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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보통’이라는 이름의 색안경 - 영상기획팀 정태우
2023-12-21

YTN 보도국 영상기획팀 정태우



[수상기] ‘보통’이라는 이름의 색안경


YTN '우리 사회의 성 평등 기획 연속보도'

제25회 양성평등 미디어상 최우수상

:영상기획팀 최광현·이승창·강보경·정태우


▲ '양성평등 미디어상 최우수상' 수상한 YTN 영상기획팀


퇴근하고 장을 보러 집 근처 마트에 갔다. 길을 잘못 들어 장난감 판매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문득 장난감의 배치가 눈에 띄었다. 여아용은 분홍, 남아용은 파란색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 장난감들. 분홍색 장난감 상자엔 ‘나도 엄마처럼 청소기 돌릴 거야’. ‘쓱싹쓱싹~뽀득뽀득~엄마처럼 설거지해요!’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상자에는 여자아이가 청소하거나 설거지하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파란색 장난감 상자에는 로봇, 과학 실험하며 웃고 있는 남자아이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이런 광경이 너무나 당연해서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게 이상하게 느껴진 건 마침 영상기획팀에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 기획 보도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상기획팀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큰 주제로 삼고, 세부 주제로는 '색깔', '결혼', '인공지능', '상주'를 선택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할 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까? 비판적 시선으로만 바라볼 때 개개인의 특성을 뭉개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자칫 성별 갈등만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의도와 무관하게 진영 논리에 휩싸이지는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였다. 무엇보다 ‘말과 숫자’뿐인 추상적인 주제였기에 생생한 현장 영상이 취재가 필요한 촬영기자로서 큰 도전이었다.


▲ [왓슈]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 조선시대는 달랐다! (YTN 뉴스화면 캡처)


첫 번째 보도는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 조선시대는 달랐다!>. 성별에 따른 특정 색상 선호가 정말 선천적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에 주목했다.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작업 취재로 성별에 따른 색깔 구분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1918년 출간된 육아서와 1785년 정조 때 편찬된 법전인, 한자만 가득한 <대전통편>까지 들여다보며 오늘날 관념이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두 번째 <결혼, 남 vs 여??>와 세 번째 <나는 여자 상주입니다> 보도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 사람이 태어나 평생에 걸쳐 치르는 네 개의 큰 예식 관혼상제(冠婚喪祭)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식에는 지켜야 한다고 전해져 내려온 절차나 법도가 있다. 이른바 예법인데, 그중에는 고유의 정신이나 의미는 퇴색된 채 시대와 맞지 않는 과거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인데도, 그저 관습처럼 이어지는 것들도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 [왓슈] 결혼, 남 vs 여?? (YTN 뉴스화면 캡처)


먼저 ‘결혼의 성 고정관념’에서는 결혼 비용 부담률, 가사 분담률에 관해 시민들의 결혼에 관한 생생한 인터뷰와 결혼 전문가의 의견을 엮어냈다.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남녀에게 전통적인 역할 즉, 남성에게는 경제력, 여성에게는 외모나 내조를 요구하는 게 여전한 결혼에서의 현실이며, 평등하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장례식의 성 고정관념’에서는 코로나19로 부의금도 모바일로 송금할 만큼 세상이 변했는데 장례 관행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점, 특히 ‘상주는 무조건 남성이 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장녀 대신 남동생이나 사위가 상주 완장을 차는 경우, 아내나 외동딸이 상주가 되지 못하는 사례를 전하며 다양한 가치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장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했다.

[왓슈] 나는 여자 상주입니다 (YTN 뉴스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우리가 AI에게 가르친 성차별> 보도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편향성의 사례를 통해 AI의 성 고정관념에 주목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정책 마련을 위한 법안들로, 성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은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왓슈] 우리가 AI에게 가르친 성차별 (YTN 뉴스화면 캡처)


《우리 사회의 성평등 연속 기획 보도》를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촬영기자만의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꺼내지지 않는 질문들, 자칫 지나쳐 잊히기 쉬운 물음을 놓치지 않고 제기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당연한 건 당연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