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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유난스러웠던 장마철 집중 호우… 연이은 현장 출동 - 양동훈 기자
2022-09-05

■ YTN 보도국 전국부(대전지국) 양동훈 기자


[취재후기]

유난스러웠던 장마철 집중 호우… 연이은 현장 출동


아직 2년 차 밖에 안된 방송기자지만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 계절이기 때문에 보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봄가을에는 꽃·단풍 구경과 나들이,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가 대표적이다. 이런 아이템이 가장 많은 건 다름 아닌 여름이다. 가뭄과 호우, 폭염, 피서, 운이 나쁘면 태풍까지. 여름이 덥고 시민들이 피서를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나머지가 잠잠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비는 적당한 수준으로 꾸준히 오는 게 최고다. 최악은 여기저기 집중 호우가 번갈아 가며 계속 쏟아지는 거다. 올해가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호우 경보’가 발령되는 기준은 3시간 동안 90mm 이상 비가 내릴 거로 예상될 때다. 쉽게 말해서, 기상청의 예보 기준은 ‘시간당 30mm’ 수준이란 뜻이다. 그런데 올해 충청권에는 툭하면 이 두 배, 심하면 세 배 이상이 기록됐다. 6월 말, 충남 서산에 한 시간에 100mm 넘는 비가 내렸다. 7월에는 잠잠하나 싶더니, 8월 중순에는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연일 큰 비가 이어졌다. 부여에는 한 시간에 110mm가 넘는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논산에도 한 시간에 70mm 이상 장대비가 쏟아졌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대전·충남·세종 지역에서 비 중계를 나간 건 한 번뿐이었지만 올해는 네 번이나 됐고, 비 피해 리포트를 위해 따로 현장에 나간 경우도 많았다.



폭우가 쏟아지면 보통 새벽 네 시 반 정도에 출동한다. 조금 일찍 일어나 강수량부터 확인해 본다. 피해가 심각하지 않을 것 같으면 하천으로 가지만, 그게 아니면 누적 강수량이나 시간당 강수량이 제일 높은 곳으로 일단 출발한다. 달려가면서 시·군청 당직자나 소방서에 전화를 돌려 피해 현장이 어디 있는지 수소문한다. 어찌어찌 찾아서 도착하면 바로 현장 스케치, 잠시 뒤 중계 연결이다. 때론 도착하자마자 연결할 때도 있다. 잠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쏟아지는 비가 시야를 계속 가리기 때문에 더듬거나 실수하는 경우도 잦아진다. 3원 중계에서 하면 안 되는 마무리 멘트를 하다 황급히 멈춘 적도 있다. 실수를 질책하지 않고 ‘잘했어, 수고했어, 고생 많다’를 연발해 주시는 많은 선배들 덕분에 금방금방 털고 다음 중계를 준비해나갔다.



폭우 피해가 발생한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사람의 생사가 순식간에 갈린다는 걸 체감한다. 6월 말에 내린 폭우로, 공주에 살고 있던 90대 여성이 무너진 처마에 깔려 숨졌다. 서산에서는 끊어진 다리에 걸린 승용차에서 부부가 겨우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차주를 수소문해 직접 통화를 해 보니, 차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뒷좌석으로 기어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했다. 8월 중순 부여에서 불어난 빗물에 떠내려간 트럭에는 2명이 타고 있었는데 결국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청양에서는 산사태가 나 집 안방 대부분에 토사가 들어차고, 거실 일부에도 흙이 밀려 들어왔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80대 남성은 굉음과 함께 팔에 무언가 차가운 게 닿자 정신없이 탈출했는데, 만약 평소처럼 안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면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인력과 시간의 한계로 모든 피해 장소를 취재하지 못하는 건 항상 아쉽다. 하루는 중계 도중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집 근처 둑이 무너졌는데, 꼭 방송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수소문하다 연락처를 얻었다고 했다. 찾아보니 차로 한참을 가야 하는 거리. 두 시간마다 중계 연결이 잡힌 상황에서 섣부르게 말만 듣고 이동할 수 없어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현장에서 철수할 때쯤에야 받아본 현장 사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 다음날 비 피해 관련 리포트를 한 번 더 나가게 되면서 무너진 둑도 취재하고 돌아올 수 있게 됐지만,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중계 도중에라도 이동하지 않은 걸 계속 후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 피해를 본 시민들은 발 벗고 나서 준 자원봉사자나 군인들의 도움에 감사하면서도 항상 씁쓸해하고 답답해한다. 농민들은 물과 토사에 휩쓸린 작물이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거주지가 잠긴 주민들은 여기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그런 현장에 갈 때마다 힘이 나는 건, 피해 주민들이 보여주는 호의다. 그저 보도할 뿐 그분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연신 감사 인사를 듣곤 한다. 흙탕물에 잠겼던 집을 겨우 치운 뒤인데도, 식사는 하고 다니냐며 밥을 차려주겠다고 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고단한 비 취재를 무사히 이어갈 수 있는 힘은, 보통 에너지 드링크나 음료수를 들고 나와 손에 쥐여 주시는 주민들의 마음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