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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늦깎이 화가 '원은희 초대전' - "꿈꿨더니 마법같은 일 벌어져"
2022-06-28

원 은 희 (WON EUN HEE)


- 1962년생, 경상대학교 졸업

- 러빙핸즈 초록리본도서관 홍보대사, 세계일보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연재

- 개인전, 단체전 다수 참여

- 소장 : 수원가정법원, 서울가정법원, 법원도서관, 서울시립 서북병원 등


기도/ 130.3×162.2(100호)/ Mixed media on canvas/ 2017


반드시 경계를 넘어서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넘어서기 전에는 결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진실을 경계를 넘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넘어선다는 것은 용기로부터 시작한다. 용기는 늘 기쁨을 가져왔다.

기쁨 또한 매번 감사를 동반하기 때문에 짐작 이상으로 통합적인 결과를 선물한다.


경계를 넘는다. 충분히 기쁘고 감사할 준비가 되었다. 매일매일 설레고 떨리는 삶을 확장시키려 한다.

직관과 통찰, 때로는 초월의 시간을 꿈꾼다.


- 작가 노트 中


온 세상 가득 꽃이 피었습니다/ 72.7 x 60.6 (2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2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YTN 아트스퀘어서 그림작가 원은희의 초대전이 열렸다.


눈을 감은 소녀, 꽃과 별, 동화적인 이미지에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작가를 만난 건 충무로의 한 작업실, 따뜻하고 밝은 색감의 그림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작가가 미술적 재능을 발견한 건 불과 십 년 전, 나이 오십에 처음 그린 '색연필 그림'이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했다.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이, 그저 작가 자신을 다독이려 그린 그림이 뜻밖의 호응을 얻은 것.


쉽고 단순한 그림은 보는 이의 공감을 넓혔고,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위로를 전했다. 특히 자살 예방 캠페인, 법원과 병원 등 공공 기관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나를 위로하고자 그린 그림이 누군가를 위로한다니 놀랍고 감격스럽죠."


꿈은 그녀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디지털 그림 제작 등 새 도전을 이어가는 작가는 밤낮없이 작업을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한다. “이젠 컴퓨터로도 그림을 그려요. 영상도 만들어봤죠. 이건 정말 기적이에요.”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시작한 원은희 작가의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 YTN 아트스퀘어 원은희 초대전 (7.1~7.31)


원은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갤러리 홈페이지(https://ecorockgallery.com/author/view.htm?idx=1160)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코캐피탈의 '무이자할부 금융서비스(최대 60개월)'을 통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 다음은 원은희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원은희 작가 -


Q.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셨다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발견’이라는 말을 무지 좋아한다. 발견은 어떤 새로운 시작이나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올해 환갑을 맞았는데, 미술적 재능을 발견한 건 불과 10년 전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고난이나 슬픔을 마주할 때가 있겠지만, 당시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은 내 마음을 크게 뒤흔들어 굉장히 불안하고 힘들었다. 그때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내 안의 ‘발견’이 시작됐다.


하루는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다 저편에 서있는 등대가 왠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남해 미조항, 바닷 마을에서 자라서 바다 풍경이 참 익숙하지만, 유독 등대가 새롭게 보여 그 자리에서 등대의 모습을 낙서처럼 끄적였다. 등대, 해돋이, 자연의 풍경을 그렸는데, 문득 ‘내가 좀 다르게 표현을 하는구나’라는 걸 발견했다.


학교 다닐 때는 미술 시간이 참 힘들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도 없이, 그저 대상을 보고 따라 그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려야 될지 막막했다. 또 그림에 점수를 매기고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불편했고, 미술 시간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런데 그날의 발견이 너무 궁금했다. 내가 보고 좋았거나 감흥 있었던 상황들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떻게 표현될까... 그때부터 계속 뭔가를 그리기 시작한 것. 이렇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 줄은 몰랐다.


- 2012년 1월, 묵호항에서 처음 그린 등대 그림 -


Q. 전시, 활동 이력이 많다. 인상 깊은 활동을 소개한다면?


우리가 꿈만 꾸고 말면, 사실 공상밖에 안 된다. 나는 꿈이 생기면 꼭 실행한다. 생각하고, 찾아보고, 움직인다.


