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INSIDE

[Y스토리]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BTS를 만나다
2021-12-22

YTN 보도국 문화생활과학부 김혜은 기자


[취재후기] BTS LA 콘서트 취재기

'일상 회복'의 상징


로스앤젤레스 출장이 결정된 건 10월 말쯤,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미 수만 명 규모의 대면 공연을 허용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접종으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그 가운데 열리는 방탄소년단, BTS의 대면 공연은 의미가 컸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에 발이 묶인 BTS. 그들은 보란 듯이 그 어려움을 헤쳐나갔습니다. 영어 싱글에 도전해 빌보드 핫100 고지를 밟았고, 그래미 후보,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대상까지, 더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2년 만의 대면 공연, 일상 회복의 상징적인 행사였습니다.

호텔이 동났다


11월로 접어든 어느 날 트위터를 보니 LA 항공권이 많이 없다는 글이 보였습니다. 부랴부랴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숙소를 알아봤습니다. 웬만한 호텔은 매진이거나 값이 너무 비쌌습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시즌보다 2~3배 값이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아미'들 때문이죠. 여행사와 함께 폭풍검색을 한 끝에, 차로 30분 넘는 거리의 호텔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평소보다 비싼 값이었지만).


나흘 공연에 21만 명. 한국에서 예매한 팬은 8천 명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LA로 향하는 항공편도 북적였습니다. 모처럼의 해외여행에 공연 직관까지, 그들은 몹시 들떠 보였습니다.

Why do yoy like BTS?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그리고 5만 명의 인파. 굿즈샵, 푸드트럭, 입장 게이트까지 곳곳에 줄이 이어졌습니다. 군데군데 모여 춤을 추고, 사진을 찍고, 먹고 마시고. 마스크만 아니라면 코로나 따위는 사라진 행성 같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코로나 안 걸리면 올해 운 다 썼다." 이런 농담이 절로 나왔죠.


어린이부터 할머니, 백인부터 흑인까지, 이들은 왜 이토록 BTS에 열광할까? 인터뷰할 때마다 물었습니다.

BTS를 왜 좋아하십니까?


이 질문을 받은 팬들은 하나같이 진지해졌습니다. 그들은 긍정의 메시지에 주목했고, 노랫말에 담긴 세계관을 찬양했습니다. BTS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확실히 해외에서 더 주효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원동력인 즐거움(樂)의 에너지를, 그들은 한국에서 온 7명의 청년에게서 얻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의 불꽃, 한류


둘째 날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외신 기자들은 일찍부터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대면 공연에 대한 소감부터 아시아인 증오범죄에 대한 BTS의 역할까지, 가볍고 묵직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BTS는 능숙하게 답변했고, 농담까지 섞으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취재진은 7층 프레스룸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을 꽉 채운 5만 명의 불빛과 함성은 장관이었습니다. 마스크만 썼을 뿐 2년 전 서울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BTS의 공연에 열광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멀리에서도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7명의 불꽃이었습니다. 그들은 뜨겁게 공연했고, 일상 회복을 갈구해 온 팬들의 환호성은 그 뜨거움에 열렬히 답했습니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류의 실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팬데믹 시대에, 하루 5만 명을 결집하고 즐겁게 하는 저들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 힘은 BTS라는 그룹의 영달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는 어떤 '씨앗'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류를 확장하고 지속할 힘 말입니다.


저는 공교롭게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을 때도 LA에 취재하러 갔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우스갯말로 “우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또 취재 올 일이 있을까?”라고 했지만, 이듬해 윤여정 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도 뜻하지 않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류는 마치 때를 기다리고 있던 매복 조처럼, 일시에 세계 시장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계가 한류를 계속 키워낸다면, 우리는 언젠가 세계 많은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Why do yoy like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