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M 스토리] 우리의 칼과 델라는 어디에 있는가?
2021-01-05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2009년작, 감독 케빈 맥도널드, 주연 러셀 크로우, 레이철 맥아덤즈, 벤 애플렉)

 2009년에 나온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미국 워싱턴 가상의 신문사 ‘워싱턴 글로브’지가 배경인 영화다. 아마도 영화 속 워싱턴 글로브는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를 모델로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주인공은 이 신문사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칼 맥프리(러셀 크로우)다. 선임 기자인 그를 돕는 인터넷판 기자는 델라 프라이(레이첼 맥아담스)다.


 영화 속 워싱턴 로브지는 지금 변화의 과도기에 놓여 있다. 생각해 보면 실제로 2000년대 후반이 그랬다. 모든 신문은 종이 신문으로서의 사세가 기울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뉴스 서비스가 점차 강화되었다(워싱턴 포스트 소유의 주간지 뉴스위크가 폐간되고 온라인판으로만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뉴스위크는 결국 2012년 폐간됐다). 종이 신문 출신인 영화 속 편집국장 카메론(헬렌 미렌)은 그래서, 1면 톱 감으로 좀 더 충격적인 기사, 좀 더 화끈한 기사를 주인공 칼에게 원하기 일쑤다. 그에게 광고 경영난을 거론하며 ‘화제성’ 기사를 압박한다. 당연히 선임 기자 칼과 후배 기자 델라는 여러 면에서 대립하게 된다. 칼은 지는 해, 프라이는 뜨는 해다.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그렇게, 미국과 세계 언론 환경의 전반적인 변화 과정을 배경으로 한 얘기여서 지금 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스의 양과 질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 가기 시작하면서, 방송 역시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유튜브 같은 온라인 매체로 옮겨 가기 시작하면서, 현격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의 양은 많아지고 질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런 언론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화는 이런 와중에 젊은이 두 명이 살해되고, 내연녀의 자살로 시작된 정치인의 스캔들과 무기업체의 비리 등이 씨줄 날줄로 얽힌 대형 사건을 다룬다. 아니 그 사건을 다루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르포 전문기자인 칼은 이 모든 일이 하원의원 스티븐(벤 에플렉)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칼과 스티븐은 대학 동기이다. 스티븐은 오랫동안 보좌관이었던 소냐 베이커(마리아 테이어)와 혼외정사 관계였다. 칼은 그런 스티븐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린 그의 아내이자 역시 동창인 앤(로빈 라이트)과 불륜관계다. 칼은 탐사 기자로서의 본분과 개인적 인정(人情) 사이에서 살짝, 아니 줄곧 고민에 빠진다(영화에서 그는 국장으로부터 취재에서 빠지라는 얘기까지 듣는다). 그러나 그는 결국 실체적 진실을 찾는 것이 친구인 스티븐을 돕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건 당시 논란이 된 무기 회사는 자신들의 독점적 권한을 확대하는 중이었고 스티븐은 이를 법으로 방지하려 한다. 기자 칼은 이 모든 사건이 이 방산, 용병업체가 스티븐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음모에서 비롯됐다고 추론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이 그가 결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 기자 칼은 이제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될 것인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언론사 편집국과 보도국의 정경(情景), 그 안에서 뉴스가 어떻게 생성되고 배포되는지 그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치열함과 속도감이 기자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더구나 영화의 기본 구조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짜 놓은 것 자체가 영화를 따라가게 하는 데 있어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출근길에 내연녀가 지하철에서 자살하고→하원의원은 이를 공개석상에서 거론하고 슬퍼함으로써 스캔들을 자초하는데→설상가상 여자가 사실은 전문가에 의해 타살된 것이며→그 시간 즈음에 소매치기 한 명이 살해되고 그걸 목격한 남자 대학생이 함께 살해된 일이 있었고→사실은 그 모든 것이 연결 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등 영화의 사건은 물 흐르듯 보는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영화는 매우 재미있다. 주인공 역의 러셀 크로우가 민완 기자(※일을 재치 있고 빠르게 처리하는 기자라는 뜻)로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10년 전 그는 현재의 모습과 달리 비교적 날씬하고 젊은 모습으로 나온다. (그는 2020년인 지난해 출연한 영화 ‘언힌지드(Unhinged)’에서 하마 같은 모습으로 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언론사 편집국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 모습을 대규모 세트로 구현해 낸 것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킨다. 대개 사람들은 언론사의 내부 모습을 잘 모르는 데다 평소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화는 씁쓸한 맛을 남긴다. 2009년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지금 우리 언론 환경이 사회적 대의와 개인적 정의를 구현하는 쪽으로 조성돼 있는가에 대한 회의(懷疑)가 엄습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옥스퍼드대 저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0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뉴스 신뢰도가 4년째 40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구독률은 23년 만에 69%에서 6%로 내려앉았다. ‘우리의 칼’과, ‘우리의 델라’는 지금 과연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이 이들을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참! 제목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는 현재의 상태, 곧 현황(現況)을 의미한다. 어려운 단어다.


▶ 영화 평론가 오동진 (YTN 기자 출신, 2020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2019 BIFF 아시아필름마켓 공동위원장, 2019 레지스탕스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