오는 초대장이 되길 혹은 이 안에서 그들만의 추억이나 공감이나 위로를 받아가는 그런 통로이길...” - 안나영 작가

▲ Jambo bambo in Spring, 72.7x 60.6 (20호), Acrylic on canvas, 2018

 

아이와 엄마에게는 함께 꿈꾸던 미지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대초원 ‘세렝게티’였지요. 아프리카로 오랜 출장을 떠난 아빠(남편)를 그리워하다 꿈꾸게 된 그곳으로 6년 전 달려갔습니다. 사자와 얼룩말이 함께 거닐고, 커다란 나무를 놀이터 삼아 온갖 동물이 뛰노는 세렝게티는 아이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엄마에게는 평생 그림으로 풀어보고픈 주제가 됐습니다.

 

안나영 작가의 작품은 한편의 ‘일기’입니다.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이야기나 감정을 꾸며서 그리는 데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답게 작품은 삶의 경험과 생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마련한 자그마한 작업실에서는 오늘도 커다란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동네 아이들도 놀이터처럼 찾아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며 함께 웃음꽃을 피웁니다. 밝고 경쾌한 동화책 같은 그림을 6월 YTN 아트스퀘어에서 함께 만나보시죠! 

▲ YTN 아트스퀘어 안나영 초대전 (6.1~6.30)

 

안나영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57 )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안나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가 안나영'을 소개한다면?

 

낯선 여행지에서 도착한 오랜 친구의 여행 엽서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안나영 작가입니다. 

 (왼쪽부터) Dancing with me, 100x80(40호), oil on canvas, 2020 / imagino, 동상이몽_50F, felt cutting & colored pencil on board, 2018

 

Q. YTN 아트스퀘어에 전시된 ‘Jambo Mambo(잠보 맘보)’ 시리즈와 ‘Imagino(이미지노)’ 시리즈는 어떤 작품인가?

 

Jambo Mambo 시리즈는 6년 전 아프리카 세렝게티 여행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자연과 동물과 인간의 유쾌한 공존과 안녕을 담고 있죠. 펠트 천을 여러 겹의 레이어를 두어 자른 뒤 색을 입힌 콜라주 작업 Imagino 시리즈는 시간의 단상과 기억을 흩날리는 머리카락 형상으로 담아냈습니다. 

 

Q. ‘잠보 맘보’ 시리즈 작품 속 동물들이 모두 사람의 발을 갖고 있던데?

 

코끼리, 얼룩말 등을 자세히 보면 사람 다리, 발을 가지고 있어요.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탈을 쓴 인간과 커다란 나무에서 함께 어울려 놀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실제로 아프리카에 가면 저희가 지나가도 사자들이 유유히 옆을 걸어가요. 그들의 터전을 우리가 그저 찾아간 것뿐이고,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저 똑같은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안 작가와 아들

 

Q. 이밖에도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제 그림에는 자주 등장하는 코드가 있어요. ‘세모 나무’는 세렝게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지붕같이 생긴 나무인데 동물들의 휴식처죠. 작품에서도 집, 안식처, 놀이터를 뜻해요. ‘종이배’도 자주 등장하는데 동심, 어린 시절의 설렘을 의미합니다. ‘기구’는 세렝게티 공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상징과 같은 건데요. 미지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운송수단을, ‘트렁크’는 이 세상과 저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를 뜻해요. 아! 나무마다 삐쭉 튀어나온 꼬리를 보실 수 있는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 같은 존재라고 보시면 돼요. 일종의 ‘안내자’라고나 할까요? 작품 속에서 이런 코드를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거예요. 

▲ Big big bag, 116.8X91(50호), oil on canvas, 2019

 

Q. 색감이나 소재 등이 동화 속 이야기같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언제부터 이런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

 

서양화 전공 시절 제 그림의 주제는 ‘죽음’이었어요. 굉장히 색감이 어두웠죠. 얼마 전 개인전을 본 아버지께서 딱 한 마디 하셨어요. “네 삶이 행복하고 좋아진 것 같아서 아빠 마음도 좋다”고요. 

 

결혼하고 나서는 푸른색 톤에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다채로운 밝은 색 그림들로 발전했거든요. 아이를 낳을 즈음 주변에서 제 그림을 보고 “네 그림에서는 스토리가 보여. 그림책을 내보면 어때?”라고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림과 글로 구성된 그림책 한 권에 삶과 사랑, 꿈이 집약돼 대중에게 전달된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저와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그림책의 소재가 되더라고요. 실제로 아이가 보여준 상상을 바탕으로 저만의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림책과 접목하면서 제 작품의 풍이 확 바뀌게 되었어요.

Q. 작업의 영감은 주로 여행을 통해 얻나?

 

여행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어요. 와인 시리즈는 미국 나파밸리를 다녀온 후에 나온 작품이에요. 작품만 봐도 제가 어디를 다녀왔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투명하게 다 보이는 셈이죠.

 

작품은 제가 살아온 삶의 기록, 저의 일기라고 보시면 돼요. 저와 가족,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만나는 일상의 속삭임, 시간의 향수들을 작은 단막극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Q. 2000년 첫 개인전 이후 쉼 없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슬럼프는 없었는지?

 

아이가 6학년 즈음이 됐을 때 제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엄마의 이야기를 이제는 그려봐.” 아이가 느끼기에는 엄마의 그림 속에서 계속 본인의 이야기와 감성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나 보더라고요. 마침 저도 갈등하던 시기였어요. 그동안 아이나 가족이 제 삶에 흡수돼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고 있었는데, 아이는 점점 자라 정서적으로 멀어지고 더 이상 나올 소재가 줄어들면 어떻게 하지? 내 이야기는 뭘까? 하고 헤맸었죠. 한때는 밝은 색감과 동화적인 표현을 없애려고도 노력해봤어요. 하지만 돌아보니 지금의 그림이 바로 나구나! 어느덧 나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Q. 후속 작업 계획은?


지난 5월에 마친 개인전 ‘From Eden’에 이어서 인간의 본향을 주제로 한 작품을 더 확장해 그려볼 예정이에요. 아프리카를 다녀온 뒤 초창기에는 그곳에서 보고 느낀 풍경과 감정을 소재로 다뤘다면 이제는 아프리카의 전경을 통해 우리의 안식처, 본향을 떠올려보는 보다 심오한 작업이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