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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대에게.  
2022-03-30

■ YTN 보도국 기획탐사팀 신지원 기자


[취재후기]

YTN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 <그대에게> 취재기 -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대에게.

-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 <그대에게>' 방송 화면 캡쳐 -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획탐사팀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의 테마가 정해졌습니다.

<그대에게>. 1988년 대학가요제 우승곡으로, 밴드 ‘무한궤도’의 리더였던 신해철 씨가 만든 노래 제목입니다. 추억의 명곡을 사랑하시는 고한석 팀장의 아이디어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기사에 활력이 생긴 계기였습니다. ‘그대에게’라는 공통제목 앞에는 개별 기사의 주인공인 유권자를 묘사하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영업자에 대한 보도는 ‘손님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고령층에 관한 보도는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그대에게 바치는 기사였습니다.


-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 <그대에게>' 방송 화면 캡쳐 -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무한궤도의 노래 가사처럼, 유권자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각양각색의 이웃입니다.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청년, 토막 난 매출에 울상인 자영업자, 생계가 걱정인 어르신까지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부모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라는 요즘 청년층의 현실을 취재하면서, 이제 막 서른이 된 아들에게 빚을 물려준 가장을 만났습니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자영업자 아버지의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청년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쓴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성 언론도 편향적이긴 마찬가지’라며, 차라리 유튜브가 낫다고 꼬집었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궁금해도 꼼꼼하게 짚어주는 기사가 없어 답답하다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 <그대에게>' 방송 화면 캡쳐 -


우리는 잘 정리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의미를 담기 위해 관련 논문과 여론조사를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마스크와 손 소독제로 막을 수 없는 생계위협에 노출된 자영업자들은 역대 선거 때마다 당선인을 적중시킨 캐스팅보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투표율의 이면에는 ‘저소득층은 투표 안 한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초고령사회 첫 대통령이 될 20대 대선 후보들은 노인보다 ‘MZ 세대’ 청년 공약에 몰두했습니다. 정치 유튜브에는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났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 진영과 말도 섞기 싫어하는 ‘정치 양극화’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를 뜯어보니, ARS나 전화 면접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유권자를 위한 기획보도 <그대에게>' 방송 화면 캡쳐 -


새롭고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상기획팀의 노력이 빛났습니다. 부동층의 특성을 상징하는 소금쟁이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의 심리나 유튜브 알고리즘을 기발한 연출로 표현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시민 한 명 한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새벽까지 영상과 그래픽, 배경음악의 조화까지 섬세하게 고민하며 기사를 완성했습니다. 또, 수십 번 반복된 수정 작업에도 성심성의껏 그래픽을 만들어준 제작그래픽팀 김유정 님 덕분에 기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고민은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수많은 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습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헤맬 때마다 김웅래 선배는 주말·밤낮 없이 함께 고민하며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항상 묵묵히 일하는 김지환, 열정 넘치는 박희재 덕분에 제가 몰랐던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선거 주간 제작물을 위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으신 김종필 감독님, 관련 자료를 함께 찾아준 조사요원과 인턴 덕분에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실로 꿰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선거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유권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에 유권자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귀 기울이겠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수많은 ‘그대’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생생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 취재 현장(영상기획팀), 그래픽 작업 과정 (제작그래픽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