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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권력과 탐욕의 합작물...형제복지원
2021-11-16

■ YTN 보도국 기획탐사팀 고한석


[취재후기] YTN 탐사보고서 기록 <5공화국의 강제수용소 3부작>


최근 한 유력 대선 후보가 전두환을 소환했습니다. “쿠데타와 5·18 빼면 전두환이 정치 잘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진의를 몰라줘 억울하다고 합니다. ‘개 사과’까지 등장해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저는 형제복지원이 떠올랐습니다.


형제복지원을 추적한 탐사보도가 1년 전 <탐사보고서 기록>의 첫 작품이었고, 영광스럽게도 이번에 케이블 TV 방송 대상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탐사보고서 기록 <5공화국의 강제수용소 3부작> ‘전두환 시절’ 이야기입니다. 쿠데타와 5·18 빼고도 그 시절은 잔인했습니다. 형제복지원이 바로 그때 태어났습니다. 민간인들을 잡아다 가두고, 때리고, 굶기고, 강제로 일을 시키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 지옥 같은 그곳은 전두환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전두환은 독재자가 아닌 복지 국가의 지도자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그에게 복지 국가 건설은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복지의 대상인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거리를 떠돌던 부랑인들을 한 곳으로 몰았습니다. 공무원들은 ‘사회정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집과 가족이 있는데도 단지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잡아다 가뒀습니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가던 아이까지 끌려가 영문도 모른 채 10년 가까이 감금되기도 했습니다.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정화’는 극에 달했습니다. 형제복지원 수용 인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거리는 깨끗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머릿수대로 정부 보조금이 커지게 되니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습니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른바 ‘시국사범’도 쥐도 새도 모르게 형제복지원에 감금됐습니다. 권력의 필요와 시설 운영자의 탐욕이 만나 탄생한 다목적 강제수용소 형제복지원을 ‘벤치마킹’한 새로운 민간인 강제수용소들이 전국 곳곳에 세워졌습니다.



<탐사보고서 기록>의 모토‘사건 뒤에 감춰진 구조적 부조리를 추적해 기록한다’는 것입니다. 형제복지원을 다룬 언론 보도는 많습니다. 그러나, 모두 형제복지원이라는 ‘단일 사건’에 대한 평면적 보도에 그쳤습니다. “어떻게 저런 일이!”라는 정도의 ‘도시 괴담’으로 형제복지원은 소비됐습니다. <5공화국의 강제수용소 3부작은> 형제복지원이라는 사건 뒤에 가려진 구조적 부조리를 찾기 위해 형제복지원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의 족벌경영과 세습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대규모 수용시설을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구조적인 문제도 짚었습니다. 이 부분에 좋은 평가를 받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YTN 탐사보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YTN에서 탐사보도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끊이지 않은 대형 이슈, 쉼 없는 속보 속에서 언제나 취재 인력이 부족합니다. 인력난 속에서도 믿고 기다려준 동료들 덕분에 탐사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YTN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데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