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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스토리] '1만 시간 법칙의 역설' 그 이면의 우리 욕망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리뷰 (※스포일러 주의)
2023-11-06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1만 시간 법칙의 역설' 그 이면의 우리 욕망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Spree) │2021

감독: 유진 코틀야렌코, 주연: 조 키어리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포스터


법원은 개인의 SNS에 올린 내용도 저널리즘 행위의 산물로 판단한다. 이미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을 알고 내용물을 올리기 때문이다. SNS 가운데 ‘Social’이라는 단어가 이미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개인만을 위한 채널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SNS에서 저널리즘 행위자가 전문 언론인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기존 언론매체의 한계 때문에 전문 저널리스트들도 SNS 진행자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의 구성원이 아닌 개인적인 명성과 영향력 때문에 SNS 저널리스트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긍정적인 순기능도 분명 있지만, 누구나 크리에이터로 나서는 상황에서 그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매체나 조직의 밖에 나오면 누구나 욕망에 구축(驅逐)되는 듣보잡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2021)은 전문방송인이나 언론인이 아닌 아마추어까지 모두 SNS 크리에이터의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인데, 호불호가 분명할 수 있었다. 갑자기 크리에이터가 살인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동의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10년 동안 SNS 방송 채널을 운영하다가 갑자기 살인을 저지르는 서사 전개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왜 그런 걸까?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스틸컷


96년생 커트(役 조 키어리)는 10년째 인스타그램에 ‘커트월드96’이라는 채널을 운영한다. 말 그대로 채널의 의미는 커트의 세상인데 정말 방송을 진행하는 커트만 있는듯싶다. 콘텐츠나 라이브 방송 조회 수와 접속자 수가 두 자릿수를 넘기기 힘들다. 물론 커트의 목표가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다. SNS 인플루언서가 되고 열정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열정이 지나치면 독이 되는데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는 끝내 ‘더 레슨’이라는 이름의 라이브 방송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지옥문이 열리는 파국의 시작이었다.


애초에 출발은 신선해 보였다. 카풀 서비스에 참여해서 자신의 차에 타는 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는 컨셉이었다. 처음에는 밋밋하게 진행되는데, 점점 더 강도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아무도 모르게 물병에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해 뒷좌석에 놓는데, 무심코 그 물을 마신 승객이 죽는 모습을 생중계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차로 승객을 충격해 죽이는 장면까지 생방송으로 가감 없이 방송한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10년을 버티던 순수했던 진행자는 살인마가 되어 버렸다. 살인해서라도 접속자, 구독자를 늘리려는 심산인데 그럼 효과가 있었을까? 그러나 사람을 죽였는데도 이용자들은 그것이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이들도 10명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크리에이터는 뭔가 더 센 걸 생각할 법하다.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스틸컷


