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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공론화'시키는 힘
2022-02-25

■ YTN 보도국 경제부 김우준 기자


한국기자협회 1월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부문 수상 - 경제부 김우준·강희경 기자, 영상취재부 김세호·왕시온 기자

-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한 김우준·강희경 기자 -


[취재후기]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공론화'시키는 힘


정확하지 않은 정책은 왜곡을 초래합니다. 장관에게는 임기 내에 한 번 발표하고, 안 되면 그만일 수 있는 정책일 수 있지만, 정책에 휘말리는 개인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정밀하지 못한 헐거운 정책으로 누군가의 삶은 뒤틀릴 수 있습니다. 그게 하물며 부동산처럼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면, 더더욱 무게감을 갖고 신중해야 합니다.



"205만 호 아파트 물량을 확보했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물량 대비 이를 지지하는 근거는 한없이 부실했습니다. 지난해 2월 4일 국토부는 대대적인 대책을 발표하고, 곧바로 정책 후보지를 지정할 때까지 관련 근거법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토지 강제 수용이라는 위헌 요소가 다분한 정책이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습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정책이었기에 더더욱 정밀해야 했지만, 정부는 밀어붙였습니다. 정부의 '속도전' 앞에 정작 '디테일'은 없었습니다.


정책 후보지로 지정된 현장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정밀하지 않은 정책의 여파로 개인의 삶은 뒤틀려있었습니다. 남편의 병원비가 급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 어르신의 사연을 듣다가 여러 번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국토부 보도자료에서 찬양 일색이었던 정책이 일부 주민들에게는 삶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덫과 다름없었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전수조사하자! 정면 돌파했습니다. '주민들은 주장했습니다.' '일부 단체는 밝혔습니다.' 식으로 우회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업지의 등기부 등본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1,700여 가구, A4 용지 6천 장 분량을 정리하고,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발로 뛰며, '아이템'을 구했고, 손과 노동으로 기사를 뒷받침하는 '팩트'를 마련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공론화시키는 힘. 언론사 준비 시절 '왜 기자를 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이었습니다. 이번 기획 보도를 준비하며, '기자가 이렇게 고생했다' 보다도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람에게서 발견한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환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어지는 '우연'과 '행운'은 발로 뛰었을 때 얻어지는 결과물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회부에서 5년 동안 있다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이동한 부서가 경제부입니다. 누군가 방송사 경제부는 상대적으로 편하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경제부는 어렵고, 무겁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통계와 출입처의 보도자료를 해석하는 게 어렵고, 복잡한 숫자 속에 가려진 개인의 목소리를 발굴하는 게 무겁습니다. 혼자 했다면, 부담감에 외면했겠지만, 함께 하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았고, 용기를 냈습니다. 진흙에 덮인 조개를 가져와도 진주로 만들어주시는 이종구 부장, 취재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 강희경 선배, 복잡한 부동산 기사를 쉬운 영상으로 풀어준 김세호, 왕시온 영상취재부 선·후배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