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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토리] '급발진' 있다‧없다 다툼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신호 기자
2023-11-17

YTN 기획탐사1팀 신 호 기자

기획탐사 1팀 : 신호 시철우 김종필 부장원 황윤태 민대홍 신하은


[수상기] '급발진' 있다없다 다툼보다 더 중요한 것은...


YTN 탐사 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2023.09 방송기자연합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

*2023.09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YTN 탐사 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는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차를 탄 손자가 처참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할머니는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은 블랙박스 영상으로 보도됐습니다. 차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할머니의 외침은 손자의 생명만은 지켜야 한다는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충격적인 사고 이후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재점화됐습니다. YTN 기획탐사1팀도 이 사고에 대한 보도를 보고 급발진 의심 사고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YTN 탐사 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방송화면 캡쳐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통제 불능 사태가 돼 가속하는 현상을 말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는 1990년대부터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자 신호의 이상 또는 소프르웨어 오류가 급발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과학적으로 오작동이 증명된 사례는 없어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제작진은 ‘급발진’의 진실을 찾기 위해 사고 유족과 자동차 전문가들을 인터뷰 하는 것은 물론 국내 방송 최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감정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자동차 제조사 측 입장도 확인했습니다. 또한 2014년 미국에서 12억 달러에 이르는 벌금에 합의하며 매듭지어진 토요타 리콜사태 소송 자료와 우리 법원의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판결문 80여건을 분석했습니다.


YTN 탐사 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방송화면 캡쳐


제작진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인정되는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의 오류 가능성을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DR은 자동차 회사들이 오작동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과학적인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이면서 동시에 사고 피해자 측에서는 ‘미친’ 자동차가 주행한 기록을 담은 자료이니 그 자체로 무의미한 데이터라며 맞서고 있는 핵심 증거입니다. 특히 12월 강릉 사고의 경우 가속 페달을 99% 밟았는데도 차량 속력이 116km에 불과한 것으로 기록돼 피해자 측은 EDR의 신빙성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제작진도 당시 자동차의 주행 상황과 EDR에 기록된 구동 기록, 차량 내 블랙 박스에 담긴 음향 분석,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오류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취재를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류 여부를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 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주행 중 여러 차례의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고 이로 인한 차량의 결함 가능성이 있었으며 EDR에 기록된 마지막 2개의 충돌 기록에 대한 국과수와 피해자 측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된 가운데 어느 쪽이 100% 확실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YTN 탐사 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방송화면 캡쳐


시청자들이 급발진 의심 사고의 문제점을 판단할 수 있도록 증명해보자는 기획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결론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취재와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급발진 미스테리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급발진 - 엑셀 vs. 브레이크>편은 자동차 회사들이 결함 없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의 오작동으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피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안전에 대한 믿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까지 바라보는 우리의 미래도 한없이 지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