실제로 커트는 이후 자신의 차에 태운 손님을 개가 물어뜯게 해 죽인다든지, 전동 드릴로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동시 접속자가 늘지 않자, 팔로워가 많은 크리에이터를 노린다. 그들의 구독자들을 자신의 채널로 끌고 오려는 것이다. 베이비시터로 돌봐주기도 했고 팔로워가 많은 보비라는 친구를 찾아가 그를 죽이고 그의 스마트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덕분인지 접속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커트는 자신이 죽인 친구의 옷을 입고 클럽에 가는데 이유는 유명한 디제이 우노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국인계 디제이 우노는 LA의 타코야 명소를 찾아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데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거부하지 못한 커트는 마지못해 따른다. 팔로워가 많은 명사에게는 왠지 위축된다. 심지어 연쇄 살인 방송인 커트는 타코야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그사이 차 안에 있던 우노는 커트의 권총을 발견하고 자신의 가방에 넣으면서 차 안에 있던 물을 약간 마신다. 물에는 독극물이 있으니 정신을 잃고만 우노, 마침 차 안에 있는 우노를 지나던 경찰이 미심쩍게 여겨 커트의 음주 운전 여부를 체크하는데 우노가 죽지 않고 깨어난다. 물을 조금 마셔 독극물 중독이 덜했던 것. 우노가 깨어나서 경찰이 온 걸 보고 놀라 우발적으로 총을 쏘는 바람에 경찰이 사살된다. 경찰들은 비상이 걸리고 우노는 혼비백산 도망가고 커트를 향한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커트는 이제 본격적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이런 가운데 낮에 태웠던 승객 중에서 인스타 셀럽인 제시를 떠올리게 된다. 커트가 살인마인지 몰랐지만,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탈출했던 제시였다. 사실 제시는 유명한 개그우먼으로 인스타그램 셀럽으로 인기가 높기에 커트는 부러워한다. 커트는 제시가 활동하는 공연장에 찾아가는데 제시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탔던 공유 차량 이야기를 하면서 운전자를 비꼬고 조롱한다. 이에 관중들은 웃고 떠들며 박장대소한다. 그 운전자가 바로 커트였다. 커트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니 당연히 그는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시는 SNS는 헛된 짓이라면서 자신은 하지 않겠다고 스마트폰마저 던져버리며 멋지게 퇴장한다. 이런 모습은 SNS에서 폭발적인 영광을 끌어낸다.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스틸컷


이런 열광은 더욱더 커트를 자극했을 것이다. 커트는 이렇게 화제를 뿌리는 제시를 이용해 자신의 채널 접속자 수를 늘릴 생각을 한다. 다른 카풀 공유 차량인 것처럼 제시를 깜빡 속이고 납치에 성공한다. 뒤늦게 제시는 문제의 공유 차량 운전자 커트인 걸 알고 도망치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커트는 제시를 강압적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데, 제시가 가까스로 탈출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붙잡히기를 반복한다. 공방 끝에 마침내 최종적으로 제시는 커트를 살해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단순한 결말일 것 같은데 진정한 자아를 찾겠다며 SNS 단절을 선언했던 제시는 소셜미디어 셀럽다운 행동을 한다. 제시가 차 보닛에서 죽어 엎어져 있는 커트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 그 옆에 얼굴을 대며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 사진으로 엄청난 접속자 수를 기록한다. 살인마를 물리친 셀럽으로 더욱 유명해진다. 커트는 어떤가? 커트도 죽어서야 유명해졌다. 진짜 살인을 저질러도 의심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던 그였다. 죽어서야 그동안 벌였던 그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영화까지 나온다. 유명이 아닌 악명을 유명을 달리하고는 얻은 셈이다.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스틸컷


그렇게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던 커트는 누군가를 더 유명해지기 만드는 마치 불쏘시개 같은 존재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10년의 활동은 그렇게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없어진 것이다. 커트가 100만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코어 팬덤을 이루는 몇 명이라도 소중하게 여겼다면, 참혹한 결말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독자 100만 명도 사실 알고 보면 별 게 아닌데, 그 시작은 1명일 수 있었다. 1명이라도 진정 소통할 수 있는 찐팬으로 소중하게 여겼다면, 그것으로 팬덤 눈덩이를 거대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거대한 눈덩이가 될 필연은 없다. 본질적인 면에서 그러한 현상은 본인이 온전히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셜미디어는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있으니 말이다. 커트가 소셜(Social)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과도한 자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SNS 자기 계정은 없다. 자기 계정이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자 환상인데, SNS 방송 채널을 통한 자기가 유명한 현상도 자기 것이 아닌 것이다. 전문 저널리스트들이 운영하는 SNS 채널도 이와 다를 수 없을 것이다. 흔히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하는데 약 10년간 공을 들이면 뭔가 일가를 이룬다지만 인터넷 방송은 반드시 그렇지도 않으니 지나친 유명세가 목적인 우리 욕망은 이에 더해서 치명적인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