일례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발레 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책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주인공은 노숙인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안무가 제인스 전. 그가 강남에서 북 콘서트를 하는 걸 알고, '발레 그림'을 직접 그려서 간 것이다. 그곳에서 그와 그의 부인인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전 단장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됐는데, 영광스럽게 김인희 전 단장이 총괄하는 발레 축제에도 참여하게 됐다. 포스터 이미지, 기념 티셔츠에 들어갈 그림을 직접 그렸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내 그림을 아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전시 제안도 받게 됐다. 8년 전, 처음 자살 예방 캠페인 본부에서 전시 제안이 왔을 때 굉장히 얼떨떨했다. 본부에서는 내 그림이 캠페인의 따뜻한 콘셉트와 딱 맞으니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신인 작가였지만, 본부와 두 달에 한번씩 전시회를 열면서, 그때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림을 보신 분들이 '따뜻하다, 행복하다' 이런 얘기들을 해주셨는데, 나를 위로하려고 그렸던 그림이 어느 날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다시, 온 세상이 만나고 웃고, 함께 춤추고/ 72.7 x 60.6 (2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2


Q. 그림의 소재는 주로 어떻게 발견하는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 기억, 사색에서 나온 통찰을 가장 단순하고 쉬운 형태로 그리고자 한다.


지나간 기억들은 문득 내게 찾아와 말을 건다. 유년 시절, 뛰어가면 풍덩 뛰어들 수 있을 만큼 바다와 가까이 살았다.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밀물 때 바닷물이 조금만 들어와도 늘 신이 났다. 바람 냄새, 노을 지는 풍경, 바닷가의 돌을 뒤집으면 움직이는 게와 고동, 조개... 자연에서 자란 혜택들이 그림 속에 녹아있다.


특히 꽃과 별을 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해서 식물도감을 끼고 살았다. 꽃이 피면 멋진 자태를 관찰하고 향기도 맡아본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별을 좋아하는 건, 어릴 때 언니 오빠가 하늘 한편을 가리키며 '저곳엔 늘 북두칠성이 있어'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 말이 참 좋았다. 북두칠성은 나를 저버리지 않는 존재, 변치 않는 믿을 만한 존재 같았다. 지금도 밤하늘을 보면 북두칠성을 꼭 찾아본다.


그림 속에서 꽃, 별 등 상징들을 찾아보는 것도 관람 팁이 될 수 있겠다.

- 디지털 그림 그리는 원은희 작가 -


Q. 눈을 감은 얼굴, 팔다리가 긴 인물의 특징이 인상적이다. 크레파스 그림이 동화적인 느낌을 더하는 것 같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눈을 뜨고 만나는 반가운 것들도 많지만, 눈을 감으면 더 깊고 넓은 것, 본질이 보인다. 가장 소중한 것을 보는 신비로운 시간이 오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팔다리를 길게 그린 건, 마음의 팔다리를 그린 것. 마음이 멀리 닿을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팔다리가 길어서 어디든지 닿을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색연필, 크레파스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그림을 배운 적 없어 특별한 기법이나, 재료 사용법도 몰랐지만 문방구에 가서 이것저것 사와 직접 써봤다. 지금은 유성 크레파스, 오일 파스텔, 아크릴도 사용한다. 일상적인 재료로도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universe/ 130.3×162.2(10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0


Q.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Universe'라는 작품. 그림 속 인물은 스스로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존재해야 다른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생각할 수 있다. 나를 가장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나의 동굴 안에서 나 자신, 즉 본질을 만난다. 나를 느끼고, 내 안에서 에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꽃을 피운다. 온 우주에 음악이 흘러넘치고, 생명력이 생기는 거다.


아파 보고 상처받아 봤더니 내가 온전하게 살고 있는 게 느껴져야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더라.

스스로를 향한 위로가 가장 힘이 세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그림도 보고, 하늘도 보고. 이렇게 살면 다 괜찮지 않을까.


별을 봅니다. 그리고 생일 축하합니다/ 72.7×90.9 (3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1


Q. 목표가 있다면?


최근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것이 있어 자랑하고 싶다.


컴퓨터로 그림 그리는 작업을 배웠다. 포스터나 컬러링 북 제작 등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매번 딸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미안하고, 결국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교실을 찾았다. 클래스에서 내가 가장 고령자였다. 배운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일곱 번, 여덟 번 같은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선생님께 묻고 또 물으며, 밤낮없이 연습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그림을 넣은 영상도 만든다. 기적 같은 일 아닌가.


꿈을 가지면, 꿈에 대해서 관심 갖고 생각하게 되어 새로운 눈이 열린다. 눈을 뜨고 보는 세상이 달라졌다.

궁금한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쫓아갈 것이고, 죽을 때까지 꿈을 꾸는 사람이 될 거다.


앞으로의 목표 역시 나를 사랑하는 것, 꿈 꾸며 매일매일 성의껏 사는 것. 꿈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다줄지, 궁금할 뿐이다.


그대도,나도,꽃처럼 활짝/ 60.6×72.7 (2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1


섬, for You/ 162.2×130.3 (10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0년


플랜B, 우리의 삶에는 플랜B가 있다/ 91.0×116.7 (50호)/ Mixed media on canva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